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공(空)약을 채워라

지난 총선을 기억하는가?

서울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지킬 수도 없는 뉴타운 재개발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더욱 커다란 문제는 이런 ‘공(空)약’이 실제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지난 9월 18 ~ 20일에 열린 제3기 좋은시장학교 둘째 날 교육프로그램의 주제는 제대로 된 공약을 위한 정책 아이디어의 개발.

지역경제ㆍ생태환경ㆍ주민참여ㆍ 젠더 등의 세부 주제로 나뉘어 진행된 강의에서 수강생들은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공약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목포이즘을 만들어보세요” – 지역경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향부론 강연에서 소기업 ㆍ 사회적 기업 대안론을 역설했다.

민주화 이후의 시기를 한민족 역사상 가장 부흥한 시대라고 전제했지만, 현재의 우리 경제는 지나치게 재벌에 의존하고 있는 시한폭탄 상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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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철강, 반도체 등 우리나라의 효자 산업이 얼마나 오래 갈수 있을까요? GM이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게 현실입니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대부분의 유럽 선진국들은 이제 대기업 위주의 제조업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 다양화를 이뤄냈어요.”

제조업은 인건비가 낮은 곳을 찾아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다음은 어딜까.

“산업단지 유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치를 위해 엄청난 특혜를 약속하지만, 지역에서 혜택을 제공한 만큼 도움이 되지 않아요. 대부분의 직원이 대도시에서 출퇴근을 할뿐더러 공해문제까지 생각하면 문제점이 더 많습니다.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창조적인 아이디어 없이 과거처럼 제조업에만 중심을 두면 안 됩니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책상에서 만들어지는 정책의 답답함도 토로했다.

“정보화 마을로 선정된 곳 중에는 40대의 컴퓨터가 지원됐으나 쓰이는 건 고작 7대에 불과한 마을도 있어요. 사용법을 배워야 컴퓨터를 쓰는데, 어르신들께 컴퓨터를 가르칠 사람이 없어서 업자의 배만 불려준 꼴이죠. 이곳에 컴퓨터 교육을 하는 소기업이나 시민단체를 연결해주면 이분들도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겠죠. 이런 중간 지원조직을 잘 이용해야 합니다.”

영국은 ‘써드섹터 오피스(Third Sector Office)’라는 기구를 만들어서 정부의 예산 중 많은 액수가 시민사회, 사회적 기업을 통해 쓰이도록 한다. 미국은 GDP의 7%를 사회적 기업이 담당하고 있을 정도다.

이외에 그는 향토자산 이용ㆍ 문화예술ㆍ 관광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화를 상품화 시켜야 합니다. 인천공항에 제대로 된 문화 상품점이 없어서 아쉬워요. 소위 ‘세계 최고의 공항’이라고 스스로 치켜세우지만 거기엔 우리의 영혼이 없어요. 우리는 전통을 버리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그가 강조한 것은 지역의 가치다.

“지역의 문화 역사를 살린 ‘이즘(ism)’, 예를 들면 ‘목포이즘’을 만들어 보세요. 갯벌에 수많은 유물이 묻혀있고, 천의 실크로드의 종착지는 우리나라 남해안이에요. 이런 역사적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발전시켜야합니다. 지역의 리더가 자신의 지역 에서 인생을 설계하는 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는 방법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많이 듣는 것’ – 주민참여

주민과 함께 하는 행정의 첫 번째 원칙은 주민을 섬기고 주민의 입장에 서는 것이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행정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지하철 막차 시간을 대합실까지 가서야 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비효율적인가요. 그래서 지하철공사에 지하철역 밖에 첫차와 막차 시간을 표시해 놓자고 제안했어요. 그러자 입구에 아주 조그맣게 표기 해놨더군요. 이걸 보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 거죠.”

[##_1C|1066560305.jpg|width=”375″ height=”278″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2호선 삼성역의 열차시간 안내표지 _##]

공공기관이 민간과 건강한 관계를 맺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은 박원순 상임이사가 꾸준히 주장해온 이야기다.

“자원봉사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돼요. 특히 은퇴하신 분들, 전문 지식이 있는 분들이 지역을 위해 일할 토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기업이 일 년에 수십, 수백 억 원을 사회기금으로 내놓는데, 이것을 지자체에서 사용하게 하라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 NPO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어요. 정부의 예산만으로 지역 발전을 이끄는 데는 한계가 따릅니다. 대기업이 어차피 사회공헌기금을 써야 하는데 이걸 여러분의 지자체에 유치해 보세요. 단, 좋은 콘텐츠는 필수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을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행정의 동반자로 여기는 것이다.

