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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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지난 9월 11일(목) 희망제작소 2층 희망모울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농업고수로부터 듣는다” 강연이 열렸다. 강연자로는 국민의 정부 시절 농림부 장관을 지냈던 상지대학교 김성훈 총장이 초청되어 “待望(대망)의 국민농업론”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성훈 총장은 친환경 전도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친환경 유기농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농업 및 자원경제학자로서 학문적 업적을 쌓아왔다.

애그플레이션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

김성훈 총장은 “먼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해답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하며 우리 농업을 둘러싼 국내외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김 총장은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농업 인플레이션)’ 현상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 식량 재고량과 수출물량이 줄어들고 있으며 자원 민족주의의 이름으로 주요 식량수출국의 수출 통제가 이뤄지면서 지난 2년 사이에 국제 곡물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99.8%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가루의 경우, 상급품 밀가루 가격이 상급품 쌀 가격보다 비싼 상황이 되었고, 2004년 WTO 쌀 재협상 결과 쌀마저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나서는 쌀 가격의 하락을 맞이하게 되었다면서 세계적인 쌀 파동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식품 안전성, 식량 안보, 식량 주권

김 총장은 식품 안전성과 관련해 세계 각국에서 각종 질병이 창궐하고 있고 농약과 화학비료의 과다사용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중국과 인도의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육류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데 쇠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 8배의 곡물이 들어가고 있으며 바이오 에탄올의 생산량이 늘어나 미국 옥수수 생산량의 27%는 에너지 생산에 전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기상 이변도 식량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김 총장은 이러한 식품 안전성이나 식량 안보는 자국민이 원하는 식량을 제공할 수 있는 식량 주권(food sovereignty)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한국정부가 제안해서 OECD가 받아들인 개념인 ‘농업의 다원적 공익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농업은 국가와 민족을 형성하기 위해 최소한도로 갖춰야 할 기본조건(National Minimum Requirement)이라는 것이다. 즉 농사라는 것이 있기에 문화와 전통이 유지되고 농업이 있기에 환경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의 협상에서 보는 것과 같이 농업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녹색성장도 껍데기만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혁명적인 농가부채대책이 필요해

김 총장은 귀농한 사람들이 땅을 빌려 유기농 농사를 지으려면 최소한 5년은 가꾸어야 하는데 막상 돈벌이가 되려고 하면 땅 주인이 땅을 다시 달라고 한다면서 유기농업을 하기 힘든 현실을 설명했다. 또한 정부가 육성한 농업인 후계자들이 가장 빚이 많다면서 꾀를 내어 빚을 더 쓰고 이것저것 정부지원 품목을 따라 해보았던 유능하고 부지런한 농가가 십중팔구 먼저 파산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와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막기 위해서는 혁명적인 농가부채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농민들에게 부채 3,000만원 중에서 1,000만원만 탕감해 주어도 건전한 부채를 탕감해 줄 수 있으며 이것은 15조원의 돈이면 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김 총장은 많은 사람들이 농가부채 탕감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라고 이야기하지만, IMF 때 160조원을 들여서 쓰러진 기업과 은행들에게 공적자금을 투여하고 이것의 반도 회수하지 못했지만 아무도 모럴 해저드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농지은행을 한국농촌공사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그 운용하는 돈을 100배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통식품산업의 지연화(地緣化)와 세방화(Glocalization)

김 총장은 발효과학이 가장 발달해 있는 곳이 한국이라고 하면서 서양 사람들은 우유로 기껏해야 치즈, 버터 정도만 만들지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발효시키고 있다고 했다. 식품영양학자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발효식품이라고 하면서 발효식품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전통식품산업이 우리 농업이 WTO 체제하에서 살아남고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길이라면서 “순수 ‘우리 것’을 농가와 마을 수준에서 6차 지연(地緣)산업으로 발전시켜 세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장인 농업, 명인 농업, 명품 농업이 되어야 한다고 밝히며 어메니티(amenity)가 바로 농촌에 있으므로 농촌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자산화하여 도시민들이 와서 돈을 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얼굴 있는 생산, 얼굴 있는 유통, 책임지는 농업은 다름아닌 생산이력제의 정착이며 명품은 다른 것이 아니라 농약, 비료 안써도 당도 높은 과일과 같은 우수한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하면서 농민들이 자기 이름을 붙이고 얼굴있는 농사를 해야한다고 하였다.

또한 김 총장은 이제 정부에 농업에 대한 기대를 하는 것보다 중앙정부의 농정예산을 지방정부로 넘기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면서 세계화의 좋은 점을 받아들이고 지방자치단체가 메워 나가는 세방화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김 총장은 엘빈토플러가 다품종 소량 소비시대가 된다고 말했던 것처럼 소농 구조하에서 품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서 가족농을 농정의 핵심으로 잡고 이러한 전제 하에서 명품, 명인, 명소화 운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용어설명]

* 6차 산업 : 원래 농업이란 단순히 작물을 기르고 가축을 하는 1차적인 생산행위만이 아니라 그 생산물을 저장, 보관, 가공, 수송, 판매하는 2차, 3차 산업분야까지 농민의 영역이었다. 즉 1+2+3=6차 산업라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개개 농가정에서 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엿, 과자, 떡 그리고 젓갈, 순대, 편육, 막걸리, 소주 등을 만들어 나눠 먹던 이들 식품들을 이제 다시 농민 주도로 산업적으로 경영할 수 있어야 한다.

* 지연산업(地緣産業) : 농민생산자들이 이 시대 소비자들의 기호와 식습관을 파악하여 기술개량을 통해 고품질 안전가공식품의 생산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대기업이 가공산업과 외국 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가공유통업이 아닌 농민이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하여 직접 가공과 유통에 뛰어들 수 있는 지연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 어메니티(amenity) : 어떤 장소나 기후 등에서 느끼는 쾌적함을 일컫는 용어.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농촌의 모든 경제적 자원이 농촌 어메니티이다. 서유럽에서는 이러한 농촌 어메니티를 농촌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해 정부의 농업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 세방화(glocalization) : 세계화(globalization) + 지역중심화(localization)의 합성어. 세계통합주의와 지역중심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계질서를 세우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하였다. 세계통합주의·지역중심주의, 동질화·이질화 등 이분법적 대립에 머무르지 않고, 양쪽의 장점을 서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질서 체계로 나아가는 것이 글로컬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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