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마을의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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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관클럽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모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모임입니다. 지방자치 현안 및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루는 격월 정기포럼을 개최하며, 매월 정기포럼 후기 및 지방자치 소식을 담은 웹진을 발행합니다. 월 2회 진행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자치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과거 인천항만의 배후도시로서 인천 발전을 주도했으나, 신도시 개발 흐름에 따라 도시기능이 쇠퇴하면서 낡은 주거지만 남아 구의 대부분이 재개발 지역인 인천광역시 동구, 이젠 거듭날 일만 남았다는 동구가 ‘밝은 도시 행복한 나눔, 변화’를 내걸고 새롭게 발돋움하고 있다.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으로 동네가 살맛나는 공간으로 살아나고, 이웃과 나누는 정서를 살려 나눔 복지 공동체를 실현하고 있다. 조용하지만 내실 있게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조택상 인천시 동구청장을 만났다.
[##_Gallery|1073919504.jpg|인천시 조택상 동구청장|1250267950.jpg|(좌)인천시 조택상 동구청장 (우)희망제작소 윤석인 소장|width=”400″ height=”300″_##]

윤석인 소장(이하‘윤’): 목민관클럽 회원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조택상 구청장(이하‘조’): 목민관클럽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인천시 동구청장 조택상입니다. 동구청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사실 구청장에 당선되고 취임 직후에는 목민관에 대한 특별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목민관클럽에 가입하고 활동하면서 목민관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행정 경험이 없는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진보정당 출신입니다만, 사실 목민관클럽 회원들이 다 진보적 가치를 가지고 계시고,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이런 좋은 내용은 단체장뿐만 아니라 기초의회 의원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아무튼 지면을 빌어 목민관클럽 회원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또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지자체 통합논의와 같은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공동대응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서로 함께 하는 목민관 클럽이 되었으면 합니다.

인천의 시발지, 동구

윤: 인천 동구 재정규모가 1,300억 원 수준이지요? 전국 자치구 중에 상당히 작은 규모인데, 동구가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 인천시 동구는 지금은 인구가 8만 명에 조금 못 미치고 전국 69개 자치구 중 4번째로 작은 구이지만 한때는 인천의 시발지로서 큰 도시였습니다. 역사적으로는 선사시대 유물인 작은 돌도끼나 빗살무늬토기, 돌화살촉 등이 발견된 곳이며, 구한말에는 서양에 처음으로 문호를 개방하여 근대문물을 받아들인 곳이기도 합니다. 19세기 말 인천은 동구와 중구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중구는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곳이었지만 동구는 순수하게 조선인들이 살았던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현재 화수동 128번지 일대 화도진은 1882년 조선의 대신 신헌과 미국의 슈펠트 제독이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맺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오랜 역사 속에서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한 곳이라 주민들이 순수하고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습니다. 도시이지만 이웃과 서로 나누는 시골 정서가 아직도 살아있는 곳이고,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나누는 미덕이 있습니다. 이러한 정서를 잘 살려서 쇠퇴한 원도심을 재생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윤: 인천 동구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요?

조: 드러내놓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제가 태안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인천에 올라와 공장을 다니면서 야학을 다녔습니다. 진흥요업이라는 도자기 공장을 다니면서 송림동 239번지에 살았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공장을 두루 다녔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전문대를 1년 다녔는데 돈이 없어서 계속 학업을 하기는 어려웠고요. 그래서 도피 겸 군에 입대했습니다. 제대 후 광주, 대구 등 전국을 돌면서 일하다가 과거 인천제철이었던 현대제철에 들어가게 된 것이지요. 당시 제철공장은 일자리가 많았던 시절이라 수시로 들고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먹고 살기 위해 잠깐 다닌다는 것이 27년을 다녔어요. 결국 여기 인천 동구에서 밥 먹고 살았습니다.

권한은 미미, 책임은 무한

윤: 민선 5기도 벌써 임기 절반을 넘었습니다. 취임 당시 첫 마음과 현재 심정은 어떠한지, 간단한 소회와 지난 2년간 구정의 원칙과 비전, 주요 성과들을 소개해 주시지요.

조: 먼저 지난 2년을 돌아보면서 소회를 밝힌다면, ‘단체장의 책임은 참 무한하구나. 그런데 주어진 권한은 참 미미하다’는 것인데요. 그것을 2년 만에 터득했습니다.(웃음) 단체장에게 모든 민원이 집중되는데, 사실 자치구 단체장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미약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당장에 이러한 한계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지방분권, 지방자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지난 2년이 상당히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입니다. 자화자찬하는 것이 좀 부끄럽습니다만, 제가 5개 분야 29개 사업을 공약했는데, 19개는 완료되었습니다. 나머지 10개 사업도 1개를 제외하고 9개는 추진 중에 있습니다. 금년 말이면 95% 정도는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사업 하나는 정부와 시와 연계되어 있는 것이어서, 중앙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끝내 지키지 못할 수 있는 것이고요.

