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시사IN 기자들이 희망제작소가 제안한 천개의 직업 중 일부를 직접 체험하고 작성한 기사를 시사IN과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 동시에 연재합니다. 본 연재기사는 격주로 10회에 걸쳐 소개됩니다.  


체험, 1000개의 직업 (5) 목수

힘센 것만 믿고 나무를 번쩍 들어 왼쪽 어깨에 얹고 나니 휘청, 무릎이 꺾였다. ‘끙’ 하고 기합인지 한숨인지 모를 소리가 절로 났다. 그러나 숨을 깊이 들이쉬자 청량한 나무 냄새가 기분 좋게 코끝으로 번졌다. 어깨에 얹힌 나무는 꼭 내 키만 한 북미산 화이트오크였다.

3월21~22일 서울 서교동에 있는 예린공방을 찾았다. “우리 삶에 아주 소용되는 곳인데 드뭅니다. 내 취향이나 스타일에 따라 맞춤형 목가구를 만들 수 있는 목공소(공방)를 만들어보세요.” 희망제작소가 만든 ‘1000개의 직업’ 목록 중에서 목공업이 있음을 확인했다. 몇 개의 공방을 수소문하던 중 “몸에 좋지 않은 MDF 대신, 원목과 친환경 도장 마감재를 사용해 나사못을 쓰지 않는 짜맞춤 가구를 만들고 있다”라는 공방장 우상연씨(40)의 ‘고집’이 눈길을 끌었다.

우씨는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최근 <초보자를 위한 친환경 가구 만들기>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가구를 보세요. 사람들이 하루 종일 지친 몸을 누이고, 앉아서 밥을 먹고, 공부를 하는 등 사람 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어요. 그런데 대개의 가구는 공장제나 플라스틱 따위 투성이죠. 건강도 지키면서 내 손으로 시간과 땀을 들여 만든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어요.” ”사용자이야기를 나누며 목재를 옮기는 동안 10평 남짓한 비좁은 공방 바닥에는 멋대가리 없이 마냥 길쭉하기만 한 ‘나무 무덤’이 생겼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슬그머니 걱정이 됐다. 이토록 무겁고 볼품없이 까슬까슬 거칠기만 한 나무가 어떻게 ‘제품’이 될지 나로서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반면 우씨는 여유롭기만 했다. 그는 도면을 펴놓고 꽤 오래도록 나무를 들여다봤다. 가로 630㎜, 세로 1640㎜ 크기의 책꽂이를 만들 도면을 펴놓은 채, 나무 위로 요리조리 자를 움직였다. 도면과 나무를 맞춰 재단할 부분을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그 사이 나는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나무의 몸에 새겨진 나이테를 하나하나 더듬어봤다. 나무의 나이는 대략 서른 살. 이제 이 나무는 사람의 손길을 거쳐서 자기와 ‘출신 성분’이 같은 책을 품는 그릇이 될 것이다.

나무의 결을 맞추고 잘라야 할 부분이 표시되자 이번에는 무시무시한 톱날을 가진 각도절단기 앞으로 이동했다. “기계를 무서워하면 목공 못해요.” 우씨가 웃으면서 시범을 보였다. 다음에는 내 차례. 위이잉. 요란한 기계 소리는 생긴 모양만큼이나 위압적이었다. 말로 듣는 사용방법은 쉽다. 각도절단기의 손잡이를 꾹 눌러 나무에 가져다 대고 밀면 된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각도절단기를 쥔 손이 긴장해서 힘이 잔뜩 들어갔다. 묵직한 톱날이 나무의 단단한 피부를 통과하고, 속살을 베는 동안 힘을 쓰느라 얼굴이 붉어졌다.

잘린 나무는 대패질을 해서 곱게 다듬어야 한다. 역시 힘만 있으면 어렵지 않을 것 같았지만, 또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 게 대패질이었다. ‘요령’ 없는 초보에게는 요원한 일. 어느새 안경에는 부옇게 톱밥 먼지가 앉았다. 게다가 계속 서서 작업하다보니 자신했던 체력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나는 톱밥 먼지처럼 종종 공방 아무 곳에나 털썩 주저앉곤 했다.

“목수는 ‘낭만’으로 시작해서는 안 돼”

“나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일하는 과정은 노가다(막일꾼)가 따로 없어요. 봐서 알겠지만 나무를 좋아한다고 해서 ‘낭만’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웃음).” 무거운 나무와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위험한 기계 사이를 헤치고 다니며 우씨는 여러 번 ‘안전 제일’을 강조했다. 그 사이사이 나는 상처투성이인 목수의 맨손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옹이진 나무처럼 단단한 손마디에는 힘줄이 굵었다.    
”사용자이틀간 꼬박 10시간 넘게 일했지만 고작 기본 작업까지밖에 할 수 없었다. 공장에서라면 이런 크기의 책꽂이를 100개쯤 뚝딱 만들어낼 시간이라고 했다. 완성하기까지는 앞으로 2주 이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여러 차례 꼼꼼하게 사람의 손을 거치고 또 거쳐야 할 것이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나 같은 보통 사람에게는 참 굼뜨고 답답하기까지 한 작업의 반복이다.

우씨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좋은 나무로 신경 써서 만드는 좋은 가구는 사람과 함께 나이를 먹으면서 역사가 되거든요.” 우씨는 단순히 가구를 만드는 ‘기능인’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친환경과 아날로그가 더욱 강조되는 시대가 올 거라고 내다봤다. 그때의 목수는 가구의 이야기도 만들어주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나무를 들여다보는 시간만큼이나 오래 디자인을 고민하고, 일주일의 하루는 꼭 인문학 강좌를 듣기 위해 공방을 비운다. “앞으로 목수는 머리와 몸을 같이 써야 해요.”

고작 이틀의 체험이었는데도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주변의 가구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와서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합판으로 만든 가구를 보면 ‘저 가구의 나무는 계통이 없구나’라든지, 잘 짜인 가구를 보면 짜맞춤 방식이 어떤지 요리조리 살펴보는 식이다. 사람과 더불어 나이를 먹어가는 가구의 손때가 멋있어 보이는 것도 새로운 발견이다. 재주 없는 내 손이 무용하게 느껴질 때는 쓸쓸하기도 했다.

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은퇴’가 없다는 말과도 같다. 건축을 전공하고 일반 회사를 다니던 우씨가 재미도 없고 불안하기만 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목공으로 돌아선 이유이기도 했다. 만지는 돈은 줄었지만 느끼는 만족감은 예전과 비교하기 힘들다. 그는 요즘 또 다른 꿈을 꾼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동네마다 공방이 생겨나는 꿈이다. 그는 언젠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가구 제작 교실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공방 가구’의 가치를 알아줄 때 가능한 일이다.

이 직업은..
고가의 수입가구 아니면 획일화된 싸구려 가구로 양극화된 한국 가구 시장 틈새에서 조금 비싸더라도 친환경 원목 가구를 사용하고자 하는 수요는 계속 늘 전망이다. 취미로 ‘나만의 가구’를 만들고자 하는 이를 위해 예린공방을 비롯해 대다수 공방에서는 ‘취미반’ ‘전문가반’ 수업을 연다.


어떻게 시작할까?

목수라는 직업 자체가 ‘숙련’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개 공방 수업을 통해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시사IN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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