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하면 ‘나로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우주항공산업의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하지만 인구 7만의 고흥에서는 나로호만큼이나 값지고 주목해야 할 변화들이 한창 진행 중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고흥 땅을 벗어나 산 적이 없다는 고흥 토박이, 누구보다 고흥을 잘 알고, 또 누구보다 고흥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박병종 군수를 만났다.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이하 윤) : 고흥군은 어떤 곳인지요? 소개 겸 자랑을 부탁드립니다.
박병종 고흥군수(이하 박) : 우리 고흥은 세계 13번째 우주발사체 기지인 나로우주센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올 1월에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위성발사를 완벽하게 성공했지요. 항공센터, 국립 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 우주과학관, 고흥천문과학관, 고흥우주발사전망대 등 우주항공 관련 교육체험시설이 집적화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고흥과학로켓센터, 고흥우주랜드 조성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의 중심도시로 우뚝 서고 있습니다.
고흥은 또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갖고 있는데요. 덕분에 석류, 유자, 참다래, 마늘, 취나물을 비롯해 김, 미역, 다시마, 꼬막 등 품질이 우수한 농수산물이 많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분청사기 요지와 팔영산 편백림도 보유하고 있지요.
[##_1C|1400146087.jpg|width=”300″ height=”28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박병종 고흥군수_##]
윤 : 민선 4기에 이어 5기에도 군수로 재임하고 계신데요. 군수님이 고흥 토박이라고 들었습니다. 고흥 땅을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으시다고요. 7년 넘게 고흥 군정을 이끌어오신 소회를 말씀해주시지요.
박 : 사실 저는 다른 단체장들에 비하면 좋은 학력이나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소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고흥에서 평생을 살아온 것이 군정을 이끄는 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군수를 할 생각은 없었어요. 협동조합에서만 30년 넘게 일했으니까요. 당시에는 제가 농민운동가 혹은 농촌운동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활동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내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고흥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흥 인구는 1968년만 해도 23만 명이 넘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줄더니 지금은 7만 명 정도밖에 안 돼요. 이런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죠. 제가 다른 것은 없지만 고흥에 대해서는 정말 잘 알거든요. 이 장점을 활용하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군수에 출마하게 됐어요. 준비가 부족했던 탓에 민선 3기에서는 낙선했지만, 도의원을 거쳐 민선 4기부터 고향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이제 7년이 넘었는데요. 그동안 정말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네요. 그만큼 할 일이 많았어요. 처음 군수로 재임할 때는 성과를 달성하는 데 많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역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데 모든 행정력을 기울였어요. 특히 기업 유치, 지역경제 활성화, 인재 육성 등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런데 기업 유치는 산업단지가 조성된 상태에서 진행돼야 하거든요. 고흥은 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습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해안선 총연장 1057km에 섬이 233개가 되어 전 지역이 수자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게 큰 걸림돌이었어요. 이를 해제하기 위해 양해각서도 만들고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덕분에 수자원보호구역을 73% 정도 해제시킬 수 있었어요.
윤 : 그 다음 핵심사업인 인재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지요?
박 : 사실 고흥은 지방세로 공무원 인건비도 충당 안 되는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하지만 교육환경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인재육성기구의 기금이 대표적인데요. 100억 원 조성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했더니 115억 원이 모금됐어요. 민선 5기 들어와 3년 만의 성과입니다. 초과달성한 거죠. 이에 200억 원으로 목표를 바꿨습니다. 이 금액이 차면 또 목표를 상향시키려고요. 1천억 원 정도가 되면 지역의 학생들에게 충분히 장학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농촌지역에 있는 학생들은 도시에 비해 여러 가지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잖아요.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영어경시대회를 열었고, 여기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에게 해외연수의 기회를 줬어요. 매년 19명 정도의 학생이 미국, 캐나다 등으로 단기연수를 떠나고 있습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고흥의 아이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최근에는 국사경시대회도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국가의 역사를 알고, 이를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지요.