완료된 19개 사업은 이것저것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큰 공약으로 2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제철소에서 쇠를 녹이고 남는 열을 회수하여 지역의 어려운 주민들에게 난방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인데요. 멋있지 않습니까!(웃음) 또 하나는 우리 구에는 정말로 어려운 주민들이 많은데, 희망기금을 만들어서 이들에게 사채를 쓰지 않도록 무담보 대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취임 후 이 2개의 공약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1년 동안은 진행이 잘 안되고 답보상태였습니다. 그러자 의회에서는 “구민 사기극이다. 2개 공약은 구민들에게 사죄하고 빼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뭐 벌써 그러냐. 내가 끝가지 추진해 볼 테니 기다려 달라.”고 했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2개 공약을 비롯하여 지난 달 준공식을 가진 만석?화수부두 수산물 직매장 및 유통물류센터 준공, 송림 지하보도 개선사업 등이 완료되었습니다.

버리는 열도 다시 보다

윤: 현대제철 폐열 재활용 사업, 아이디어가 독특합니다. 구청장님의 경력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어떤 내용인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지요.

조: 처음 공약은 폐열을 활용하여 저소득 주민들에게 난방을 공급하는 것이었는데, 알고 보니 행정의 한계 때문에 실현이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폐열을 이용한다는 것까진 좋았는데, 그것을 구체화시키는 전략에서는 세부적인 검토가 부족했습니다. 당초 구상으로는 열병합발전소를 지으면 될 것이고, 현 정부가 저탄소녹색성장을 정책으로 하고 2010년 1월에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도 시행되니 그 법에 근거해서 중앙정부의 지원이 될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죠. 그래서 자신감을 가지고 추진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 정부의 저탄소녹색성장 정책에 폐열 재활용이 빠져 있는 것이에요. 자동차에서 배기가스 감축은 저탄소에 해당하는데, 1500도에서 쇠를 녹이고 남은 폐열을 재활용하는 것은 왜 저탄소가 안 되느냐 말이죠. 그래서 중앙정부를 계속 설득하고 청와대, 총리실 등에서도 왔다는 갔는데, 결국 10원짜리 한 장 못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의회에서는 더더욱 “이거 사기 쳤다”고 난리를 치는 겁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습니다. 현대제철을 직접 설득하기 시작했죠.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도 자기 책임과 대응을 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열병합발전소를 지어 폐열을 회수해야 한다.”고 했죠. 그렇게 설득해서 현대제철에서 열병합발전소 4기를 설치하기로 했고, 2013년 말까지는 1기?2기가 완공되며, 2014년 말까지는 3기?4기까지 완공되는데, 여기서 나오는 전기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우리 구에 기부하는 것으로 MOU를 체결하였습니다. 이제 기다리면 됩니다.

윤: 그러니까 열병합발전소를 당초 정부 지원으로 하려고 했는데, 현대제철을 설득해서 사회공헌 사업으로 한 것이네요. 열병합발전소 1기 건설에 비용이 얼마나 소요되나요? 예상 수익은?

조: 1기에 160억 원 가량 들어갑니다. 4기니깐 640억 원 정도 소요되죠. 지난번 브라질 리우+20 회의에서도 나왔던 이야기입니다만, 이제 기업들도 저탄소 정책을 안 받아 들일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지요. 이들 4기의 발전소가 완공되어 가동되면 약 10억 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수익금은 전액 저소득층 복지를 위해 사용될 것입니다.

사채의 덫을 걷어내다

윤: 두 번째 큰 공약이 ‘희망기금’을 만들어서 저소득층 소액대출을 지원하는 것이지요? 어떻게 운영하는 것인지, 현재까지 대출 실적은?

조: 희망기금은 당초 100억 원 규모로 조성하겠다고 공약을 했는데, 막상 100억 원 기금을 마련하자니 정부 출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매우 어려웠습니다. 이 사업 역시 관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득을 많이 했죠. “당신들은 인천 동구에서 세계적 기업이 되는 동안 지역주민들은 여전히 어렵게 살고 있지 않느냐. 기업들이 지역사회를 위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보자”고요. 그렇게 설득을 해서 기업이 60억 원을 출연했습니다. 올해 6월 1일부터 대출업무를 시작했는데, 대출 조건은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 6개월 이상 동구 거주민에 한해서 대출을 합니다. 의회에서는 노숙자에게도 대출을 해 줄 것이냐고 하지만 저는 정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문을 열어놓고 싶었는데, 은행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하며 회수도 고려하다보니 약간의 제한 조건은 있습니다. 운영방식은 기금을 은행에 맡겨서 은행 대출금리 년 11.5%중 3%만 대출자가 부담을 하고 나머지 8.5%는 기금의 운용 수익과 구에서 보전을 해주는 방식입니다. 리스크를 감안하여 500만 원 한도 내에서 빌려 주는데, 지난 한달 간 3억 원 가량 대출이 되었다고 합니다.

