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배달에 나선 시니어들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흥미롭고 설레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국내 중견기업의 CEO로 인생 전반전을 치열하게 살고, 이제 은퇴 후 삶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김경회 님입니다. 그는 은퇴 후 삶을 고민하면서 해외 시니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일본에서부터 저 멀리 아일랜드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시니어들의 활동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시니어가 궁금했던 시니어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합니다.

시니어가 궁금했던 시니어 이야기
(3) 도시락 배달에 나선 시니어들

하치오지 시(八王子市) 키요카와초우(?川町) 거리에 있는 점포를 거점으로 지역 시니어들에게 종이접기 교실, 작품 전시회, 세대 간 교류 이벤트 등 다양한 활동과 직접 만든 반찬 판매와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
바로 ‘키요삐&토마토’이다. 부대표인 우메자와 카요코(梅?香代子, 76세)씨와 사무국장인 카타카이 타케시(片貝剛, 73세)씨를 만나서 키요삐&토마토의 활동 내용과 활동을 통해 느끼는 보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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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우메자와 카요코(76세, 키요삐&토마토 부대표)
(우)카타카이 타케시(73세, 키요삐&토마토 사무국장)

질문 : 키요삐&토마토의 활동 내용과 목적을 소개해 주세요.

카타카이 다케시(이하 카타카이): ‘키요삐’란 ‘키요카와 핫삐(Happy) 스테이션’의 약칭이고, ‘토마토’는 5년 전부터 계속 하치오지 시내에서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키요삐 & 토마토’는 이 두 그룹이 힘을 합쳐 지역 활성화에 공헌하는 하나의 자원봉사 단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키요카와초우의 중심부에 있는 상점가를 거점으로 지역 주민의 ‘세대 간 교류’나 ‘사는 보람 만들기’로 이어지는 다양한 활동을 주최하고, 지역의 시니어 세대 주부가 주축이 되어서 직접 만든 반찬 판매나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2년 전부터는 키요삐&토마토의 회원과 지역 유지가 지역의 빈 점포에 ‘You&I’라는 살롱을 만들어서 지역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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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요삐&토마토는 2013년 내각부의 사회참가활동사례(그룹)에 선정되었다.
사회참가활동사례란, 적극적으로 사회참가활동을 하며 활동적으로 삶을 살고 있는 시니어 그룹을 말한다.

You&I는 정기휴일인 수요일을 제외하고는 11시~16시까지 찻집을 운영하고, 벽면을 갤러리로 개방해 그림이나 사진, 공예품 등 여러 지역 주민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또 매일 훌라댄스, 종이접기 교실이나 영화/음악 감상회도 열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행사를 하는 것은 가능한 많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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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You&I
키요삐&토마토에서 구입한 반찬과 도시락을 이곳에서 먹을 수 있다.

또한 월1회 아침시장을 열어서 주변 농가의 신선한 농작물이나 수제 과자 등을 팔고 있습니다. 그리고 1년에 5회, 시니어와 어린이들이 함께 하천에서 물놀이, 직접 연을 만들어서 날리기, 감자 캐기 등의 세대 간 교류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지역 주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남성6명이 ‘도움조’라는 팀을 만들었습니다. 도움조는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해서 식칼 갈기, 도마 닦기, 마당의 풀 뽑기, 전구 교체와 같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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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부터)아침 시장, 페트병으로 만든 뗏목으로 물놀이를 하는 시니어와 어린이들, 감자 캐기 중인 시니어와 어린이들

이런 활동을 통해서 참가자들은 지역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를 찾을 수 있고,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활동 참가비로 1회 500엔(한화 약 5,000원), 갤러리 작품 전시는 1 작품 당 3000엔(한화 약 30,000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 비용은 You & I 임대료나 운영비로 사용됩니다.

우메자와 카요코(이하 우메자와) : 반찬 가게는 11시~17시까지 영업하고 있습니다. 매일 우엉 조림, 녹미채, 튀김 같은 반찬과 유부초밥 등의 도시락을 50종류 정도 만들어서 1 팩 당 120엔~150엔 (한화 약1,200원~1,5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찻집과 간단한 스낵바 운영 정도를 계획했는데 그것만으로는 임대료를 내기가 힘들었습니다. 마침 근처의 반찬가게가 문을 닫아서 지역 주민들이 아쉬워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친김에 도시락을 만드는 것이 어떨까 하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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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만들어 판매하는 50종류의 도시락
거의 매일 오전 중에 판매가 완료된다.

