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희망재단 주관 전국 면 단위 지역 교육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2013년 농어촌희망교육공동체 시범사업기관으로 내가 사는 경북 예천군 용문면 금당실마을 교육공동체(용문지역내 유치원, 초?중학교 학부모 중심)가 선정되었다. 사업계획서에 제출한 대로 아동청소년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마을교육활동가들의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하는 일은 나 역시 공동체의 주요 실무자로서 일해 본 경험도 전문 지식도 없던 터라 막막했다. 그 돌파구를 찾던 중에 KB희망센터를 알게 되었다
마침 KB희망센터 시니어 마을디자이너 양성 교육 제1기 <마을愛빠지다> 교육생 모집공고를 보게 되었고 ‘아! 우리가 찾던 교육과정이네!’하며 희망의 빛줄기를 찾은 것 같았다. 우리 공동체 식구들이 함께 서울로 가서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라 담당자인 허새나 연구원에게 동일한 교육과정을 혹시 용문면에서도 진행해 줄 수 있는지 용감하게 의뢰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당장은 지원이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포기할 수 없는 절박함과 오기(?)로 공동체를 대표해 혼자서라도 교육을 받기 위해 용기 있게 지원서를 제출했다.
호기롭게 지원서를 제출했지만, 11번 교육 수강을 위한 서울행을 제대로 감당할 체력과 시간이 될지, 장마기간이라 안전도 걱정되고, 초등학교 4학년 딸을 팔순의 친정어머니에게 늦은 시간까지 맡겨두는 마음의 무거움 등으로 내심 걱정도 많이 되었다.
예천에서 성남 가는 버스는 오후에 1편뿐이라 아침 8시 30분 집에서 나와 예천버스터미널에 차를 두고 인근 점촌버스터미널까지 시외버스를 타면 아슬아슬하게 9시 45분 성남 야탑역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탈 수 있다. 2시간 남짓 걸려 분당에 도착해 간단히 점심을 먹고 한숨을 돌리고 다시 성남 KB희망센터에 가는 버스를 갈아타면 오후 3시 교육에 늦지 않고 참석할 수 있었다. 교통카드 사용법도 낯설었고, 버스를 타고 내릴 때마다 정거장을 놓치지 않으려 늘 신경도 쓰였다. 첫날은 버스 타는 곳을 물어 보고 타서 늦지 않았는데 다음엔 거꾸로 가는 버스를 타 지각을 하기도 하고, 저녁에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가려는 마음에 인근 영주시로 오는 버스를 탔다가 예천 오는 차편이 끊어져 비싼(?) 야간택시를 타기도 하면서 나름 좌충우돌 예천에서 성남 가는 모든 방법을 섭렵하는 생존적 기술도 터득하게 되었다.
첫날 진행된 오리엔테이션에서 14명의 교육생들과 밝은 인사를 나누며 왠지 편한 유대감과 친숙함을 느끼며 즐거운 교육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첫 시간 강사로 오신 원기준 철암어린이도서관 대표님의 ‘시니어, 마을과 함께하니 기쁘지 아니한가’ 강의가 진행되는 2시간 내내 한눈을 팔 수 없었다. 정말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현장 활동가로서의 실패담이 오히려 무엇보다 귀한 교훈이 되었고 마을 디자이너로서의 기본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원칙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짚어 주셨다. 참 오랜만에 뭔가 뭉클하고 마음이 시원해지는 시간으로 상경의 피로감을 거뜬히 이겨낼 힘을 얻었다.
2강 마을의 숨은 이야기를 주제로 한 이기만 (주)역사 만들기 대표님의 강의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얻었고, 이어진 3, 4강 커뮤니티 비즈니스, 협동조합 강의를 들으면서 많은 국내외 사례와 진행과정을 통해 장래 마을 디자이너로 기본 소양과 지식을 겸비해 가는 의식과 시각을 깨우는 시간을 가졌다. 똑똑 도서관 김승수 관장님의 기타 솜씨와 우리 교육생들의 화음이 어우러져 배움의 즐거움과 고정관념을 깨고 창의적인 사고법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시간들도 계속 이어졌다.
경기도 광주의 사회적기업인 창작공장 로운과 성남 섬마실 학습공동체 방문을 통해 현장 활동가들의 마을 만들기 노하우와 열정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고 개인적으로 많이 도움이 되었던 것은 동기생들과 협력해 진행해 나간 팀 프로젝트였다. 우리 조는 ‘잘잘잘組’로 “잘 먹고 잘 배우고 잘 놀자”는 뜻을 가진 마을 만들기 팀이었다. 팀 프로젝트를 통해 농촌마을의 방과 후 교육서비스에 대해 풍선처럼 부풀어져 있던 많은 생각들과 사업계획들이 동기생들의 날카로운 피드백과 재치 넘치는 아이디어를 통해 보완되었고 보다 구체화되는 뜻밖의 결실을 얻었다. 나만의 좁은 틀에 갇혀 날개를 달지 못하였던 생각과 계획들이 동기 교육생들에게 공유되고 함께 고민하고 소통해가는 과정을 통해 공동의 과제로 숙성 발전되어 가며 성장하는 것을 직접 느낀 귀한 시간이었다. 다른 조원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도시의 마을공동체와 농촌의 마을공동체가 추구하는 내용에는 차이가 있어도 한 가지 ‘사람이 먼저다!’ 라는 가치는 공통되어야 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할 수 있었다.
교육 진행 과정에서 접한 다양한 기법들을 교육을 마친 후 금당실마을의 공동체원들에게도 적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회 보다 유익하고 충실한 강의가 되도록 세심하게 준비하고 무엇보다 시종 미소로 교육을 진행했던 허새나 연구원님과 교육받는 순간순간의 감동들을 놓치지 않고 사진과 영상으로 소중하게 담아 준 김우주 연구원님, 공부한 강의 내용들을 공동체 식구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카페를 통해 자료를 꼼꼼히 게재해 주시는 등 수료식날까지 이어진 두 분의 따뜻한 배려로 행복한 7월을 보냈다.
아쉽게도 이러한 교육이 아직은 도시 위주로 집중되어 있다. 농촌지역에 있는 시니어들과 젊은 학부모들도 교육적 요구가 무척 대단하다. 부디 KB희망센터 <마을愛빠지다>가 찾아가는 교육 서비스까지도 제공할 수 있는 ‘전국 시니어 마을愛지원센터’로 발전하여 전국의 마을에 숨어있는 마을 디자이너들을 희망으로 깨우고 든든히 세워서 행복한 희망 마을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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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임영희 (제1기 마을愛빠지다 수료생)
사진_ 김우주 (시니어사회공헌센터 보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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