윤: 상환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은행이 이자 11.5%를 다 받습니까? 은행도 사회공헌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조: 상환조건은 6개월 거치 3년 상환입니다. 은행은 대출업무를 대행하고요. 리스크 발생에 대해서는 은행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사실 신한은행에서 우리 동구 사업을 위해 전국 최초로 따뜻한 금융이라는 별도의 대출 상품이 나왔습니다.

요즘도 중소기업 등에서 조금씩 기금을 기탁하는데, 제가 취임 후 관내 대기업들이 사업을 리모델링하거나 물품을 구입할 때 우리 구 종소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토록 제안했습니다. 그러니깐, 중소기업들이 고맙다고 그 보답으로 우리 구를 위한 사업에 더 열심이지요. 그리고 새마을 단체나 구청 직원들, 일반 단체들뿐만 아니라 제가 속해 있었던 노조에서도 기금을 기탁하였습니다.

윤: 동구에는 장학재단이 없는지요? 타 자치구에서는 대개 장학재단을 통하여 장학금을 지원하는데, 특이하게 동구에서는 직접 기부활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조: 그렇습니다. 우리 동구에는 아직 장학재단이 없는데, 대신 구 재정과 릴레이 기부를 통해 다양한 지원을 합니다. 동구에는 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작년에는 대학 입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였습니다.

윤: ‘행복나눔 릴레이 사업’을 통해 지역 내 나눔문화를 활성화 하고 계신다고요. 장학사업만 하는 것은 아닐 텐데, 그동안 진행된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해 주시지요.

조: 행복나눔 릴레이 사업은 없는 사람들끼리 라면 하나라도 나누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지역의 상인이나 덕망 있는 유지, 뜻있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기탁을 합니다. 기부금을 통한 직접 기부 외에도 물품기부, 봉사기부, 교육기부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를 이어가는 사업인데요. 지난 한 해 동안에만 300여 건의 크고 작은 기부가 이루어졌고, 총 22,000여 명의 지역 소외계층에게 작은 행복이 전달되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하고 있고, 기탁한 물품은 푸드마켓 1,2호 점에 두고 무료로 나눠주고 있습니다. 지금도 릴레이 사업이 계속되고 있는데, 개인의 1만원 기부릴레이부터 중소기업의 수백만 원에서 오천만 원까지 기부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우리 동구의 어려운 이웃끼리 서로 나누는 문화를 더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 구호를 ‘행복한 나눔’이라 했는데, 많은 구민들이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윤: 다양한 형태의 ‘행복한 나눔’이 나타나고 있군요. 이 기금에서 대학생 장학금 지원만 하는 것은 아닐 텐데요. 기부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요?

조: 릴레이 기부를 통해 조성된 기금은 돈으로 환산하면 약 7억 원 정도 됩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운 수치인데,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따뜻한 정이 살아 있는 동구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장학금으로는 대학생에게 매년 2회, 고등학생 등은 별도로 지원합니다. 장학금은 관내 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2억 정도 소요되고 나머지는 취약계층 긴급지원이나 서민들의 먹거리 지원, 푸드마켓으로 나갑니다. 앞으로도 행복 나눔 릴레이 기부 사업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기부 활동을 발굴하여 일 년 내내 훈훈한 온기가 감도는 동구를 이끌어 가려고 합니다.

윤: 인터뷰 전에 미리 둘러보았는데, ‘송림동 아뜨렛길 사업’ 이름도 재미있고, 거의 버려졌던 지하 공간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게 하셨는데요.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소개해 주시지요.

조: 사실 그것은 공약사항은 아니었는데, 선거운동 기간 중에 버려져 있던 지하상가 공간을 보니 바닥에 물이 차고 상태가 매우 안 좋았습니다. 취임 후 제일 먼저 그것을 왜 이렇게 방치해 두었냐 했더니, 10여 년 전에 조성을 했는데 물기 때문에 도저히 다른 용도로 활용할 만한 것이 못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관리비로는 연간 1억 9천만 원이 나간다고 해요. 아니 별 쓸모도 없는 공간에 그 돈을 들이고 있냐고, 그냥 막아버리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했죠. 그래서 물 때문에 안 된다고 하니 물을 이용하는 수영장을 만들려고 했다가 오거리에 수영장을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겠다, 그러면 홍수 조절용 지하 물탱크로 하자고 구상했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았어요. 나중에 직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공모를 했어요. 좋은 아이디어 내면 해외연수 보내준다고 했죠.

그래서 나온 것이 식물원이었는데, 습기가 있으니 식물원은 잘 될 것 같다고 해요. 최종적으로는 식물원도 좋지만 단순히 구경거리이고 유지비만 많이 드니, 식물원과 비슷하지만 한 사람분이라도 먹을거리가 나오는 식물공장으로 하자고 했어요. 그랬더니 구의회와 시의회에서 반대가 심한 겁니다. 반대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고의 차이인데 채소를 키운다는 것은 토지가 있어야 하고, 흙이 있어야 하고 햇볕이 있어야 하는데 지하에서 어떻게 식물을 키우겠느냐, 지하에는 콩나물을 키우는 것이 딱 맞다는 것이죠.

