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간판문화연구소는 <대한민국 좋은간판상>을 운영하고 있다(이하 <좋은간판상>). <좋은간판상>은 간판을 문제가 아닌 문화로 보고, 규제가 아닌 칭찬을 통해 도시문화를 가꿔가자는 시민 참여형 사업이다. 시민들이 올려준 간판사진 중 월 별로 다수 추천을 받은 20개 내외의 간판에 대해 ‘간판별동대’가 매장을 방문, 조사하면 이 결과를 토대로 ‘이달의 좋은간판상’ 주인공이 탄생한다. ‘간판별동대’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동아리이자 도시문화 개선을 이끄는 시민연구모임으로 10월 27일(토) 처음으로 ‘9월의 간판’을 선정했다. 10월 27일에 선정된 ‘좋은 간판’은 9월에 올라온 간판들을 대상으로 했으며 후보작으로 추려진 12개 중 5개의 수상작을 내었다.

간판별동대는 심사회의를 하기 전, 매장을 방문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서로 확인했다. 주로 대상지를 찾아가기가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세 번이나 방문한 경우, 무작정 찾아가서 복덕방에 문의한 경우, 매장이 그 사이 없어진 경우 등 사례도 다양했다. 앞으로 <좋은간판상> 사이트에 사진을 올리는 시민들이 주소지를 좀 더 자세하게 기록해줄 필요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1기 간판별동대원들은 이런 시도가 처음이기 때문에 직접 틀을 만들고 학습하며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좋은간판상> 캠페인이 많이 알려져서 시민들의 더욱 열렬한 호응과 기대, 그리고 참여 속에서 활동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간판별동대는 직접 작성한 12개 간판의 리포트를 하나씩 보면서 의견을 나눈 뒤 ‘9월의 간판상’ 수상작으로 5개를 선정했다. 시각성, 언어성, 경관성을 심사기준으로 삼았고, 선정작에는 선정이유가 압축된 상 이름을 지어주었다.

9월의 간판상 수상작 5점
수상작 5점의 상 이름과 심사평을 요약한다.

”?”① I ♥ 박미혜 piano … “용기를 낸 간판”

날뛰는 도시 간판들 속에서 조그만 하트모양의 간판을 달아 온유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하트는 용기라는 뜻을 내포하기도 하고, 현란한 광고 문구를 포기하고 최소한의 크기로 간판을 달아 어필한 점이 용기 있다는 뜻에서 “용기를 낸 간판”으로 정했다.

”?”② 블루 리본 … “단아한 간판”

한국인의 정서상 꽃집이라기보다는 카페로 느껴질 만큼 이국적인 느낌이다. 정보성은 아쉬우나 건물을 둘러싼 짧은 천막위에 조그맣게 새겨진 간판이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무엇보다 단층으로 이뤄진 건물과 뒤편의 나무, 그리고 천막형의 간판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단아한 간판”으로 정했다. 소수의견으로 “깔끔단정 간판” “뒤의 나무와 잘 어울리는 간판” 등이 있었다.

”?”③어린왕자 치과… “목적달성 간판”

어린왕자의 만화스러운 캐릭터가 ‘fun’의 잘못된 해석같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대체로 캐릭터를 활용해 아이들에게 어필한 점은 좋은 점수를 받았다. 치과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고자 했던 것은 마케팅의 발로였고 실제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간판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렇지만 채널 글씨를 작게 한 것으로 보아 마케팅 차원만이 아닌 문화적 고려도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소수의견으로 “마케팅 간판” “고객유혹 간판” 등이 있었다.

”?”④ 문정전각 … “자부심 간판”

“전각을 ‘판다’고 하면 안 된다. ‘새긴다’고 해야 한다.”는 전각집 주인의 말은 생활 속 장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문정전각의 간판도 예사작업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흰 바탕에 흰 글씨를 얹은 비범한 간판은 조명에 의해 자연스레 음영을 띤다. 간판의 색상과 채널의 각도, 그리고 전각에 대한 주인장의 철학까지, 자부심이 돋보인 문정전각은 “자부심 간판상”을 받았다.
”?”⑤ 자유빌딩 … “생각 있는 건물주 간판”

자유빌딩은 건물 이름이다. 한 시민이 사진을 올렸을 때에는 건물이름이 깔끔하고 단정해 보인다는 이유였는데 막상 가서 살펴보고 건물주를 인터뷰해보니 입주자들의 간판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건물주가 인테리어 업체의 자문을 받아 입주상점들에게 간판을 정비하도록 했다. 매장 입주자 개개인이 움직여서 판단하는 것보다 건물주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 파급효과가 크다는 의견이 있었고, 일본의 경우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간판에 대한 건물주의 의지를 높이 사 “생각 있는 건물주 간판”상으로 결정했다. 소수의견으로 “기특하신 건물주 간판” “훌륭하신 건물주 간판” 등이 있었다.

”?”간판별동대는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면서도 어떤 기준으로 수상작을 뽑아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시민대표로서 임하는 첫번째 심사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심사회의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진지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수상작의 상 이름을 재미있게 지으면서 종종 웃음바다가 연출되기도 하고, 후보에 올라온 ‘종로福떡방’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 최범 소장의 ‘종로福떡방’ 단팥죽에 얽힌 추억담을 듣기도 했다.

최범 간판문화연구소장은 ‘9월의 간판’ 심사를 지켜보면서 “심사과정이 학습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간판별동대를 독려했다. 김영배 사인디자이너는 “지금까지 본 간판의 50%는 불법간판이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불법유무에 관계없이 심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직 우리 간판이 그 모습을 바꿔나가야 할 지점이 많고, 간판별동대가 뽑는 ‘이달의 간판상’이 의미있는 시작이 될 것임을 시사해주는 발언이다. ‘9월의 간판상’은 간판별동대원 (이재준, 허승량, 이병수, 정의현, 오수진, 김현기, 원숙영) 등 총 7명이 참석하여 심사했으며, 운영위원으로는 최범 간판문화연구소장, 김영배 사인디자이너, 김영미 교수가 참관하였다. ‘10월의 간판’은 10월에 <대한민국 좋은간판상>에 올라온 간판을 대상으로 11월 말에 결정될 예정이다.

* 더 자세한 내용은 <대한민국 좋은간판상> www.ganpansang.org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