지역경제 활성화 관련해서 고흥은 물산이 풍부하다고 했잖아요. 이에 청정식품단지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농공단지 하나를 만들었어요. 바로 고흥청정식품단지입니다. 이게 100% 분양이 됐습니다. 그래서 10만 평을 더 늘리려고 준비 중입니다. 유명한 기업들이 이곳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요.
우주항공산업 관련해서는 고흥이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고흥은 하늘문이 열려 있는 곳이에요. 다른 지역은 비행기가 떠도 군사시설 등의 문제로 통제받는 경우가 많거든요. 고흥에는 그런 문제가 없죠. 또 다른 나라의 우주발사센터 소재지는 사막지대나 국경 부근 등 접근성이 좋지 않은데, 고흥은 그렇지 않아요. 수도권에서 제일 가까이 있는 우주발사센터를 보유한 곳은 대한민국뿐입니다. 여기서 좀 더 선진형으로 나아가려면, 우주발사센터를 중심으로 부품산업, 관광우주항공산업, 체험산업 등이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요.
고흥은 우주다
윤 : 먼저 우주항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해오셨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지요.
박 : 2021년까지 우주, 항공, 관광분야 14개 사업에 1조6천억 원이 투입될 ‘고흥우주항공클러스터’ 사업을 2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어요. 사실 고흥처럼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서 이런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끊임없이 요구했죠. 덕분에 2016년까지 우주센터 확장사업, 추진기관 시험동, 우주랜드 사업 등 6천억 원 규모의 6개 사업이 확정되어 추진되고 있어요.
윤 : 우주항공산업의 인프라를 잘 활용하면 좋은 관광자원이 될 것 같은데요. 그리고 작년에 6년 만에 ‘고흥우주항공축제’가 재개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박 : 고흥우주항공축제는 대한민국의 많은 축제 중에서 유일하게 우주, 항공과학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6년간 중단했던 것은 정제되고 발전시킨 축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였어요. 그러다 작년에 재개되었는데요. ‘나로호 발사’라는 국민적 이슈를 이 축제로 승화시키고자 했습니다. 우주항공축제에는 어린이우주인 선발대회, 로켓발사대회, 이소연 박사가 타고 갔던 소유주 우주선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요. 매년 향상된 내용으로 우리 군 고흥만 일대에서 개최될 것입니다. 앞으로는 집적화된 우주과학 교육 체험시설과 연계해 축제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고요. 전국 규모의 학생과학 창작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윤 : ‘고흥 대종상단편영화제’, 갯벌과 스포츠를 접목한 ’머드림픽‘ 등도 고흥에서 매년 열린다던데요. 이런 축제나 행사들도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박 : 작년부터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종상과 손잡고 ‘고흥 대종상단편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는데요. 올해로 50회째 되는데, 49회인 작년부터 고흥에서 계속 개최하고 있습니다. 예비 영화인에게는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문화향유의 기회를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어요. 매년 약 200여 편의 단편영화가 출품되고 있습니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고흥 점암중학교 학생들의 출품작이 청소년상을 수상하는 등 지역 청소년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어요. 덕분에 영화동아리 신설, 영화캠프 개최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죠.
고흥 머드림픽은 7~8월 중 남양면 선정마을의 청정갯벌에서 펼쳐지는 행사입니다. 지역 주민이 주관하는 대표적 해양 갯벌생태 축제인데요. 우리 군 생활체육동호회와 자원봉사자들이 주도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와 봉사의 모습을 보여줘 타 지자체의 본보기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_1C|1231603143.jpg|width=”500″ height=”33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머드림픽_##]
지역자원으로 환경과 에너지 문제 해결
윤 : 고흥이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고 하셨는데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전하기 위한 사업도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청정고흥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펼친 결과, 지난 6월에 ‘제11회 대한민국 환경문화대상’에서 대상도 받으셨지요? 지역 주민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전국 최초의 ‘고흥 그린 솔라마을’이 저탄소 정책의 성공모델이라고 하던데, 소개해주시지요.
