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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숙] 사자(死者) 마케팅

김흥숙의 낮은 목소리 작년 여름 개봉한 영화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는 북미에서만 5억 달러,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합니다. 소위 슈퍼히어로 영화인 “배트맨 (Batman)” 시리즈의 하나로 전작들의 인기 덕을 보기도 했지만, 악역을 맡았던 배우 히스 레저 (Heath Ledger)의 갑작스런 사망에 힘입은 바 컸습니다. 호주 출신인 레저는 영화 촬영이 종료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년 1월 약물중독으로 숨졌습니다. 레저의 사망 소식에 당황한 제작사 워너브라더스는 그가 죽고 9일째 되는 날 영화 홍보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레저에 관한 얘기를 피하고 배트맨과 다른 악당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으나 거듭된 논의와 레저 가족과의 협의를 거쳐 레저 중심의 홍보로 방침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그

[김흥숙] 한 사람의 노래는

김흥숙의 낮은 목소리 오늘 새벽 운구차와 장의 행렬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회관을 출발해 서울로 옵니다. 경복궁 흥례문 앞뜰 영결식장, 흰옷 입은 계단을 덮은 수천 송이 국화꽃 향내가 뜰 안을 채울 때쯤 운구차가 들어옵니다.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영결식은 1시간 후 육·해·공 3군이 쏘는 21발의 조총 소리로 끝이 납니다. 경복궁을 벗어난 운구 행렬은 세종로를 지나 서울광장에서 노제를 지낸 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시립장례식장 연화장으로 향합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된다면 오후 3시, 아들이었고 남편이었고 아버지였으며 전직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씨는 한 줌 재로 몸을 바꿉니다. 가벼워진 몸은 다시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노 씨의 마지막 여행길은 우리 모두의 행로를 은유합니다. 죽음은 침묵. 그 침묵이 제게도

[김흥숙] 이소라의 ‘두 번째 봄’

김흥숙의 낮은 목소리 4월 30일부터 서강대학교에서 “이소라 소극장 콘서트-두 번째 봄”을 열고 있는 가수 이소라 씨가 지난 8일 공연에 왔던 손님들에게 입장료를 돌려주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씨는 공연 말미에 그날 자신이 부른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여기까지 오신 분들께 이런 노래를 들려드린다는 건 미안한 일”이라고 했다 합니다. 4백여 명의 관객은 무슨 말이냐고, 공연이 좋았으니 그런 생각하지 말라고 강하게 만류했지만 이 씨는 결심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이 씨의 미니홈피에 가보니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 씨를 칭찬하는 글을 올려놓았습니다. 청중이 듣기엔 노래를 열심히, 감동적으로 잘했지만 스스로에게 엄격한 이 씨다운 결정이라는 겁니다. 오직 ‘한모씨’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 만이 “팬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그런

[김흥숙] 제대군인의 편지

김흥숙의 낮은 목소리 일러두기: 제 주변엔 젊고 늙은 제대군인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제대군인이 쓴 편지 형식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비상연락망 최신화 협조 안내문.’ 안녕하십니까? OO동 예비군 동대장입니다. 이번에 비상연락망 최신화 작업을 새로하게 되었습니다. 원활한 비상연락망 최신화를 위하여 아래의 전화번호로 본인의 성함과 생년월일 핸드폰 번호를 문자나 전화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보내실 연락처: 010-xxxx-xxxx, 010-xxxx-xxxx, 010-xxxx-xxxx” 며칠 전 현관에 붙어 있던 종이쪽지입니다. 손바닥 크기도 안 되는 작은 쪽지이지만 기분을 망치기엔 충분했습니다. 지난 2월 “귀하는 금년도에 본인이 지휘하는 중대에 동원지정 되었음을 알려드리며, 중대원의 일원으로 편성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지금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전환기적인 안보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당 부대에 지정되어 있는 예비군 여러분들은

[김흥숙] 미국 경찰, 한국 경찰

김흥숙의 낮은 목소리 평생 살고 있는 한국과 잠깐 잠깐 가본 외국에서 만난 경관들은 대개 친절했습니다. 오래 전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자정 넘어 길을 떠돌다 파출소에 끌려갔을 때나, 보슬비 오는 저녁 미국에서 교통신호 위반으로 단속을 받았을 때나, 경찰과 얘기한 후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던 건 상식이 통한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제 생각 속 경찰과 다른 경찰이 많은 것 같습니다. 토요일 밤 로스앤젤레스에서 날아온 연합뉴스엔 한 살배기 딸을 뒷좌석에 태우고 운전하던 여성이 경찰의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 산타아나 시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오렌지카운티 어바인에 거주하던 37세의 한국계 미국시민권자 수지 영 김은 현지시각 금요일 밤 교통법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