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희망제작소는 10회에 걸쳐 ‘착한 돈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관한 글을 연재합니다. 이 연재글은 일본의 NGO 활동가 16명이 쓴 책《굿머니, 착한 돈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의 일부를 희망제작소 김해창 부소장이 번역한 글입니다. 몇몇 글에는 원문의 주제에 관한 김해창 부소장의 글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일본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눈에 비친 전 세계적인 돈의 흐름을 엿보고,  바람직한 경제구조를 함께 고민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용자


돈의 행방은 오리무중?

우리가 은행이나 우체국 등 금융기관에 맡긴 돈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금융기관에 맡긴 돈은 그 곳 금고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채ㆍ국채 구입에 쓰이거나 누군가에게 대출되는 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돈이 어디에, 어떻게 운용되는지 거의 모른다. 금융기관 대부분이 저금을 한 사람은 이자에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해 돈의 행방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입구에는 ‘디스클로저’라는 두꺼운 책이 놓여 있는 경우가 있다. 그 금융기관의 조직도나 임원, 1년간의 재무상황이나 사업내용에 대한 보고를 담은 책인데, 돈의 구체적인 운용처, 다시 말해 어떤 사업에 돈을 대출하고 있는지에 대한 보고는 없다. 우리의 돈이 납득할 수 없는 곳에 사용됐다고 해도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확인할 길이 없다.

‘회사채’가 회사의 빚이라면 ‘국채’는 나라의 빚이다. 국채 발행으로 얻은 자금은 주로 도로, 공항, 댐 건설 등 공공사업에 사용된다. 저금을 한 사람들이 더 이상 도로, 공항, 댐 등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도 금융기관을 통해 돈을 빌려주고 있기 때문에 그 사업을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사업이나 간병, 육아, 안전한 먹을거리 공급 등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업에 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은 유감스럽게도 일본에는 아직 없다.

예금의 사용처를 지정한다

유럽에는 독일의 게엘에스(GLS) 커뮤니티 은행이나 이탈리아의 윤리은행 등 ‘사회적 은행’이라 불리는 은행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사회적 은행’은 지역사회의 공익사업에 대출을 하는 은행이다. 지금까지 일반 은행의 운영방식이나 대출처의 불투명함 또는 익명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은행을 만든 것이다.

이들 은행에서는 예금 계좌를 개설할 때 대출 분야(생태, 교육, 직업훈련, 노인복지, 의료 등)를 지정할 수 있다. 게엘에스 커뮤니티 은행은 연 4회 정보지를 발행해 융자처의 정보를 자세히 보고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예금자는 자신이 저금한 돈의 행방을 알 수 있다.

또, 윤리은행은 대출심사를 2단계에 걸쳐 하는데, 1단계에서는 지역의 출자자 집단이 윤리은행의 ‘9가지 가치(환경에 대한 배려, 민주적 운영, 남녀의 기회평등 등)’에 바탕을 두고 운영되는 사업체인지 검토하는 등 직접 대출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

일본에도 이러한 은행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NPO은행은 예금을 취급하지는 않지만, 그러한 은행이다. 시민이 돈을 내고(출자), 대출처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지역에서 돈의 흐름이 눈에 보이도록 만들려는 시도다.
 
1994년 처음으로 이러한 구조와 제도를 도입한 ‘미래은행’이 도쿄에 설립되었다. 그 뒤 가나가와, 홋카이도, 나가노 등 일본 곳곳에 환경 같은 분야에 특화해 대출을 하는 NPO은행이 설립되었다.

NPO은행의 구조

비영리, 저리, 운영의 투명성

NPO은행의 공통 이념은 비영리, 저리, 운영의 투명성이다. 돈벌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출자에 대한 배당은 없거나, 있어도 아주 적다. 대출 금리는 대부분의 은행에서 연 3% 안팎으로 그 은행의 운영비를 충당할 만큼으로 정한다.

대출처에 관해서는 연간 몇 차례 발행하는 뉴스레터나 홈페이지에 소개해, 출자자들이 낸 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연 1회 열리는 총회에 출자자가 참여해 1년간의 운영을 정리하고, 다음해 방침을 정하며 임원을 선출하는 등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하고 있다.

”사용자출자, 대출, 변제의 순환

NPO은행은 시민이 출자한 돈을 바탕으로 지역에 도움이 되는 사업에 대출을 하는 은행이다. 그 돈이 변제되면 또 다른 곳에 대출하는, 지역에서 돈이 돌고 도는 구조다. 출자는 일본의 ‘출자법’에 따라 행해진다. 은행의 예금처럼 원금이 보증되지는 않으며, 대출금처럼 변제가 약속된 돈도 아니다. 출자자가 내는 돈은 NPO은행 운영에 뜻을 같이한다는 증거와 같은 것이다.

NPO은행의 대출은 현재 ‘대금업법’에 따라 행해지고 있다. ‘대금업법’은 원래 높은 이자로 과도한 이득을 취하는 대금업자를 단속하는 법률로, 비영리·저리의 NPO은행에는 걸맞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계속 대출을 하려면 대금업 등록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현재는 여기에 따르고 있다.

대출을 할 때에는 차입 신청을 한 사람이 사업을 원활히 해나갈 수 있는지 알아야 하기에 채산성이 어느 정도인지, 자기 자금은 어느 정도인지, 시장조사는 하고 있는지,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등을 조사한다.

또, 필요한 서류를 제출받는 것 외에 사업설명을 듣고 현지조사를 실시해 신중하고 공정하게 심사를 한다. NPO은행의 특징은 지금까지 대출한 자금이 원활하게 변제되어 연체나 상환불능 상태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심사하는 측이 신중하고 적절하게 심사를 하고 있고, 차입한 측은 NPO은행의 취지를 이해해 대출받은 돈이 모두의 돈이라 생각하고 의지를 갖고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뢰의 고리’는 지역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일본 각지로 확대되고 있다.  

글_ 무카이다 에이코
번역_김해창 (hckim@makehope.org)

● 연재순서

1. 당신의 돈이 전쟁을 돕는다
2. 저금이 환경을 파괴한다?    ? 다시 생각해봐야 할 국책ㆍ공공사업
3. 토빈세, 야만과 싸우는 세금
4. 단리와 복리, 어느 쪽이 친환경적일까?
5. 인플레이션도 피해가는 화폐   ? 한국의 대표적 지역화폐 공동체 ‘한밭레츠’
6. 은행이여, 내 예금의 사용처를 공개하라
7. 계좌로 바꾸는 세계
8. 굿(goods) 감세, 배드(bads) 과세
9. 공유지 보전으로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든다    ? 한국의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10. 지금, 돈의 주인으로 사는 방법    ? 개발을 거부한 도심 속의 오래된 미래, 물만골공동체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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