박 : 고흥은 전국 최고의 일조량을 갖고 있어요. 제주도보다 연간 662시간이나 많은 일조시간을 보유하고 있어서 태양광 발전에는 최적지이지요. 무슨 사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솔라마을도 순탄치만은 않은 사업이었어요. 주변 주민들은 마을경관이 훼손되고, 태양광발전소 운영에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어서 지역발전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때문에 부지를 선정하고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데 대해 주민들이 반대해 제 속도를 낼 수가 없었죠. 해결방안을 고민하다 참여하는 기업들에게 마을발전기금을 내도록 했어요. 기업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원하는 위치에 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토지매수에 들어갈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주민들도 좋게 생각해주셨고요.
덕분에 풍양면 삼각마을 등 9개 마을에 사업비 196억 원을 들여 2548KW의 태양광발전소를 만들었어요. 투자기업으로부터 마을발전기금 총 13억4천만 원을 10년에서 15년 간 매년 분할해 받고 있는데, 전액 마을 공익사업을 위해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고흥 곳곳에 솔라마을을 만들 예정입니다. 일본 원전 방사능 유출, 에너지 고갈, 환경오염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윤 : 금산면의 폐석산 부지에 에너지테마파크도 만들었지요? 일본 가와사키에서도 쓰레기매립장에 대규모 솔라단지를 만든 사례가 있는데, 폐석산을 활용했다는 점을 비롯해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더라고요. 이 또한 환경, 에너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 같은데요.
박 : 금산면 어전리에 1970년대부터 30년 동안 석산 개발로 인해 황폐화한 부지가 있었어요. 100m씩 마구 파헤쳐진 땅을 보고 있으니까 화가 나더라고요.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았죠. 우선 폐석산의 어그러진 현장을 사진으로 촬영해 후세들도 교훈으로 볼 수 있게 하라고 했죠. 환경을 해치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도 죄악임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어요. 그리고 부지 평탄화 작업을 먼저 진행했습니다. 그런 다음 그 부지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지요. 사실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자꾸 변하고 또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제한하는 정책이 만들어지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러다 작년에 RPS제도(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제)가 도입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됐죠. 현재는 전기준공 승인을 완료했고, 운영도 되고 있는데요. 25MW의 규모입니다. 우리 군 전체 전력소비량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요.
[##_Gallery|1396954395.jpg|거금에너지테마파크 부지전경(사업 전)|1225879632.jpg|거금에너지테마파크 부지전경(공사 중)|1362308910.jpg|거금에너지테마파크 부지전경(공사 후)|width=”400″ height=”300″_##]
윤 : 지금은 민간기업이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추후 군에 기부체납 하면 군의 수입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진행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박 : 20년 후에 기부체납이 되는데요. 연 평균 60억 원에서 100억 원의 군 수입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어려움은 물론 있었죠.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적도 많이 생겼어요. 돌이 돈이 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태양광 사업을 반대했어요. 대부분이 군유지이고 일부 사유지가 있는데, 사유지 매입에도 문제가 있었죠. 상당히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 사업이 추후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를 계속 얘기하면서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윤 : 추후 혁신사례로 다른 지자체에 소개해도 좋을 이야기 같네요. 고흥에서는 친환경 사업이 참 많이 진행되고 있어요. 해조류로 바이오에탄올을 만드는 데도 성공하셨다고요?
