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 인턴 생활을 시작한지 3주도 되지 않았을 무렵 <노란테이블>이란 제법 규모가 큰 행사에 스태프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2달이라는 짧은 인턴 기간에 비하면 3주는 오랜 시간이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고 늘 두리번거리던 때(물론 지금도 두리번거리지만^^) 큰 행사에 스태프로 참여한다는 것이 조금 설렜습니다.
7월 18일 금요일 행사 당일 아침 일찍부터 수운회관으로 희망제작소 연구원들과 33기 인턴들이 모였습니다. 우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시민들이 모여 토론을 할 수 있도록 노란테이블을 예쁘게 차리는 일이었습니다. 행사장 청소를 하고, 집기를 정리하고, 동그란 테이블마다 노란 테이블보를 깔자 어두웠던 수운회관에 개나리꽃이 활짝 핀 것 같았습니다.
행사장 정리를 끝내고 인턴 동기들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더위에 지친 몸에 새로운 기운을 충전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인턴들 모두 저마다 기대감을 안고 있었습니다.
행사 시간이 다가오자 시민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운회관으로 모였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돌발상황이 발생하진 않을까? 넓은 공간이 과연 꽉 찰까? 걱정과 기대가 섞인 마음을 숨김 채 맡은 일을 진행했습니다.
마냥 즐겁고 신나는 마음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는 없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을 할 때, 시민 대표로 인사를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들을 때, 스태프들을 비롯한 시민들은 숙연해졌습니다. 사건 이후 100일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이대로 괜찮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토론 내용을 자세하게 들을 수는 없었지만, 토론에 참가한 시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모여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은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몇 테이블에서는 의자에서 일어나 노란테이블 토론툴킷 카드를 이리저리 옮기며 적극적으로 토론을 하는 광경도 펼쳐졌습니다.
10시가 넘는 시간까지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각자의 약속과 요구를 정하고 서로에게 박수를 쳐주는 모습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마음속에 이런 활동들이 이어지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란 희망이 생긴 것입니다.
다행히도 <노란테이블>은 아무 탈 없이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행사장 뒷정리까지 끝냈더니 어느덧 시계바늘이 11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참여로 희망을 만드는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하루였습니다. 희망제작소의 다양한 활동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나는 희망제작소에서 어떤 일들을 경험하게 될까? 몸은 피곤하지만 후끈한 여름밤 공기마저 상쾌하게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글_ 전여진 (33기 공감센터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