지하 전체 면적이 980평인데, 처음에는 통로만 빼고 전체를 식물공장으로 하려다가 의회의 반대가 심해서 현재 식물공장 ‘다랑채’ 규모인 58평, 3층으로 조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장인 제가 하도 하겠다고 하니깐, 의회에서 예산 낭비 등 우려가 있으니 규모를 줄여서 하자고 해요. 그래서 저는 “안 했으면 안 했지 줄여서는 못하겠다. 다만 모두가 반대하니 주민총회를 하자. 의장은 반대를 하고 나는 찬성을 하겠다. 주민총회를 통해서 이기는 사람의 의견을 따르도록 하자”고 했죠. 그래서 현재 조성된 다랑채 사업에 대해 의장과 제가 토론을 하고나서 찬반을 묻는 주민총회를 했는데, 제가 100:0으로 이겼습니다.(웃음)

주민총회를 통해서 100:0으로 이기니깐 참 스릴이 있었는데요. 주민들도 처음에는 반대를 했는데 제가 설득을 했습니다. 어떻게 설득했냐 하면, “우리 동구는 침체된 곳으로 뭐하나 자랑하려고 해도 내놓을 게 없다. 옛날 배다리가 어떻고 화도진이 어떻고 이런 거 말고 뭐가 있냐.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그래서 내가 지하에 식물공장을 만들려고 하는데, 전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어서 위험부담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것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만약 잘못되면 청장이 잘못 생각한 것이니 주민들 앞에 사과를 하겠다. 동의한 주민들도 나중에 실패했을 때, 청장이 혈세 다 까먹었네 비판만 하지 말고 청장이 잘 해보려다가 실패한 것이니 함께 사과해 달라. 대신 이것이 잘되면 우리 주민들의 성공이고 전국 최초이기 때문에 전국에서 벤치마킹 올 것이다. 시범으로 남들이 안 해본 것을 해야 뭐라도 되지 않겠느냐. 이래도 못살고 저래도 못사는 것 아니냐. 해보자”고 했어요. 의장은 “혈세 낭비다. 행정이 모험을 할 수는 없다”고 했는데, 주민들이 “청장이 이래도 못살고 저래도 못산다는데, 어디 청장 하자는 대로 한번 해봅시다.”해서 극적으로 동의가 됐어요. 개장을 하고 주민들이 와서 보고는 “와, 잘했다.’ 합니다.

윤: 발상의 전환과 시민의 힘이 합쳐져서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었군요. 아뜨렛길이 언제 완공되었지요?

조: 다랑채는 3월 9일 준공을 했고, 아뜨렛길 준공은 지난 5월 22일 이었습니다. 주민총회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만, 아뜨렛길 준공하고 나서 NHK 월드뉴스에서 2번이나 방영이 되었는데요. 그래서 제가 “어디 인천광역시에서 NHK 월드뉴스에 나간 것 있느냐. 수천억 원이 들어간 송도 신도시가 NHK 월드뉴스에 나갔느냐. 우리 구는 2억 3천만 원 들였는데, 벌써 2번이나 방송되었다. 이 정도면 구정 홍보비는 뺀 것 아니냐” 했습니다. 지역 주민들도 NHK 월드뉴스에 2번이나 방영되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윤: 오거리 지하여서 공간이 넓어 식물공장도 3면에 더 만들 수도 있고, 벤치와 북카페, 전시공간까지 겸하고 있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안성맞춤인 것 같습니다.

조: 그렇습니다. 시원하고 구경거리가 있기 때문에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이 옵니다. 우리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공간에 예전에는 이중문이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제습기 8개를 돌리다가 사람들이 들고 나면서 2개를 줄여 6개를 돌렸는데요. 가만 생각하니 습기가 온도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니깐 이중문을 달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이중문 구조를 만들고 나니 제습기가 2개만 돌려도 돼요. 사람들이 많이 오갈 때는 아예 제습기 가동이 필요 없을 때도 있고요. 저도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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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아뜨렛길, 아주 재밌는 사례였습니다. 다음 공약사업 성과 중 하나가 만석?화수부두 개발사업인데요. 현재 어항구 지정은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석?화수부두는 어떤 곳인지, 개발사업은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 주시지요.

