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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김해창 희망제작소 부소장은 재팬 파운데이션(japan foundation) 주최로 아시아 7개국 7인의 공공리더를 초청하는 ‘2008 아시아 리더십 펠로우 프로그램’의 한국인 대상자로 선발되었다. 그는 앞으로 9월부터 약 2개월 동안 ‘다양성 속의 일치’를 주제로 일본에서 연구활동을 하면서, ‘일본리포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연구 및 현장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8일 오후 3시 공식적으로 ‘ALFP(아시아 리디십 펠로우 프로그램) 2008′ 참가자들을 만나는 시간이다. 먼저 일본 국제문화회관(Internationa House of Japan)의 프로그램 담당자로 그 동안 줄곧 연락을 해왔던 사사누마 마유코 씨와 로비에서 인사를 나누고 회의장인 D룸에 들어서니 ALFP 펠로우들이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한다.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의 일본연구 지적(知的)교류부장인 오가와 다다시 씨는 이 재단이 1962년에 설립됐는데 자신이 10여 년 전에 직접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는 지적 리더들이 사회 경제적 불평등과 환경문제 등에 대해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이니셔티브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996년부터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에는 총 15개국에서 68명이 초청됐다. 펠로우의 면면을 파워포인트로 보여줬는데 그 중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얼굴도 보였다. 이번 프로그램을 도와줄 하세가와 사토, 이케다 준코 씨 등 스태프들도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다.


일본 속의 이방인을 자처한 재일동포 3세 ‘수임’


이제 펠로우 소개 차례가 됐다. 여성인 이수임(李洙任) 씨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일본 류코쿠대학 경영학부 교수인 그는 일본에 사는 자신에게 어디 호텔이라도 가면 자꾸 여권을 보여 달라는 일본인이 많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재일한국인 3세이지만 2001년 일본에 귀화했다. 그는 일본인이다. 한국이름을 본명으로 한국계 일본인으로 살아가기로 마음먹고 획일성을 강요하는 일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날 보고 한국인의 피를 갖고 있음에도 한국말이나 한국 전통 문화를 잘 몰라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재단 측이 영어 일본어로 소개한 그의 프로필을 간략히 보면 그는 미국 템플대학에서 교육학 박사를 받았고 스탠포드대학 객원 교수로 인종 및 민족에 관해 비교연구를 했으며, 하버드대학 라이샤워 일본연구소 객원교수도 역임했다.

2007년에는 미국 ‘ETS(영어 테스팅 서비스)’의 글로벌 스칼라로 선출돼 현재 오사카시 외국적 주민시책 지식인회의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교수의 주된 연구 주제는 ‘일본사회에 있어서 국적문제’로 일본에서의 외국인의 처우에 초점을 두면서 (1)일본인이란 누구를 가리키는 말인가, (2)글로벌시대에 있어 국적의 의미, (3)나라에 대한 귀속의식 등 3개의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국적문제를 다룬 ‘Japan’s Diversity Dilemmas'(공편저)와 ‘글로벌시대의 일본사회와 국적’(공저) 등이 있다.

이 교수는 류코쿠대학은 불교재단이 운영하는 대학이며 자신은 ‘아시안 잉글리시’를 전공했는데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서의 영어가 중요하며, 정통 영어뿐만 아니라 ‘콩글리시(Konglish)’같은 ’한국식 영어‘에 대한 상호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임‘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다양한 스펙트럼, 인권변호사에서 저널리스트까지


이어서 필리핀의 호세 루이스 마틴 가스컨(Jose Luis Martin C. Gascon) 씨 차례였다. 그는 자신을 ‘치토(Chito)’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필리핀의 ‘LIBERTAS(자유를 위한 변호사동맹)’ 회장인데 인권 변호사로 우리나라로 치면 박원순 변호사와 같은 분이다.

프로필을 보면 변호사이자 정치 활동가 그리고 사회개혁자로 필리핀 헌법 초안을 만든 1986년 헌법제정회의의 최연소 멤버로, 동시에 제8회 회의의 청년부 대표를 맡기도 했다. 그는 지방자치에 젊은이의 참여를 제도화하는 법률이나 모든 학대에서 아이를 지키는 아동보호에 관한 법률을 기초하는데도 참여했고, 필리핀 교육부의 법률담당 차관 및 필리핀 민족민주전선과의 평화회의의 정부 측 위원 등을 역임했다.

