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키워드: 기록

미안합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 문재인(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안녕하십니까.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문재인입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여 304명의 꽃다운 희생자들을 마음 깊이 추모합니다. 9분의 실종자들도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오기를 희망합니다. 1년이 지났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채연이 아버지는 딸이 다시 살아 돌아올까 싶어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 책상을 쓰다듬으며 1년을 보냈습니다. 주아는 학생증이 든 지갑을 양손에 꼭 쥔 채 발견되었는데, 주아 어머니는 자신을 찾으러 헤맬까봐 그랬다고 생각하십니다. 승현이 아버지는 60kg짜리 십자가를 메고 한여름 뙤약볕 아래 900km를 걸었습니다. 배타기 싫다던 손녀딸을 달래 세월호를 태워 보냈던 지윤이 할머니는 지금도 지윤이가 죽은 것이 자신의 탓인 양 가슴을 치고 계십니다. 1년이 지났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바다에 갇혀있습니다.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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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되어 돌아올 그들을 기억하며

꽃이 되어 돌아올 그들을 기억하며 – 김선자(연세대학교 교수) 하늘과 땅이 온통 부옇습니다. 송도캠퍼스는 바다가 가까운 곳에 있어서 저녁 무렵이 되면 안개가 잦은데, 며칠 전 저녁엔 보슬비까지 내렸습니다. 운전을 하며 인천대교를 지나는데, 안개 그물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개등을 켜고 천천히 주행했지만, 안개가 사정없이 밀려왔습니다. 짙은 안개 속에서 그날을 떠올렸습니다. 세월호가 떠나던 그 날 저녁도, 그렇게 안개가 자욱했었지요. 그런데 오늘은 다시 햇살이 눈부십니다. 그때도 그랬습니다. 온통 슬픔에 빠진 사람들 위로 햇빛은 그렇게 찬란하게 쏟아졌고, 꽃들은 화사하게 피어났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사라진 자리에 피어난 꽃들과 그 위로 쏟아지는 햇살은 사람들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흘리는 눈물이 아무리 뜨거워도, 그 눈물은 떠나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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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온 힘을 다해 기억해야 할 때

모두 온 힘을 다해 기억해야 할 때 –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슬픔은 우리를 끝없는 무기력에 빠지게 합니다. 슬픔과 아픔은 우리에게 삶조차도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 슬픔의 아픔만을 안고 사람이 어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아픔은 어떻게든 다스리고 떠나보내야 합니다. 슬픔의 원인을 밝히고 어떻게든 삶의 긍정으로 바꾸어내야 합니다. 슬픔이 꼭 망연자실한 아픔은 아닙니다. 거품 같은 세상에서 우리는 오히려 슬픔에 빠졌을 때 진정으로 세상을 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슬픔을 외면만 하려 하지 말고 때로는 직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슬픔의 아픔만은 잠재워야 되고 묻어야 됩니다. 우리가 모두 온 힘을 다해서 그 슬픔이 일어난 사실을 잊지 않아야 슬픔으로 인한 아픔을 떠나보낼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끈질긴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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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지우는 것, 소중한 것을 잃는 것

기억을 지우는 것, 소중한 것을 잃는 것 – 박우진 (일러스트 작가)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지 벌써 1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1년이 금방 지나간 것처럼 다음 해 또 그 다음 해도 훌쩍 지나가버리겠죠. 그리고 그렇게 살다보면 상처는 조금씩 치유되겠죠. 하지만 우리 모두 절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억에서 지워버리면 또 다른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테니까요. 단원고 학생들과 일반인 희생자분들께서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라며 밝게 웃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봤습니다. 잊지 않았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웹툰과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우진 님은 캠페인 소식을 듣고 그림으로 마음을 더해주셨습니다. 위 작품은 2014년에 열린 광주 100인 릴레이 아트에서 전시한 작품입니다. 박우진 님은 2015년 2월에 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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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버린 안산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안산에서 – 김순천 (금요일엔 돌아오렴 공동저자/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 단장) 사고 당일인 4월 16일, 나는 단원고 근처에 있는 안산문화예술의 전당에 있었다. 12여 년 넘게 ‘사회적인 고통’을 기록해온 나는 심신이 많이 지쳐 치유작업의 일환으로 그림을 배우고 있었다. 그날은 지극히 평범하고 펑화로운 날이었다. 그림을 그리다가 사고 소식을 들었고 충격을 받아 밖으로 나왔다. 나는 거기서 가슴을 움켜쥐고 뛰어가는 단원고 학부모들을 보았다. 진도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엄청난 일이 우리에게 벌어졌다는 걸 알았다. 퍼뜩 막내동서 딸인 하은이가 단원고 학생이란 게 생각이 났다. 그런데 갑자기 1학년인지 2학년인지 헷갈렸다. 아들 새빈이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잠깐만… 2학년 같은데?” 나는 숫자 ‘2’를 듣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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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잊은 교육에 미래란 없다

세월호를 잊은 교육에 미래란 없다 – 태영철 (금산 간디학교 교장) 벌써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었습니다. ‘사건’과 ‘참사’ 사이를 떠돌던 세월호가 이제는 ‘416’이란 역사의 이름으로 바닷속 깊이 가라앉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날의 아비규환과 고통과 환영이 생생한데, 아직도 가족들과 친구들은 상처와 트라우마로 가슴을 치고 있는데, 아직도 밝혀져야 할 사실과 진실이 장막에 가려져 미칠 듯 갑갑한데, 벌써 역사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역사가 되어서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란 없다’는 단재 신채호선생의 말씀처럼, ‘416을 잊은 교육에 미래란 없다’는 메시지가 계속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밝은 미래는 어두운 과거에 대한 준엄한 반성과 철저한 성찰로부터 시작됩니다. 뼈아픈 반성과 성찰 없는 밝은 미래와 아름다운 성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416의 역사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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