조: 만석?화수부두가 어항구로 지정이 되면서 개발사업에 따른 국비지원을 신청할 수 있고, 무엇보다 수산물 위판장 및 직판장이 설치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만석?화수부두는 역사적으로 인천 최초의 어항구이자 최초의 어시장입니다. 연안부두와 소래포구가 만들어지면서 폐쇄가 돼버렸는데,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60-70년대 삶을 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동안 많은 정치인들이 개발공약을 걸었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고, 금번에 제가 이것을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1년 동안 여기에 매달리면서 어항구로 지정을 받고, 만수부두는 직판장으로, 화수부두는 위판장으로 개발하고 주변 도로를 넓히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화수부두는 일부 주민이 토지 수용에 반발하여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데, 만수부두는 도로, 주차장 조성 등이 완료되어 약간의 기반시설만 보충하면 9~10월 즈음 꽃게 축제와 생새우 축제를 시작으로 활기를 띄게 될 것입니다. 사실 화수부두는 예전에 새우젓과 새우 위판장으로 입지가 좋기 때문에 소래포구의 생새우들은 여기로 옮겨올 것으로 기대 합니다. 그러면 어민들의 소득증대와 예전에 부두 주변에서 생선 장사하시던 노인들이 좌판을 다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윤: 만석부두와 화수부두를 엮어서 60년대 삶을 재현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은 어떤지요? 두 곳의 거리는 어느 정도인가요?

조: 두 부두 사이가 1km 정도로 멀지 않습니다. 특히 화수부두 인근은 마을도 많지 않아서 시범사업으로 마을가꾸기 사업을 진행하려고 예산과 조례를 제안해 놓았는데요. 아직도 대다수 사람들은 재개발하면 모두 밀어버리고 아파트를 올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시범적으로 다른 개발도 가능하구나 하는 사례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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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만석동 공동작업장 조성사업이라는 것이 있던데, 어떤 내용인가요?

조: 만석동 일대에 쪽방촌 이라고도 하고, ‘괭이부리마을 아이들’이라는 책으로 소개되면서 그 배경지로서 유명한 곳이 있습니다. ‘괭이부리’는 예전에 이곳이 고양이를 닮은 섬마을이어서 붙여진 이름인데, 그 지명이 남아서 괭이부리마을이라고 합니다. 당초 쪽방촌은 274세대인데, 제가 재개발을 한다고 하니 최근 334세대로 늘어났습니다. 그나마 274세대 중에 자기 집으로 거주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곳으로 취약계층이 모여 사는 곳이지요. 274세대 중에 절반이 기초생활수급자이기 때문에 이곳을 기존 방식대로 재개발하여 그분들이 보상받고 떠나게 되면, 아마도 대부분 노숙자 될 것입니다.

이곳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작년 4월 행정안전부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에 공모하여 선정되어 현재 설계용역 중입니다. 기본 구상은 공동작업장을 만들어 저소득 주민에게 일자리와 삶의 활력소를 제공함으로써 현재 터전을 보전하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지요. 공동작업장은 160평짜리 4층 건물 1개와 100평짜리 2층 건물로 2개를 지을 예정입니다. 9월부터는 공사를 시작할 생각인데, 여기 일부를 철거하고 98세대가 입주할 수 있는 임대아파트를 우선 건립할 것입니다. 98세대가 임대아파트로 이주를 하면 자투리 땅이 나올 텐데, 그곳은 지역주민들에게 필요한 공원 등 문화 공간으로 개발하고, 나머지는 리모델링하여 기존 주거지를 남겨두려고 합니다. 공동 작업장에는 고추장, 된장, 두부, 콩나물공장과 핸드폰 조립작업장, 쉼터와 체육시설 등을 설치하려고 합니다. 공간이 꽤 넓기 때문에 사회적기업도 몇 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윤: 기존 원주민이 쫓겨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재개발이군요. 또한 지역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는 마을 만들기 방식으로 추진하니 기대가 됩니다. 전체 비용은 얼마나 소요되고,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는지요?

조: 행안부 공모사업으로 50억 원이 지원되고 인천시가 50억 원, 우리 구 예산이 20억 원, 총 120억 원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작년에 결정된 사업인데, 행정에서 추진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시에서 관련 절차를 진행하느라 아직도 시작을 못하고 있습니다. 9월은 되어야 첫 삽을 뜰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행정절차 외에도 몇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요. 이곳은 화장실도 없는 곳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터전입니다. 일부를 원형으로 보전하여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삶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는 장소로 활용하고자 하는데, 쪽방촌 일부를 개방하여 체험촌으로 만들고 거주민들이 운영을 맡음으로서 일자리도 만들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은 찬성을 하는데, 시민사회운동가들이 사생활 침해라며 반대를 해요. 저는 이 사람들이 먹고 살 방법을 이렇게라도 마련해야하는 것 아니냐 하는데, 이것 때문에 싸움도 많이 했습니다.

윤: 마을을 단장하고, 카페도 만들고, 일부 공간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체험촌으로 만들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조: 그렇죠. 이탈리아 피렌체 같은 곳을 가도 조그만 동네 골목길을 들어가면 광장이 나오지 않습니까. 우리도 그와 유사하게 쪽방촌의 좁은 골목을 들어가면, 내부에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넓은 마당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는 외부에서 온 사람, 내부 사람들이 모여서 놀고 어울리다 보면, 쪽방촌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활기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쪽방촌의 1/3은 공동작업장 등으로 개발하고, 1/3은 체험촌, 1/3은 원형그대로 주거지로 남겨두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여기 주택에는 개별 화장실도 없고 공동화장실만 6개 있습니다. 그동안 재래식 화장실이 악취가 심하고 건물도 노후했었는데, 화장실이 구 소유여서 얼마 전 현대식으로 전부 개선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그곳에서 제일 새 건물은 화장실이 되었습니다. 이름도 ‘행복이 있는 화장실’로 붙였는데요. 화장실 건립을 시발점으로 쪽방촌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윤: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주거환경 개선이 되겠군요. 또 다른 공약을 보니 동네마다 도서관을 설치하겠다고 하셨는데 현재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요? 

