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존엄한 노년’이 가능한 이유

돌봄서비스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고령인구기 증가하고 있고 전통적으로 가족 돌봄에 의존해 왔던 돌봄 서비스가 공적 체계와 민간 서비스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돌봄서비스 시장이 다양해지고 있다. 노인 돌봄 생태계의 화두 중 하나는 지역사회의 계속거주(Aging in place)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은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중심의 노인돌봄 서비스 공급체계를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체계로 전환하고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전달체계를 어떻게 마련해 나갈 것인가이다. 다음으로 돌봄노동공급과 관련한 것으로 여기에는 지역사회에서 필요 인력의 확보, 종사자의 근로환경 개선,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외국의 앞선 경험은 우리의 고민에 실마리를 줄 수 있다. 희망제작소와 목민관클럽 회원들과 함께한 2024년 정책연수 프로그램인 ‘초고령사회 일본을 가다’는 몇 가지 점에서 신선한 경험이었다.

▲ 사쿠병원 중심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

첫째, 사쿠지역 사례인 지역사회 기반 의료와 돌봄의 연계모델이다. ‘지역 완결형 의료 체계’라는 관점에서 주치의, 회복기 병원, 급성기 병원으로 지역 의료체계를 구축하고 돌봄을 연계하여 의료자원의 효과적인 배분과 케어 매니저(간호사 등)라는 시스템을 통해 퇴원 후 필요한 돌봄 서비스 체계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시스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역사회의 의료 및 돌봄서비스에 천착하는 의료인력이 인상 깊었다.

둘째, 우리가 방문한 도쿄 및 인근지역의 노인복지시설에 청년층 종사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필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이들의 임금수준은 높지 않았다. 일본의 대졸자 초임이 우리나라보다 높지 않은데 이들의 임금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돌봄 노동종사자 중 82.9%가 50대 이상이며 돌봄 서비스 분야의 인력부족이 심화됨에 따라 정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도입하였고 외국인 요양보호사제도도 마련 중이다.

일본도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외국인 인력을 도입하고 있으며 돌봄 서비스 분야도 그 중 하나이다. 돌봄서비스 분야의 외국인 문호 개방을 가사관리사,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과 같이 산발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서비스의 질 향상, 돌봄 노동의 근로환경 개선, 나아가 돌봄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정립한 후 외국인력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셋째, 시설중심에서 지역 중심 예방형 돌봄 서비스로의 전환이다. 복지서비스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시설 중심 서비스 체계는 비용이 점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지역 중심 예방형 돌봄 서비스 체계는 재정운용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존엄한 노년’ 염원과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개호보험제도가 지방자치단체의 재량권을 부여하여 지역사회에 적합한 서비스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글: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