“주민참여 클리닉 등 주민들이 직접민주주의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 것이 기본이에요. 요코하마는 지역개발을 우리처럼 하향식으로 진행하지 않습니다. 주민들이 신청을 하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정보수집-질의응답-공개토론-심사위원 공개투표의 과정을 거쳐 내년 사업을 결정해요. 이렇게 주민들의 의견이 행정에 반영돼야 진정으로 자기 고장을 사랑하게 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시도해 볼만한 프로젝트들 – 생태환경

우리나라는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2%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 규모와 비교해 보면 지나치게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_1L|1259853060.jpg|width=”200″ height=”3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희망제작소 김해창 부소장_##]

지난 7월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에서는 2050년까지 세계의 온실현재 가스 배출량 중 80%를 줄이자고 합의했다. 환경에 대한 강의를 진행한 김해창 희망제작소 부소장은 “우리나라는 1980년대 배출량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의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를 하나의 모델로 제시했다. 프라이부르크는 환경관리의 조직, 지역보호종 보호, 농업, 교통, 음료소비와 정수, 에너지 절감 등 총 12개의 항목을 선정해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1970년대 핵발전소 건립에 반대하며 원전에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살자고 다짐한 게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의 시작이 됐다. 환경보전국을 설치해 에너지 다양화 작업을 통해 원전의존율을 60%에서 30%로 낮추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 감소시켰다. 또 전쟁과 핵발전소를 지원하지 않는 에코은행을 설립했다.

김해창 부소장은 행정을 이끌어가는 시민단체의 힘ㆍ 학교 및 사회에서의 철저한 환경교육ㆍ 녹색당을 기반으로 한 제도개선을 프라이부르크 힘의 원천으로 꼽았다.
“외국 어느 곳이든 공무원이 자기머리로 혼자 만들어 성공한 정책은 없어요. 정치적인 목적이 아닌 생태적인 목적으로 시민들과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원자력의 대안을 어디서 찾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경제발전 프레임에 빠진 채 더 먼 미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녹색이 토목사업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까지 쓰이기도 한다.

“일본의 저탄소 사회 시나리오는 2-3% 성장을 전제로 하고 있어요. 7% 성장을 외칠 때가 아닙니다. 제로성장도 감안해야 해요. GDP 신화에서 빠져나와 생활양식을 변화시킬 때입니다.”

그는 지자체에서 시도해 볼만한 환경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지구온난화조례 제정ㆍ 탄소상쇄 프로그램ㆍ 학교친환경 개수 사업ㆍ에코 포인트제ㆍ가정 에너지 진단 창구 개설ㆍ 지역 목재이용 우드마일리지 줄이기ㆍ 바이오매스타운 조성 등이다.

“고려청자를 개밥그릇으로 쓰는 나라가 되면 안 됩니다. 흉내만 내는 생태를 외쳐서는 안돼요. 경제발전을 왜하는지, 지속가능한 공동체 건설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입니다.”

가로등 줄이면 여성이 운다 – 젠더

2010년부터는 공공예산이 성 평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배분되고, 남녀의 특성과 차이를 반영해 평등한 효과가 나타나도록 하는 성인지 예산제도가 정식으로 도입된다.

“성 중립적으로 보이는 사업이 의도하지 않은 불평등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수의 공중화장실, 지하철의 높은 선반, 가로등 예산 감소, 사회서비스 예산 감소로 인한 보육액 감소 등이 모두 여성에게 불평등한 정책이죠.“

김유임 전 고양시 의원이 강의에서 ‘성주류화’를 강조하는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가 이뤄지면 진정한 남녀평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차별은 여전히 존재 합니다. 평등은 제도만의 문제가 아닌 의식의 문제이기도 하기에 정말 여성의 입장에 서서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갈등 해결 방안은 멱살잡이 뿐?

한편, 제3기 좋은시장학교 이틀째 수업에서는 다양한 공공 갈등의 해결을 위한 모둠별 토론도 이루어져 수강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창현 전 의왕시장(환경분쟁연구소 소장)이 강사로 나선 이 시간은 지역의 공공갈등 현안 선택ㆍ 이해관계자들이 갖는 입장의 공통점과 차이점 분류ㆍ 이해관계의 순위 선정ㆍ 대화와 합의 가능성 판단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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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지역 내에서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사안의 경우 주민과 지자체 간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는 점에서 수강자들은 합리적인 갈등 해결 절차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제시된 갈등 사례를 되짚어가던 수강생들은 현안에 따라 적절한 협상 주체와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확인하며 늦은 시간까지 토론을 이어갔다.

사진_? 정김신호
글_ 해피리포터 최승섭

두눈으로 확인하지 못하면 의심부터 하는 모난 성격의 26살 복학생입니다. 유일한 자랑거리인 튼튼한 두 다리로 어딘가 숨어있는 희망과 행복을 직접 확인, 전달하겠습니다.

2010 지방선거, ‘부산’에서도 함께 준비합니다

매번 서울에서만 개최되어온 좋은시장학교가 지역 참가자들의 요청으로 4기 교육과정을 부산에서 진행합니다.? 부산 지역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만큼, 이번 좋은시장학교를 통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커뮤니티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부산, 경남 지역 참가자는 물론 그동안 물리적인 거리 탓에 수강에 어려움을 겪었던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기간: 11월 13일~15일 (2박3일)
장소: 부산 아르피나 유스호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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