박 : 그동안 바이오에탄올은 대부분 곡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곡물계 바이오에탄올은 비판도 많이 받았죠. 식량이 부족해 굶어 죽는 사람들도 있는데, 식량을 가지고 에너지를 만드는 데 대한 문제제기였지요. 해조류 바이오에탄올은 목질계 바이오에탄올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해조류 특히 홍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사업은, 시행사인 바이올시스템즈(주)가 지난 2009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연구센터랑 실증공장을 만들었어요. 이후 세계 최초로 중형차 1만7,000여 대를 주유할 수 있는 양인 연간 120만 리터 생산이 가능한 플랜트도 구축했습니다. 앞으로 1억 리터 생산이 가능한 본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에요. 수율 증대, 안전성 확보 등 다양한 추가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바이오에탄올이 700억 리터 이상 생산되고 있는데요. 2020년까지 생산량 2,000억 리터 이상, 매출 200조 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더라고요. 여기서 해조류 바이오에탄올이 10%만 점유하더라도 20조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우리 고흥에서 최초로 개발했고 원천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술보급에 따른 개런티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윤 : 바이오가솔린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해조류의 양은 충분한가요? 곡물계 바이오에탄올은 원료 공급이 어려운 점도 문제였거든요. 채산성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박 :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큰 걱정이에요. 해조류는 원료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버릴 것이 없거든요. 주정, 화장품 원료, 암 치료제로 쓰이고 마지막은 사료까지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폐기물이 하나도 남지 않는 거예요. 이에 전남도와 협의해서 원료를 채취할 수 있는 시설을 정비했습니다. 종근도 뿌리고요. 이를 통해 원료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또 모든 해조류가 바이오에탄올 제조에 쓰일 수 있거든요. 지금은 가사리 종류만 이용하고 있어요. 예컨대 미역은 3분의 1이 버려지거든요. 특히 미역의 뿌리 부분이 바다에 버려지곤 하는데요. 사람들이 먹진 않지만, 이 부분에 단백질 등의 영양이 많다고 해요. 이런 것들이 가공 혹은 청정에너지 생산에 쓰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_1C|1362843375.jpg|width=”500″ height=”332″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해조류 바이오에탄올 파일럿플랜트 준공식_##]
능동적인 농정으로 전환
윤 : 유자는 고흥의 대표 특산품인데요. 사실 대도시에서는 최근 유자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 같더라고요. 유자 관련 산업은 현재 잘 되는지요?
박 : 오래 전부터 고흥에는 유자가 많았어요. 관련 산업도 번성했죠. 하지만 유자 값이 많이 내려가 유자나무의 30% 정도가 벌목됐어요. 민선 4기에 보니, 유자가 1kg당 200~800원 정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가공공장을 만드니까 1kg당2,000~3,000원 정도로 올라갔습니다. 현재는 이 상태가 유지되고 있어요. 지금은 유자의 효능(비타민C, 항암물질 등)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고흥은 물산이 풍부한 지역이니, 지역에서 나오는 농산물을 가공만 해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봐요. 앞서 잠시 말씀드린 고흥청정식품단지도 이런 측면에서 만든 것이지요.
윤 : 농수산식품비전5000 프로젝트도 마련하셨지요? 침체돼 있는 농촌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박 : 이 프로젝트는 민, 관, 학이 공동 협력체로 추진하는 고흥군 중장기 프로젝트예요. 2020년까지 5,000만 원 이상 고소득 농림어가 5,000 가구 육성, 5,000억 원 이상 농림어업 소득 달성, 농수산식품 수출액 5,000만 달러 이상으로 신장시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이 사업은 무엇보다 농어업의 현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전국 지자체 최초로 농림어가소득 총조사를 2011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어요. 단순히 무슨 작물을 재배하는지만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토양 상태가 어떤지, 문제는 없는지 등 굉장히 꼼꼼하게 조사를 합니다. 이 자료를 통해 우리 군의 농림수산업 정책 목표를 구체화시키고 있고요. 다음으로 비전5000 추진을 위해 지원협의회를 개최하고, 민?관?학 40명의 분과위원회도 만들었어요. 이후 연간 1억 원 이상 소득을 올린 농가에 대해서는 골드클럽, 2억 원 이상은 다이아몬드 클럽이라는 소득왕 인증패를 수여하는 등 다양한 시책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군의 모든 농림수산업 시책과 사업들을 통합하면서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졌는데요. 자체 개발한 소득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보조금 중복 지원이나 편중의 문제도 원천 차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농업인소득지원기금 조례도 제정했어요. 100억 원을 조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전국 최초로 70세 이상 노인에게도 연리 1%로 융자금을 지원하고 있고요.성과가 제법 나오고 있는데요. 작년 말 기준으로 농림어가소득 총조사를 실시한 결과, 2010년에 1200 가구이던 5천만 원 이상 고소득 가구가 2012년 2060 가구(72%)로 증가했더라고요. 농수산물 수출액 또한 2,030만 달러에서 3,367만 달러로 66% 증가했습니다. 특히 2014년 농수산물 수출 중기 목표인 3천만 달러를 2년이나 앞당겨 작년에 달성했지요. 농림수산업 소득액 5,000억 원 목표 또한 중장기 목표를 무난히 넘어설 것 같아요.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방어적인 농정에서 능동적인 농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는 점이에요. 사실 그동안은 상위 기관에서 내려온 공문 처리나 매년 같은 업무만 반복했거든요. 지금은 데이터 조사를 통해, 어떻게 하면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을까에 대해 전 공직자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농어민에게도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마음가짐이 생겼고요.