조: 동구가 워낙 낙후한 지역이라 그동안 구립 도서관 외에는 도서관이 없었습니다. 2010년부터 각 동마다 하나씩 도서관을 만들어서 지난 달 개관한 화수동 ‘해맑은 도서관’까지 현재 12개를 설립하였고요. 12개 중에 3개의 작은 도서관은 구립 송림도서관과 연계하여 도서 통합관리시스템을 도입하였고, 나머지 9개도 곧 도입할 예정입니다.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구민들이 누구나 어디서든지 손쉽게 책을 빌려보고 반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울러 작은 도서관의 운영에 지역주민들이 참여함으로써 도서관 이용을 활성화하고, 지역주민의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통합관리시스템 이야기가 나와서 덧붙이자면, 요즘 정부정책의 대세가 U-city 개념이잖아요. 우리 동구에는 독거노인이 많아 보건복지부의 U-care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합니다. 초기 시설 설치비를 구에서 부담하면, 연간 운영비의 70%는 국비에서 지원해 줍니다.

지금 인천시는 광역사업으로 ‘사랑의 안심폰’ 사업을 하고 있는데, 말이 좋아 안심폰이지 몇 천 명 되는 사람들을 직원 몇 명이 일일이 전화해서 어떻게 건강상태를 알 수 있겠습니까. 전화 안 받는다고 어디 찾아 갈 수나 있습니까. 불가합니다. 반면 U-care 시스템은 각 가정에 활동감지, 화재감지, 가스 누출감지 센서를 부착하고 이를 통합관제센터에서 관리하는 방식인데요. 화장실 같이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곳에 활동감지 센서만 달아 놓으면, 집안에 움직임이 있는지 없는지 원격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죠. 만약 움직임이 없으면 전화를 해보고, 그래도 확인이 안 되면 바로 방문하여 안전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그래서 제가 이 사업은 의회를 꼭 설득해서 올해는 도입하려고 합니다.

아울러, 음식물 쓰레기 수거도 유비쿼터스 개념을 도입하려고 하는데요. 벌써 일부 지자체에서 음식물 쓰레기 수거에 활용하고 있는데, 자동방식은 오류가 많다고 해서 우리 구는 우선 수동으로 운영해 보려고 합니다. 이 방식은 음식물배출량에 따라 쓰레기 처리 비용을 부과하는 것인데, 이것이 제대로 시행되면 음식물 쓰레기양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불러줘서 고마워요.”

윤: 고령화 대책으로 동구에서는 어버이날 행사와 연계하여 ‘노인 참여예산 한마당’을 진행하였다고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된 것인지요? 노인 참여예산 한마당에서 제안된 사업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조: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제가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의 의견이나 현장의 목소리를 잘 수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관내 거주 노인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드리고자 노인 참여예산제를 도입했죠. 앞서 말씀드린 만석동 공동작업장이 노인참여예산에서 제안한 것이고요. 그동안 많이 제기된 문제이지만 별다른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기도 한데, 보도블럭 리모델링 사업도 노인 참여예산제에서 제안된 것입니다. 어르신들이 멀쩡한 보도블럭들이 교체되는 것을 보면서 그것을 우리에게 넘기면 저렴한 비용으로 잘 관리하겠다고 하셨어요. 보도블럭이 두꺼운데 그게 닳아서 못 쓰는 경우는 별로 없지 않느냐, 빠진 곳이 있으면 끼워 넣고 균형이 맞지 않으면 잘 맞추고, 페인트칠도 예쁘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제안을 받아서 시범사업으로 1킬로미터를 1천만 원의 예산으로 진행했는데, 4-5억 원 들여서 전면 교체한 곳과 비교해도 전혀 나무랄 데가 없어요.

이런 아이디어들이 어르신들에게서 나왔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르신들이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거예요. 제가 가면 엄청 반가워하십니다. 우리 노인들에게도 기회를 줬다 이거죠. 우리 노인도 쓸모없는 인간이 아니라 구청에서 우리에게 의견을 내달라하고, 제안된 의견에 대해서는 바로바로 답변해 주니 사업을 못해도 좋다 이거에요. 그런데 제안한 사업까지 척척 진행되니 얼마나 좋겠어요. 노인들은 구청에서 자신들이 제안한 사업을 받아들여서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고 해요. 그동안 공원에 앉아서 술 마시며 지나가는 이야기로 했던 것들이 진지하게 토론하고 사업으로도 연결되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청소년 참여예산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존감 회복 프로젝트, 청소년 참여예산

윤: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참 특별한 참여예산제 방식입니다. 그러면 청소년 참여예산제도 별도로 운영하나요?

