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10년 6월 23일 새벽 6시,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월드컵 경기를 보고 이른 출근준비를 한다.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낼까? 출근길의 비좁은 버스와 지하철, 쉴 새없이 밀려드는 업무로 야근을 반복하며 주말을 기다리는 평범한 샐러리맨 곁에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찾아왔다. 그는 퇴근 후 렛츠 네 번째 강의의 주인공이다.  
”사용자
 
광화문 근처에서 빨간 두건을 두른 채 큰 가방을 두 개씩이나 메고 등장하는 서명숙 이사장. 자그마한 체구의 그는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하다. 여성 최초의 언론사 편집국장에서 하루 수 만명이 찾는 제주 올레길의 전도사로 변신한 그는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퇴근 후 렛츠 수강생들에게 또 다른 길을 보여준다.

서명숙 이사장은 원래 강연 주제인 제주올레 스토리 외에도 자신의 직장 생활 경험담을 비롯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쏟아냈다. (그는 지난해에도 희망제작소를 찾아 제주올레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다.)

”사용자거침없이 터져나오는, 공감과 열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그의 이야기에 특히 많은 여성들이 눈을 반짝였다는 후문이다. 퇴근 후 레츠를 수강하고 있는 김연주님은 다음과 같은 후기를 남겨주셨다.  

1. 잉~ 뭐 저런 아줌마가 올레길을 만들어??

남편이 벌어다주는 월급으로 단란한 가정을 꾸미며, 아이들을 혼 낼 때조차 조용하고 소녀스러운 목소리와 말투를 낼 것 같은 분이-올레길을 만들었단다…그 분 참… ‘때론 여성의 부드러움이 남성의 강인함보다 쎄구나’하고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2. 어라~ 길 만든 아줌마답게 딴 길로 잘 세네?!

종종 얘기가 딴 방향으로 잘 셌다…그러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는 듯 하다가, 또, 다른 방향으로 세는 것이다…아~ 무슨 얘기를 하는고야! 나는 본론이 궁금하다구~  근데 슬슬 이 ‘딴 얘기’가 재미있어지는 건 뭐지?
저 아줌마의 주변 이야기에 더 수긍이 가고, 더 즐거워지는 건 무슨 증상?
어릴적 건빵보다 별사탕을 더 좋아한 나답게- 아줌마의 ‘샛길 이야기’들이 더 좋았다.

3. 끄덕~ 역시 남다른 아줌마였어!!

음…역시…그냥 아줌마가 아녔어… 그 시대에 담배를 20년씩 피워댄 용기와 부하직원들에게 거침없는 쌍욕을 퍼부어댄 승질(?)!!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이루지못한 영원한 꿈인 ‘기자, 그리고 편집장’
“아줌마 형님~ 존경합니다! 저를 부하로 거둬주십시오~”

그녀가 여느 논리적인 강사답게 일목요연하게 올레길을 만들게 된 배경, 의의, 취지, 기대효과를 설명했다면 ‘이해’는 됐으나 ‘감동’은 오지 않았을 거 같네요…(물론 전달하시고자 한 모든 얘기를 하셨습니다^^)
전 그녀를 친언니처럼 좋아할래요…왜냐면 전 욕 잘하는 사람 좋아하거든요…ㅋ

그녀의 모든 이야기가 제 몸 깊숙히 스며들어 아직까지도 흥분과 설렘이 가시질 않고 있네요. 무엇보다도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라는 그녀의 당부 메시지!! 걸으면서 성찰하고 고민하고 치유하고자-
여름 휴가를 미루고 가을(9월)에 휴가 내어 제주 올레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낼 수 있는 가장 긴 시간을 내어서요~^^ 같이 가실 분 안 계세요?!

”사용자생각을 내려놓기 위해 산티아고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수강생 천현정님의 후기는 조금 더 절절(?)하다.

처음 ‘꼴랑 여직원’ 취급을 하던 아저씨들 사이에서, 내 언젠가 니들 코를 납작하게 해주리라… 이런 오기 하나만으로 미친듯 달렸던 7년의 회사생활.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같은 결승점에 닿기위해 나는 다른 남직원에 비해 두 배의 일을 해야했다.  그러나 내가 ‘설정’한 결승점에는 진작에 도달해 있었고, 남은 것은 죄책감과 성취 후 남은 상실감 뿐.
 
안락한 조직을 떠나고, 그나마도 얼마되지 않는 손에 쥔 떡을 놓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더 오래 머물게 되면 그만큼 더 굵어진 줄을 끊어야한다. 결국 나도 그녀(서명숙)처럼 아주 오랫동안 꿈꿔왔던, 파울로가 그려낸 그 길을 걷기로 했다.
 
나도 그녀와 같은 길 위에서 내가 만들어 나갈 길에 대한 그림을 그렸다.
아직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그녀만큼 나는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가 되면…나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어차피 미래는 믿는만큼 이루어지므로…

저녁 7시반에 시작해서 9시반에 끝날 예정이었던 강의는 10시가 넘어서도 끝날 줄 모른다. 서명숙 이사장은 다른 삶을 꿈꾸는 우리에게 자신의 삶을 근거로 힘을 불어 넣었다. 세 시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10시 반이 되어서야 주섬주섬 짐을 챙길 수 있었다. 마치 우리가 가야할 길을 찾아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처럼..

글_시니어사회공헌센터 석상열 연구원 (ssy@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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