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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모의 국회를 디자인하자

정연주 전 KBS 사장은 감사원이 특별감사 과정에서 자신의 비리를 찾기 위해 동네 슈퍼마켓까지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 운전기사를 불러다 몇 번씩 조사를 했고, 법인카드를 이 잡듯 뒤졌으며, 제가 사는 아파트 주변의 슈퍼마켓까지 조사했다는 얘기도 들렸다”며 “그런데 아무리 털어도 제 ‘개인 비리’가 나오지 않았던 모양”이라고 전했다.

감사원의 이런 감사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감사원법은 감사원이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여 행정운영의 개선’을 추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운영을 개선하기 위해서 동네 슈퍼마켓까지 뒤지는 감사관의 열혈정신은 감사원의 표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감사원이 모범적인 자세를 보였는데 감사원의 위상이 높아지기는커녕 감사원을 바라보는 세상 눈초리가 곱지 않다. 명색이 독립된 지위인 감사원이 살아있는 권력에 약하고 힘이 없는 곳에 강해 이렇게 슈퍼마켓까지 뒤지는 감사를 당하는 곳은 영락없이 정권에서 버림받은 곳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빈약한 국회 감사


감사원이 국회를 감사한 사례를 보자. 2002년부터 2008년까지 7년 동안 감사원은 결산검사 등 4번을 감사했고 3년간만 감사 지적사항을 내놓았는데 감사내용이 질과 양 모두 빈약하다.
2002 회계연도에 감사원은 헌정회가 전직 국회의원에게 지급하는 65세 이상 연로회원지원금의 지원근거가 명백하지 않고, 지급대상자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하여 지원금을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였다. 2008년 8월 현재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은 811명이고, 이들에게 매달 100만 원을 지급하는 예산은 2007년도에 89억 원이였다.

그런데 사회양극화 현상은 국회의원이라고 비켜가지 않아 의원들도 ‘잘사는 전직’과 ‘못 사는 전직’으로 나뉜다. 지금 지급 규정대로라면 몇 조 원대 재산가인 정몽준의원이나 백억 대 이상의 빌딩을 가진 의원도 월 1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감사원은 이런 불합리한 점을 고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적하였으나 국회 사무처는 지금까지 태연하게 감사원 지적사항을 무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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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2003년 감사에서 ‘국회도서관 보존 서고동 건립사업 추진 부적정’ 등 3건을 지적한 후 2006 회계연도 감사에서 특근 매식비 집행이 부적정하다는 곁가지만 지적하면서 동면에 들어갔다. 2007년 기준 3800명의 직원에 3900억을 쓰는 국회가 아무런 탈 없이 ‘투명한 행정운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과연 힘 있는 기관의 특수 활동비와 국외여행은 투명한가?


감사원은 2007년 6월, 행정관서의 공무국외여행이 허가받은 계획과 다르게 부당하게 시행하는 사례가 많고, 회계규정을 위반하는 일이 많다는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국회는 과연 깨끗하고 투명하게 공무국외여행을 하고 있는가?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감사원은 힘 있는 국회와 청와대 비서실의 공무국외여행실태부터 이 잡듯이 조사해야 할 것이다.

2007년도 국회 예비금은 13억이다. 대법원이 8000만 원인데 비하면 16배나 되는 돈이다. 헌법재판소는 2500만 원에 불과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억 7300만 원이다. 국회는 이 돈을 몽땅 특수 활동비로 썼다. 다른 기관들은 직무수행경비나 운영비,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다. 예비비인 예비금조차 특수 활동비로 쓰는 국회의 강심장이 놀랍다.

이한구 의원은 2006년 11월, 지난 5년간 청와대의 특수 활동비가 모두 1144억 원에 달하고, 국무총리실 64억 원, 국회 35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회의 특수 활동비는 5년 간 103%가 늘어났다.

2007년 국회의 ‘세입세출결산보고서’를 보자.『1031세항(단위사업) 위원회운영』의『240목 특수활동비』에서 30억을 썼다. 특수 활동비는 ‘특정한 업무수행 및 사건 수사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편성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국회 등의 특수 활동비는 이 같은 규정과 별로 관련이 없는 사실상의 편법예산이다.


국회와 감사원 모두 기관의 명예를 걸자


감사원은 2007년 5월 국회에서 감사를 청구한 국정홍보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가청소년위원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 4개 부처의 특수 활동비 실태 감사를 발표했다. 당연히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제 감사원은 이런 만만한 기관 대신 국회와 청와대, 총리실의 특수 활동비 실태를 조사하고 만천하에 공개하자. 그러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호시절을 잃은 국회도 가만있을 수 없다. 국회는 감사원이 왜 다른 공기업은 정연주 사장처럼 동네 슈퍼마켓까지 뒤지고 해임건의를 하는 성실한 감사를 하지 않았는지 하나하나 따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국가기관이 자신의 명예를 걸고 포연 자욱한 전투를 벌이자. 그렇게만 한다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국민이 바라는 ‘투명 사회’는 성큼 다가올 것이다.

감사원이여, 국회를 매우 쳐라! 국회여, 역시 감사원을 매우 쳐라!

* 이 칼럼은 여의도통신에 함께 게재했습니다.


”사용자 정광모는 부산에서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10여년 일하며 이혼 소송을 많이 겪었다. 아이까지 낳은 부부라도 헤어질 때면 원수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인생무상을 절감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국록을 축내다 미안한 마음에 『또 파? 눈 먼 돈 대한민국 예산』이란 예산비평서를 냈다. 희망제작소에서 공공재정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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