정의를 행사하는 권리, 정치와 선거개혁, 분쟁해결과 인권, 시민교육, 투명성과 설명책임에 관한 ‘애드보카시(advocacy)’활동도 하고 있다. 2005년 필리핀 아로요 정권하에 대량 사임한 각료 그룹 ‘하이업 10’의 정책을 담당하는 ‘혁신?변혁 그리고 탁월한 통치를 위한 국제센터’ 창립 시 이사로 참여했다. 필리핀대학 딜리만교에서 문학사 및 법학사를, 케임브리지대학 센토 에드먼드교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치토는 장난 끼 있어 보이는 얼굴에 사람 좋은 그런 인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정부에 참여했다가 다시 시민영역에 돌아가서도 주체성을 잃지 않는 리더의 면모를 갖고 있었다.

그 다음은 인도에서 온 조치마야 샤르마(Jyotirmaya Sharma) 씨. 현재 하이드라바드대학 정치학 교수이다. 그는 아난다 쿠마라스와미, 타고르, 간디 사상을 연구하는 정치사상학자이다. 그냥 샤르마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샤르마는 성인데 카스트제도의 계급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인도가 매년 9% 이상의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유럽 중동 등과도 긴밀하게 연결해 세계의 비전과 전망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이야기 했다.

그의 프로필을 보면 사회개발센터 및 힌두고등연구기관의 연구원, 하이드라바드대학의 루프레히트?칼 대학 남아시아연구소에서 민주주의사상을 연구하는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또한 카라크리티 아트 갤러리, 스리에니디국제학교 등의 창립자 중 한 사람으로, 영양실조, 문맹자, 수질보전에 노력하는 난디기금(Naandi Foundation)의 전략고문도 겸하고 있다. ‘타임스 오프 인디아’지와 ‘더 힌두’지의 시니어 편집담당자로 근무한 경험도 있어 지금도 컬럼니스트로 여러 신문이나 학술지에 기고를 많이 하고 있고, 힌두스타니의 고전음악가이기도 하다.

이어서 태국에서 온 아티야 아차쿠니스트(Atiya Achakulwisut) 씨. 여성으로 태국 유력 영자지인 ‘방콕 포스트(Bangkok Post)’의 오피니언 페이지 편집자이다. 그냥 ‘아티야’라고 불러달라고 했는데 최근 태국의 정국 불안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는 태국도 이제 신문이 사양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언론인으로서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한 모델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티야의 약력을 보면 추라롱콘대학 문학부를 나온 뒤 미국 오리건대학에서 환경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태국을 포함해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아시아지역에 공동과제로 사회의 고령화, 사회적 배경이나 계층이 다른 타자가 안고 있는 문제에 무관심하고 오로지 개인의 관심에 매몰되고 있는 젊은이들의 풍조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고 한다.


어메니티(Amenity)를 탐구하러 온 소셜 디자이너


다음은 내가 차례가 됐다. 나는 기자에서 연구원, 특히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로 변신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지난 1997-98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일본에서 장기연수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어메니티(Amenity)의 중요성, 즉 자연과 인간에 대한 상호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어제 저녁에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천둥 번개가 친 사실이 생각나 영어 조크를 하나 써먹었다.

희망제작소 세계도시라이브러리 명예관장이기도 한 서대원 전 유엔 차석대사의 ‘글로벌 파워 매너(중앙북스,2007)’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책은 내가 일본에 오기 전에 서 대사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Do you know the difference between lightening and eletricity? (…) For electricity, You have to pay.”
다들 재미있다는 표정이다. 나는 ”이처럼 어제 번개가 쳤는데 앞으로 2달간의 일본 연수가 내 삶에서 큰 변화를 이뤄내는 번개처럼 좋은 계기를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단측이 소개한 나의 프로필은 대략 이렇다. 부산의 ‘국제신문’에서 17년간 기자로 활약. LG언론재단의 지원으로 1997년부터 1년간 도쿄에 있는 환경NGO로 쾌적한 사회 및 환경 만들기를 실천적으로 연구하는 단체인 AMR(어메니티 미팅룸)의 회원으로 활동했다.

2002년에는 한국언론노조 ‘국제신문지부 위원장’을 역임하고, 2003년에는 환경문제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교보생명 환경문화상 환경언론부문을 수상했다. 2007년부터 민간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 부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최근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환경경제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에서 배운다’ ‘어메니티 눈으로 본 일본’ 등 환경에 관한 저서 출판 및 기획기사를 다수 집필했다.


