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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한 걸음 더

”?”며칠 전 우연히 택시를 탔다. 핸드폰으로 통화중에 내가 변호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택시 기사 아저씨가 “뭐 하나 물어 보아도 되나요?”하면서 말을 걸어 왔다. 택시를 타다 보면 흔히 있는 일이다. 말하자면 무료 법률상담을 하는 셈이다.

이 아저씨는 처음부터 “세상에 희한한 일이 다 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과거에는 ‘종로구 와룡동 1-450호’인데 1982년경에 행정구역과 명칭이 바뀌면서 ‘종로구 명륜3가동 1-836’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1970년대부터 이 집에서 한번도 이사하지 않고 죽 살아온 택시기사 하태호씨는 최근에 아이들 대학등록금 마련하느라고 빚을 지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서 은행에 융자를 받으려 하니 법무사와 등기소 측에서 ‘종로구 와룡동 1-450호’의 ‘하태호’와 ‘종로구 명륜3가동 1-836’의 ‘하태호’가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오라고 했단다. 이것이 무슨 일인가 하면서도 요구대로 동사무소에 요청하여 행정구역만 변경된 것이지 사실은 동일한 ‘하태호’라는 사람이 같은 번지에서 계속 살아왔다는 증명을 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일인지 등기는 거부되었다고 한다.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한 주민이 내내 그 곳에서 살아왔는데 행정구역과 명칭을 행정관청이 바꾸어놓고 그 동일인임을 증명하라니! 더구나 법률과 행정을 잘 모르는 주민에게 그 모든 입증책임을 다 맡기다니! 지속적으로 같은 곳에서 살아왔다고 주민이 하소연했다면 나머지는 행정관청에서 알아서 그 연유를 따져보고 처리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이 벌였던 그 유명한 전봇대 소동도 마찬가지였다. 대불공단에 버티고 서 있는 전봇대 하나를 제거하는 데에도 대통령의 힘이 필요했다. “당신이 당신임을 증명하는 데”에도 대통령이 힘이 필요한 것인가. 하태호씨는 내가 내릴 즈음에 이런 말로 자신의 항변을 끝냈다. “평생 부지런히 일만하고 꼬박 꼬박 세금낸 죄 밖에 없다.”

하태호씨는 여전히 “종로구 와룡동 1-450호‘의 하태호 자신과 ’종로구 명륜3가동 1-836‘의 하태호 자신이 동일인임을 증명하는 고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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