조: 부문별로 해서 청소년 참여예산제도 따로 운영합니다.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정책을 제안하는데, 저도 참여합니다. 청소년 참여예산제는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자신감을 키우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회의를 진행할 때 처음에는 마이크를 잡은 손도 떨리고 목소리도 많이 떨리는데, 지금은 농담도 하고 아주 능숙하게 잘 합니다. 청소년 참여예산 참여 인원이 60여 명이 되는데, 참여 학생들이 늘어서 장소가 좁아서 못할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청소년 참여예산제에 참여하는 친구들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고 합니다. 나의 생각이 구정에 반영된다고 하니, 다들 자신감을 회복하고 더 열심히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돈이 드는 일도 아니고 청소년들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서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많이 다닙니다.

사회적기업 ‘나누리 건설’이 잘 나가는 이유는?

윤: 사회적기업 활성화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건설 쪽에 사회적기업을 만들어서 취약 계층, 노숙자들을 위한 사업을 하신 것이 있지요?

조: 우리 구에 사회적기업이 19개가 있는데, 제가 취임 후 18개를 만들었습니다. 오늘 의회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 18개 사회적기업을 통해 96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고 합니다. 이것도 과정이 재밌습니다. 제가 취임 후부터 눈, 비가 오거나 특별한 행사가 있지 않으면 매일 2~3시간씩 동네를 걸어 다닙니다. 그렇게 걷다 보니깐 동네에 멀쩡한 건물인데, 창문도 깨지고 사용하지 않고 버려진 건물이 있어요. 그래서 누가 주인이냐고 조사해달라고 했더니, 알고 보니 구청 건물이라고 해요. 대지가 200평에 2층 건물로 400평인데, 그것을 방치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바로 담당자 불러서 도시가 어둡다고 하는데, 구청이 주범 아니냐고, 당장 리모델링 계획 세우라고 했죠. 그래서 3억 2천만 원 들여서 사무실 만들고, 사회적기업들을 입주시켰습니다. 그랬더니 주변에 있던 칼국수집이 대박이 났어요. 구청에서 건물을 방치할 정도면 그 동네가 어느 정도인지 알만하죠. 그런 곳에 사회적기업 직원만 최소 96명이 들락날락하니, 그 주변이 금방 활기를 띄기 시작할 것 아니겠습니까.

18개 사회적기업 중에 나누리 사업장이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분들이 자활에서 교육을 받고 건설업 사회적기업을 만들었어요. 아직 건설 면허가 없어서 요즘 면허 취득한다고 공부하고 있는데, 이것만 해도 엄청난 변화 아니겠습니까. 처음에는 2명이 시작해서 지금은 6명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구에서 발생하는 자잘한 사업들은 그분들에게 맡기죠. 사회적기업도 업체가 많아지니, 업체들끼리 정보가 공유되어서 서로 일을 나누고 있어요.

구내식당도 사회적기업입니다. 예전에 GS에서 위탁했는데, 금액을 올려 달라 합니다. 그래서 이거 잘 됐다 싶어 금액을 인상해 줄 수 없다 했더니 이틀 만에 바로 철수를 해요. 그 덕분에 사회적기업 7명의 직원이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분들도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끼니 당 3천 원을 받고 있습니다. 7개월 정도 운영해서 1,200만 원 벌었다고 합니다. 이분들은 이 돈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기금을 만들어서 자활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 다른 사업을 할 때 종잣돈으로   지원해 줍니다. 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 구내 동사무소에서 좌변기를 고쳤는데 30만 원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의회에서도 좌변기가 고장이 나 고쳤는데 나누리 건설에서 7만 원에 고친 거에요. 그것을 우연히 의원이 보고 난리를 쳤죠. 덕분에 나누리 건설이 장사가 잘 됩니다. (웃음)

윤: 마을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으시죠? 지난해 마을기업공모를 통해 ‘희망 뻥뻥’을 비롯하여 3개 마을기업을 육성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조: 아뜨렛길 카페 옆에 보면 기둥에 뻥튀기 무인판매대가 있는데요. 1봉지 당 1천 원인데 신뢰에 기반을 두어 무인판매를 하고 있고요. 그것이 각 동사무소에 있습니다. 또 하나의 사업은 국을 끓일 때 양파나 마늘 등을 삶아서 국물을 내는데, 아주 간편하게 국물을 낼 수 있도록 국물 티백을 만드는 마을기업을 내줬습니다. 그것이 호평을 받아서 어제 시에서 벤치마킹을 왔다 갔습니다. 아직 홍보가 안 되어 있는데, 국물 티백을 선물세트로 만들어서 우리 관내 기업체가 많으니 추석 선물로 사용하도록 홍보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송현시장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면서 이와 연계하여 골목문화지킴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윤: 2012년 역점사업으로 ‘일자리 창출’을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3천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했는데 어떤 계획인지, 현재 진행 경과는 어떤가요? 공공일자리 사업의 규모가 2천 100개로 적지 않은데, 어떻게 추진 할 계획인지요?