도시락은 점심과 저녁 하루 두 번 20 가구에 배달하고 있고, 가격은 1개에 500엔(한화 약5,000원)입니다. 배달 도시락의 메뉴를 정하기 위해 월1회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당일 담당자가 자신이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메뉴를 추가합니다. 요리를 좋아하는 등록 자원봉사자는 110명 정도 있고, 자원봉사자들이 매일 교대로 일하고 있어서 “매일매일 다양한 반찬이 있어 기쁘다.”고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쿠키나 생강과자와 같은 품목을 기획해서 제조는 과자회사에 의뢰를 해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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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치오지 시의 특산품인 생강을 갈아서 만든 막과자
You&I가 기획/판매하고 있는 이 과자가 하치오지 시의 인기 특산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질문 : 주활동 지역과 자원봉사자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카타카이 : 키요카와초우와 인근에 사는 600세대가 대상입니다. 이 지역의 고령화율은 35%정도입니다. You&I 자원봉사자는 약 10명, 반찬과 도시락 배달 자원봉사자는 110명입니다. 120명 가운데 일부는 먼 곳에서 오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거의 이 지역의 주민이고, 70세 이상이 95%정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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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다.”는 말이 무엇보다도 큰 기쁨이라고 말하는 자원봉사자들

질문 : 실적은 어떤가요?

카타카이 : 모두 합쳐 하루 평균 판매액이 3만 엔(한화 약30만 원)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 7할이 반찬 판매 수익이고 나머지 2할 정도가 도시락 판매라 충분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키요삐&토마토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하루 판매액이 1만 7,000엔(한화 약17만 원)정도였지만,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회원들로부터 초기 창업금을 마련하기 위해 출자금을 모았는데 3년 만에 모두 갚았습니다.

질문 : 이런 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있나요?

우메자와 : 저는 하치오지의 역 근처에서 도시락 가게 여섯 개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60세가 된 1996년, 지금까지 저희 가게를 이용해 주신 지역 주민들께 은혜를 갚는 차원에서 도시락 배달 자원봉사를 시작하려고 했지요. 17년 전엔 지금과 같은 배달 서비스가 없어서 매일매일 식사를 만들어 먹기가 어려웠던 노인이 많았습니다. 거기서 착안해서 이런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죠. 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동급생 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200인 이상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너무나 기뻤습니다. “내가 무엇을 해도 키요카와초우의 사람들이 지켜준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다가 키요카와초우에 있는 분으로부터 빈집이 있으니까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자원봉사 도시락 배달 서비스 모임 ‘오렌지 회’가 생겨난 것이죠. 5년 정도 지나 그 빈집이 팔리게 되면서, 새로운 장소를 찾기 위해서 하치오지 시와 논의를 하게 되었는데요. 시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던 복리후생시설의 주방을 빌려 주기로 했습니다. 다만 시내의 다른 자원봉사단체와 공동으로 사용하라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그래서 ‘세척 전문점’이라는 식기 세척을 하는 남성 자원봉사팀 등과 합동으로 대여를 해서 ‘오렌지회’를 ‘토마토’로 개명하여 다시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또 5년 정도가 지나자 그 시설도 헐리게 되었고, 저도 나이가 들면서 집 가까이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료들과 의논을 하는 과정에서 혼마 씨(키요삐&토마토 전 대표)가 “빈 점포를 빌려서 이왕이면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면 어떨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혼마 씨도 가담해서 ‘키요삐’를 만들게 되었고, 2006년 3월에 ‘키요삐 & 토마토’가 탄생되었습니다.

질문 :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요?

우메자와 : 지역 주민들이 많이 도와주었기 때문에 시작할 때는 힘든 것은 전혀 없었어요. 사람이 많아서 정보 전달이 힘들다든가, 교대 조의 자원봉사자가 오지 않는다든가, 식재료를 준비하지 않아 급하게 사러 나가는 일 등은 있습니다만,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일단 제가 책임자로 일하고 있지만 모두가 제 나름대로 일을 잘 해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제가 모르는 일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빈틈없이 잘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저는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카타카이 : 식품을 다루기 때문에 영양사인 우메자와 씨가 위생관리자로 되어 있고, 정해진 위생교육 등을 꼭 실행하여 사고가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오렌지회가 발족한 이래 한 번도 사고가 없었습니다. 사실 당연한 일이지만 저희의 자랑거리 중 하나이지요.

질문 : 성과나 보람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우메자와 : 부인이 돌아가신 독거노인 몇 분이 반찬을 사러 매일 오시는데 “저렴하게 가정의 맛을 맛볼 수 있는 것이 참으로 기쁘다.”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그런 분들이 있는 한, 이 일을 그만 둘 수 없죠. 또 도시락 배달은 안부 확인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활동이 사회공헌적인 의미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나 자신은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할 수 있어 즐겁고, 역시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생각합니다.

카타카이: 노인들의 집을 방문했을 때 “당신들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도울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으면, 다시 젊어지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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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재단으로부터 기증받은 경자동차
이 차로 맛있는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질문 : 앞으로의 과제는 어떠한 것이 있습니까?

카타카이 : 우리 나이가 벌써 70대 중반을 넘었습니다.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대략 3년 정도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이에 후계자를 찾지 못하면 존속할 수 없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고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메자와 : 키요카와초우는 50년 전쯤에 논이었던 곳을 주택지로 조성한 곳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때 이사를 온 세대이죠. 우리의 자녀 세대들은 아직 50대로 한창 일을 하고 있는 나이여서 우리를 이어 이 일을 해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만 둘 수는 없기 때문에 카타카이 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후계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_ 김경회 (제16기 행복설계아카데미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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