네팔 저널리스트 CK ‘나를 알기 위해 왔다.‘


다음 차례는 네팔의 찬드라 키쇼 랄(Chandra Kishor Lal) 씨이다. 그는 ‘네팔 타임스’지와 월간지인 ‘히말 사우스아시아(Himal Southasia)’의 컬럼니스트이다. 그의 프로필을 보면 마이티리어, 네팔어, 힌두어 그리고 영어 등 모두 4개 언어를 구사하는데 남아시아의 출판,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매체를 통해 일반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Imaging South Asia in an Unipolar World(일극지배의 세계에 있어 남아시아를 상상한다)‘, ’Nepal’s Maobaadi(네팔의 모택동주의자)‘ 등 논문을 집필했다. 네팔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칼럼니스트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찬드라 씨는 자기 이름이 부르기 어려우니 그냥 이니셜을 따 ‘CK’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는 내가 ‘소셜 디자이너’라고 이야기 한데 빗대 칼럼니스트로서 자신은 ‘Civil engineer’라고 말했다. 20년 정도 글을 써왔는데 CK는 “지금 내가 곰곰이 생각해봐도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내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며 “이번 연수를 통해 나를 더 잘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다들 웃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구이안(谷亦安) 씨 차례가 됐다. 그는 상하이희극학원 연극부문 교수이자 연출가이다. 그의 이력을 보면 그는 중국에서 보기 드문 아방가르드 연출가로 실험적이며 혁신적인 연극을 추구해 항상 무대연극의 허용범위를 넓히는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1978년에 상하이희극학원의 연극부문 학생으로 입학해 동 학원에서 연극과 연출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교수가 됐다. 동서 문화교류 촉진을 위해 동 학원 내 ‘상하이국제 퍼포먼스 아츠 연구센터(Shanghai International Performing Arts Research Centre)’를 설립해 이 센터를 통해 많은 국제적인 연극지도자를 초빙해 자신의 연구 주제인 고전 및 현대연극의 기법에 공동작업을 하고 있다.

1989년에는 장시안(張弦) 작 ’지붕 위의 부엉이(Owls in the House)’를 상하이에서 초연한 뒤 난징에서 열린 중국 최초의 전국실험연극 페스티벌에서 상연했다. 1992년 ‘대교(Big Bridge)’의 감독으로 문화상을, 2004년에는 최우수감독으로 ’중국연극 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그의 연극방법론은 이문화, 다문화, 그리고 상호이해와 수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지원하는 University of the Theatre of Nations의 고문이기도 하다.

구 교수는 자기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많이 해왔는데 학교 측에서 2개월간이나 일본에 가서 괜찮겠냐며 사실 반대가 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우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느낌이나 표정 등을 잘 표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말하는 과정에 마치 연기하듯 표정이 생생했는데 Unity라는 말의 의미는 곧 우주이며, Diversity는 커뮤니케이션, 커뮤니티, 개성과 연결된다면서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즐기면서 배우는 지적 여행이 되기를


한편, 지난해 펠로우였던 아오야마 가오루 도호쿠대학 겸임교수(People’s Plan Study Group 공동대표)는 지난해는 남녀 비율이 2:5였는데 올해 정확하게 반대로 역전됐다며 성비 균형을 잘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해 웃었다. 또한 작년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온 펠로우가 오는 과정에 여권 문제로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2004년 펠로우인 다카요시 쿠사오 오사카대학 교수는 중요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당신들의 프로그램’이라면서 정말 잘 즐기고 좋은 대화 많이 갖기를 당부했다. 7개국에서 온 사람들이 아침저녁을 함께 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사고를 하다보면 뭔가 느끼는 게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조언을 많이 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제법 긴 소개시간을 마칠 즈음 샤르마는 인도에서 부쳐온 자신의 책 2권을 펠로우들에게 선물했다. 영어책인데 제목은 ‘HINDUTVA’:Exporing the Idea of Hindu Nationalism'(PENGUIN BOOKS,2003), Terrifying VISION: M.S.GOLWALKAR, The RSS and India'(PENGUIN BOOKS,2007)이다.

네팔의 CK도 ‘HIMAL:SOUTHASIAN’이라는 영어잡지 9월호를 내게 주며 자기가 기고한 글이 있으니 참고하라고 말했다. 이렇게 일곱 나라 일곱 색깔의 ’지성인‘들이 2달 동안 함께 먹고 자고 하면서 ’아시아를 생각한다‘.

신난다. 정말 생산적이고 유쾌한 ’지적 여행‘이 되길 바라며…..


[김해창의 일본리포트 바로가기]

첫 번째 이야기- 도쿄에 짐을 풀다
두 번째 이야기- 국제문화회관, 도서실부터 접수하다
세 번째 이야기(2) – 환영 리셉션, 소박하지만 알차게
네 번째 이야기 – 일본 교수가 보는 ‘침몰하는 일본’
다섯 번째 이야기-‘서던 아일랜드’-오키나와, 필리핀 기지문제 다룬 연극을 보다
여섯 번째 이야기 – 일본 따오기 27년 만에 자연 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