윤 : 적극적인 농업정책 때문인지 고흥이 억대 고소득 농가가 전남에서 제일 많은 지역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대부분 대농일 것 같아요. 사실 대농만큼 중요한 것이 소농인데요. 지역의 일반적인 식량공급에 기여하기 때문이지요. 소농 육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무엇인가요?
박 : 비전5000 프로젝트로 고소득 농가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영세 고령농가가 아직 많은 게 사실입니다. 이에 소농의 소득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어요. 우선 강소농 육성 추진을 위해 도심에 위치한 기존 청사를 고흥특화작목연구단지 현장으로 이전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내년에 이전할 예정입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아열대 작물 등 지역 적응성 검토 및 재배기술 개발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자, 석류 등 소득 작목 이외에도 유휴지와 경지이용률 증대를 위해 다양한 틈새소득작목 50개를 발굴해 보급하고 있는데요. 특히 시금치, 미나리 등 겨울철 노는 땅을 이용한 생산화 사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기술 보급, 현장 컨설팅, 농업인 역량강화 실용화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고요. 총사업비 24억4천만 원으로 62종 282대의 농기계를 확보하여 임대사업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지마을 중심으로 농기계 현장순회 수리도 진행하고 있고요.
해피고흥 이동봉사단이 모두 해결해 드립니다!
윤 : 고흥의 고령화율도 굉장히 높다고 들었습니다. 33.8%라고 들었는데요. 노인 분들과 취약계층을 위해 실시한 정책 중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면요?
박 : 지난 6월, 민선 5기 3주년을 맞이해 군 내부적으로 군정 주요성과에 대해 자체평가를 실시했는데요. 그 중 첫 번째가 ‘해피고흥 이동봉사 100회 운영 달성’이었어요. 해피고흥 이동봉사는, 주민생활서비스가 취약한 지역의 노약자와 기초수급자 등 취약 계층의 생활불편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월 2회 마을별 순회 방문을 하는 사업입니다. 이?미용, 목욕, 청소, 도배, 농기계와 보일러 수리, 양?한방 진료, 행정상담 등 21개 서비스가 80여 명 봉사자의 참여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찰도 함께 참여해 주민갈등 문제도 현장에서 바로 해결하고 있어요. 자원봉사 형태로 진행되다 보니 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히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1년에 5,000만 원 정도 들었으니까요. 지난 6년 동안 6,511명이 참여했고, 3만9968건의 주민불편사항을 해결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두었어요. 입소문이 나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많이 배우러 오더라고요. 마을 방문이 있는 날엔 저도 가급적 동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주민들께 사명감과 자부심을 보여드리고 있어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입니다.
[##_1C|1242612800.jpg|width=”500″ height=”33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해피고흥이동봉사단_##]
윤 : 민선 5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남은 임기 동안 중점적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분야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박 : 우선 추진 중인 사업들이 잘 마무리될 수 있게 할 거고요. 고흥군 중장기 비전이기도 한 고흥우주항공클러스터 구축, 농림수산식품산업 비전5000 프로젝트의 목표 달성을 위해, 초심을 잃지 않는 뚝심으로 뒷심을 발휘하려 합니다. 또한 평소 저의 소신이기도 합니다만, 소외되거나 설움 받는 사람이 없는 지역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역량을 쏟으려 합니다.
윤 :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진행_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정리_ 최은영 (기획홍보실 연구원 bliss@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