조: 올해는 동구형 공공일자리 및 지역공동체일자리 사업,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2,100여 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해보려고 합니다. 또한 통합 취업정보센터 운영, 취업박람회 개최, 일자리공시를 통해 민간부문에서 900명 이상의 취업자를 배출해 총 3천 개의 일자리 창출할 계획이고요.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과 11월 동국제강, 인천산업유통센터와 양해각서를 체결하였고, 12월에는 현대제철과 한국폴리텍Ⅱ대학, 금년 2월에는 두산인프라코어와 인천인력개발원과 각각 산?학?관 일자리지원 양해각서 체결을 주도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관내 기업에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기업에서 원하는 맞춤형 기술 교육을 실시하여 주민과 기업이 상생하고 발전하는 문화를 조성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관내 기업과의 지속적인 취업지원 협약을 통해 채용인원의 일정 부분을 동구주민 중에 선발하는 지역주민 우선 채용 정책도 정착시켜 나갈 것입니다.

윤: ‘희망복지지원단’ 발족식이 지난 5월에 열렸죠? 보건, 복지, 고용 등 다양한 욕구를 가진 대상자들에게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요. 어떤 조직이며, 어떻게 운영되는지요? 그동안 논의된 내용들은 무엇인지요?

조: 현재 동구는 기초생활 수급자가 약 1,980세대가 있으며 전체 인구의 13%는 노인 인구로 구성되어 있어, 이에 대한 복지시책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올해부터 복지전달체계를 개편하고자 행정조직을 복지자원팀과 희망복지지원팀으로 개편 신설하여 취약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했고, 또 동 주민자치센터의 복지기능을 상담 중심의 기능으로 전환했습니다. 올 4월부터는 희망복지지원단을 발족하여 공적 지원을 받는 세대 이외에 정책 사각지대에 있는 대상자들을 발굴하여, 그들의 복지 욕구를 파악하고 그에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복지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희망복지지원사업 기초 모델 사업은 2010년부터 실시해오고 있는 통합 사례 사업입니다. 이 사업을 통해 그동안 매년 300세대 정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세대가 체납공과금, 월세, 의료비, 집수리, 물품지원 등을 받고 있어요. 앞으로도 취약계층의 욕구를 더욱 세밀히 파악하여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관내뿐만 아니라 관외의 활용 가능한 자원을 적극 발굴하여 더 많은 혜택을 적절하게 지원하고자 합니다.

의회, 이젠 구정의 동반자로 거듭나야

윤: 지난 2년간 구정활동을 펼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조: 사실 구정이 잘 추진되려면 의원들의 마인드도 중요합니다. 얼마 전 브라질 연수에 의회 의원들이 다녀왔으면 참 좋겠다 싶었거든요. 브라질에서 보았던 버려진 것을 재활용하는 지혜, 72시간에 만들어진 꽃의 거리, 사람 중심의 정책, 서민들을 위한 학교 등 이건 것들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예산을 깎는 것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업들을 함께 고민하고 제안해 주었으면 합니다.

윤: 사실 희망제작소가 의원학교도 진행했었는데, 진행과정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연수는 비용의 제한이 있어서 전문가를 동행하거나 질 높은 현지 교육을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집행부에서 적극 지원하신다면 적극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민선 5기가 후반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을 어떻게 꾸려갈 생각이신지요?

조: 앞서 자랑만 하다 보니 이것저것 많이 한 것 같지만, 사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못했다는 아쉬움과 욕심이 자꾸 듭니다. 이제 공약사업은 마무리 되어 가니, 앞으로 2년간은 개인적 욕심이나 정당의 목표 이런 것보다는 정말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업,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발굴하여 해보고 싶습니다.

아울러 꼭 해보고 싶은 것은 주민의식사업이라고 할까요. 질서의식을 확립해 보고 싶다는 생각인데요. 주변에 장사하는 사람들도 보면 누가 인도로 한 발짝 더 나와서 진열해 놓으면 그 옆 사람은 두 발짝 나갑니다. 그런 것을 보면 참 안타까운 생각도 들고, 우리가 기본적인 민주적 시민의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교육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야기하고, 바르게살기협회에서도 말로만 하지 말고 이런 시민적 기본 질서를 지키지 않는 상인들 상품은 불매운동하고 잘 지키는 사람은 애용 캠페인을 벌이자고 합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야 세상이 바뀌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장기적으로는 이런 기본적 의식, 민주적 절차가 자리 잡아야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봅니다.

끝으로, 그동안은 직진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주위를 살피게 됩니다. 앞으로도 더 낮은 자세로 구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함께 할 것 입니다. 아울러 민선 5기가 내용면에서 안정되고 질적으로도 우수한 지방자치였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고, 목민관클럽이 그 중심에 있었으면 합니다. 

진행: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정리: 송정복 (기획홍보실 선임연구원, wolstar@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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