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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한 걸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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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저는 김수환추기경님과 몇 차례 회식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귀한 인연이었지요. 1980년대 후반 이른바 인권변호사 20여명을 명동성당 옆 수녀회 건물 지하 3층인가에 초청해서 저녁을 대접해 주신 것입니다. 수녀님들이 준비한 아주 깔끔한 뷔페였지요. 지하의 카타콤베 같은 신비한 분위기와 카톨릭의 장중한 분위기에서 회식은 시작되곤 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녀님들이 만드신 밀주였습니다. 이걸 마시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자 술 취한 변호사 한 분이 추기경님께 이런 소리를 했답니다. “추기경님, 2차 갑시다”라구요. 김추기경께서 크게 웃고 실제 2차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당시 양심수들을 위해 변론하던 변호사들을 사랑해 주시던 그 분의 면모가 드러나던 순간이었습니다.

또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답니다. 부천서 성고문사건이 터져 당시 안기부는 “이념적 냉혈녀의 조작”이라고 주장했을 때입니다. 그 당시 저는 조영래, 황인철, 이돈명 변호사님등과 함께 명동성당의 추기경님을 만나서 진실을 설명드리고 그 사건의 희생자로서 감옥에 갇혀 있던 권양을 위로하는 글을 써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추기경님은 기꺼이 우편엽서에 글을 써 주셨고 그것을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물론 이 우편엽서는 인천교도소에 있던 권양에게 보내졌지요)추기경님도 권양과 진실의 편에 서있음을 대외적으로 알리게 되었던 것이지요.

아마도 이런 이야기들은 아직 세상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인데 김추기경님 주변에는 이런 일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이제 그는 가고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 슬퍼하고 아쉬워합니다. 그러나 가신 분을 마냥 그리워하고 망연자실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지금도 그 분이 사랑하고 아끼던 가난한 사람들을 우리가 돕고 그 분이 지키고 찾고자 했던 사회정의를 위해 우리를 실천하고 나서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리하여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인간적인고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세상으로 만들어가야지요.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그런 단체에 회원이라도 가입하는 작은 실천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명동성당 앞에 서있던 수만 명의 인파가 저는 다른 시민단체뿐 아니라 희망제작소 사무실 앞에도 회원가입을 위해 서있는 그런 엉뚱한 상상을 해본답니다.

* 이 글은 원순닷컴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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