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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의 사막을 건너는 법

경남 창녕 우포늪은 우리나라 최대의 습지다. 나는 아직 한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얼마 전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서정적인 영상을 보고 “진짜로 환상적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면적이 70만 평에 이른다니 넓기도 하고 생태적 다양성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포늪은 1998년 람사르 습지 명단에 등록되었다. 28일부터 일주일 간 경남 창원시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10차 람사르 총회(COP) 덕택에 우포늪은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지만, 사실 우포늪이 없었다면 창원에서 이런 큰 국제회의가 열리지 않았을 것이니 우포늪이 람사르 총회 유치에 큰 몫을 한 셈이다.

근래 환경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람사르 협약이 언론에 오르고 이번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습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람사르 협약은 간단히 설명하면 ‘습지의 보호와 현명한 이용’에 관한 국제 조약이다.

람사르 협약은 1971년 2월 2일 이란 북부 카스피해 연안에 있는 휴양도시 람사르에서 채택됐고 1975년부터 국제법의 효력이 발생했다. 그래서 이름이 람사르 협약으로 알려진 것이다.


습지 인식 계기 되었으면


실제 공식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 중요성을 가진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당시의 협약체결을 주도한 주체와 그들의 관심이 잘 드러나 있는 이름이다.
람사르 협약에 가입한 국가는 2007년 기준으로 155개국이다. 람사르협약 가입국은 의무적으로 최소 1개 이상의 습지를 ‘람사르 리스트’에 등록해야 한다. 이렇게 등록된 습지가 전 세계적으로 1675곳이고 그 넓이가 151만 평방킬로미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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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람사르 협약 가입 10년 만에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람사르 총회를 유치하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특별히 습지 보전에 관심을 보인 나라는 아니다. 가입하면서 처음 등록한 습지가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 용늪이다. 이어 우포늪, 전남 신안군의 장도늪, 순천만의 보성 및 벌교 갯벌, 제주 물영아리오름이 등록되었다.

람사르 협약이 보호대상으로 하는 습지는 조석간만의 차이로 드러나는 바다습지, 내륙습지 그리고 인공습지로 분류된다. 논과 저수지는 물론 갯벌도 그 대상이다.
이번 람사르 총회가 국제 환경 전문가들의 공동체에서 어떻게 평가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게는 몇 가지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 국제회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첫째, 습지의 보호와 활용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람사르 습지명단에 등록한 습지는 40평방킬로미터 내외다. 이 가운데 순천만 보성 및 벌교 갯벌이 대부분인 35평방킬로미터를 차지한다.

습지하면 우포늪처럼 태곳적부터 형성된 못과 늪지만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람사르 협약이 규정하고 있는 습지는 보다 광범하다. 강과 삼각주 갯벌 그리고 논이 포함된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도 습지의 천국이다. 서해안의 갯벌만 해도 세계적인 습지이다. 습지가 쓸모없는 땅이 아니라는 것은 새만금 간척 논의를 거치면서 알게 된 일이다.

습지야말로 가장 생태계로서 동식물의 활동이 풍부한 곳이다. 우포나 주남저수지, 즉 내륙습지만이 관심의 대상이어서는 람사르 총회의 본뜻을 일부만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총회가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를 글로벌한 시각에서 평가하고 올바른 보전과 이용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보는 것도 뜻깊은 일이다. 개발론자들은 습지보전의 필요성을 놓고 고민해야 하고, 환경론자들은 개발의 필요성을 놓고 고민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둘째, 이번 회의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비전이 구체화하기를 바란다. 총회기획단이 이번 행사를 ‘환경올림픽’이라는 별칭에 맞게 친환경 행사로 준비해 왔다고 한다. 회의장에서 필요한 모든 물품, 회의장 내 이동수단, 숙박업소에 이르기까지 친환경 회의로 기획하여 국제회의의 표준 모델을 삼겠다는 각오다.


’저탄소 녹색성장’ 구체화를


1회용 종이컵을 없애고, 각종 인쇄홍보물은 재생용지를 사용하고, 페트병생수 대신 생수통과 물주전자를 사용하게 하고 있다. 행사장 내서는 하이브리드카와 자전거로 이동하게 하는 등 이산화탄소 줄이기의 시범을 보이고 있다.

특히 탄소상쇄기금 마련은 인상적인 아이디어이다. 참가자의 교통수단과 이동거리를 토대로 소위 탄소발자국을 계산, 탄소상쇄비를 부과하고 걷힌 돈으로 저개발국 습지보호와 재생에너지 개발에 쓰도록 총회본부에 기부할 참이다.

셋째, 이런 환경 국제회의가 지방에서 열린다는 데 의미가 크다. 환경문제의 각종 어젠다 정하기와 활동은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지방은 소외되거나 조연 노릇밖에 못해왔다. 창원 람사르 총회가 지방 주민에 자극을 주어 지방발전과 환경보전의 새 패러다임을 스스로 만드는 참여의 자극제가 되기를 바란다.


*이 칼럼은 내일신문에 함께 게재합니다.


올챙이 기자로 시작해서 주필로 퇴직할 때까지 한국일보 밥을 먹었다. 혈기 왕성한 시절의 대부분을 일선 기자로 살면서 세계를 돌아 다녔고 다양한 이슈를 글로 옮겼지만 요즘은 환경과 지방문제, NGO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글 쓰는 것이 너무 지겹다’고 말하면서도,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0.6도 올랐다는 사실이 인류의 미래에 끼칠 영향을 엄중히 경고하기 위해서 사막을 다녀온 후 책을 쓰고, 매주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현장에 있고 천상 글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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