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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숙의 일본통신 (15) 마을이 캠퍼스다
평일에도 시부야역 광장과 거리는 쇼핑을 하거나 놀러 나온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복잡하다. 도쿄 부도심의 하나인 시부야는 누가 뭐래도 일본 최대의 쇼핑 천국이고 만남의 장소인 것이다. 시부야는 비단 상업 시설뿐만 아니라 문화유적지 명치신궁과 도심의 자연림 요요기공원 등이 있다. 또한 번화가를 조금 벗어나면 고급 주택가가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시부야는 주간 인구가 약 52만 명으로 거주 인구 약 20만 명의 2.7배나 되는 전형적인 도심 번화가다. (2010년 통계)
이곳에 독특한 대학이 하나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 말하는 대학은 아니다. ‘시부야의 미래상을 스스로 그려 가겠다.’는 깃발을 내걸고 젊은이들이 모여 서로 배우고 가르치면서 마을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시부야대학이다. 물론 시부야대학에 젊은이들만 모이는 것은 아니다. 60대의 시니어 학생들도 있다. 시부야대학 수업 코디네이터인 니시타니 씨는 에비스에 36년 동안 살아온 원주민으로 에비스역 앞에서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어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니시무라 씨는 2년 전부터 시부야대학의 고참 학생이 되었다. 두 사람은 ‘시부야 대학 국제화 프로젝트’라는 동아리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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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캠퍼스다
시부야대학에는 특정 캠퍼스와 강의실이 없다. 때로는 쇼핑몰 오모테산도힐즈가, 명치신궁이, 도쿄한즈 본사 사옥이, 요요기공원의 가로수길이, 오디토리움이, 와인바가 교실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시부야의 각 기관과 기업, 그리고 주민들의 협조를 얻어 현재 약 250개의 강의실을 확보하고 있다. 과연 일본에서 가장 큰 캠퍼스를 지닌 대학이라 자랑할만하다.
누구나 가르치고, 배우는 대학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도 시부야대학의 특징 중 하나이다. 즉 ‘가르침’과 ‘배움’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곳이다. 시부야에 살고 있거나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생도 학생도 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마을에 잠자고 있는 ‘재능’과 ‘경험’ 그리고 ‘관심’을 발굴하여, 서로 공감을 나눈다.
시부야대학의 1호 마을선생님인 마쯔다 씨는 시각 장애인들의 영화 감상을 지원하는 단체에서 영화에 음성 해설을 붙이는 일과 상담을 하고 있다. 시부야대학에서는 때론 선생이 되어 때론 코디네이터가 되어 일반인들과 음성 가이드를 붙인 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있으며, 수업과 별도로 세미나반 ‘니지도네이로(무지개와 음색)프로젝트’도 운영하고 있다. 메그로에서 채소 디저트점을 운영하는 파티셰 카키사와 씨도 시부야대학의 선생이다. 2009년에 ‘베란다에서 채소 키우키’, ‘창작 채소 디저트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현재 시부야대학에는 이런 선생님들이 735명이나 있다.
[##_1C|1107057101.jpg|width=”400″ height=”24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신선한 채소로 만드는 창작 디저트 수업_##]
2006년부터 시작한 시부야대학은 현재까지 700개 이상의 수업을 개최해 왔다. 지난 3월17일 토요일, 우리가 시부야대학을 방문한 날도 3개의 수업이 있었다. 시부야역 앞의 복합타워 시부야히카리 8층에서는 시부야대학 미래세션 최종회 ‘시부야 마을을 미래센터로!’라는 수업이, 도쿄한즈 본사 빌딩 6층에선 ‘봄철 피부와 헤어 케어’ 라는 수업이, 에비스 사회교육관에선 ‘아이들을 위한 우물가 회의’라는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왠지 서로 거리감이 있는 주제들이다. 실제로 시부야대학의 수업 테마는 실로 다양하며 내용 또한 독특하다. 약 20명의 수업 코디네이터들이 이처럼 폭넓고 독특한 수업들을 기획하고 있다.
사쿄 야스아키 학장 ‘시부야대학’을 말하다
독특한 배움과 만남의 장, 그 특징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커뮤니티 네트워크 대학이라 말할 수 있는 시부야대학의 설립자이자 학장은 34세의 청년 사쿄 야스아키(左京泰明)씨다. 후쿠오카 출생인 그는 오직 럭비를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와세다대학에 입학하여 럭비부 주장까지 지냈다. 졸업을 할 때가 다가오자 ‘무엇을 하고 싶은가?’ 고민하며 답을 찾기 위해서 휴학 후 다양한 활동을 경험했다.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하여 3년간 근무하고 2005년 퇴사했다. 그 뒤 NPO법인Green Bird를 거쳐, 2006년 9월에 시부야대학을 설립했다. 시부야의 번화가에 있는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_1C|1225908893.jpg|width=”163″ height=”16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쿄 야스아키 학장_##]Q) 후쿠오카 출신이라 들었는데 번화가인 시부야에서 마을만들기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원래 시부야구청에서 커뮤니티 교육을 시작하려고 시도했지만, 좀처럼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NPO의 주도로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원래의 컨셉을 조금 바꿔 기획안을 만들어 구청에 제안했다. 구청에서 대단히 만족해 시부야대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시부야는 시부야대학뿐만 아니라 지역통화 등 다양한 마을만들기 활동이 그동안 시도되고 있었다.
Q) 시부야는 거주자보다는 이동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업지역이다. 이런 지역에서 마을 만들기를 구상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어떤 구상을 갖고 출발했나?
A) 시부야는 이동 인구가 거주 인구의 약 3배 가까이 되는 지역이다. 거주자들의 고령화율도 높아 거주 지역은 상당히 페쇄성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주자뿐만 아니라 시부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말하자면 우리 대학이 비교적 고연령층인 거주자들과 젊은 직장인들이 함께 마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시부야대학에는 현재 약 16,000명이 등록돼 있는데, 이 중 시부야에서 일하는 2~30대 직장인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Q) 시부야대학 수업이 다른 곳의 커뮤니티 교육과 다른 특징을 말한다면?
A) 지난주 내가 직접 수업을 진행했는데 약 100명 정도 참가했다. 참가자들과 함께 시부야의 미래를 구상해 보는 수업이었다. 참가 학생들 중에는 구청 직원도 있고, 기업 사원들도 있었다.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들, 부동산 개발업자, 학생, 주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과 장애인과 일반인들까지 각자가 꿈꾸는 이상적인 마을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즉, 수업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시부야대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_1C|1189782625.jpg|width=”400″ height=”24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쿄 씨가 진행한 ‘시부야를 미래 센터로!’ 수업_##]
이러한 수업들이 계기가 되어 동료를 발견하고, 네트워크도 구성하며, 가끔은 써클도 만들어진다. 이것이 씨앗이 되어 지역에서 다양한 실천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에비스라는 마을은 고령화가 심한 지역으로 전통적으로 해오던 마을 축제를 지속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축제운영위원장이 시부야대학에서 ‘우리 모두 축제에 참가해요!’ 라는 제목으로 축제에 관한 수업을 했었다.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이 자원활동가로 마을 축제 운영에 적극 협력하는 덕분에 축제가 매년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외지인들에게 폐쇄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고령의 거주자들과, 쉽게 거주자들에게 다가가기 힘든 젊은 외지인들이 시부야대학 수업을 계기로 서로 신뢰를 쌓고 협력하여 마을 공동체를 이어 가고 있다.
글_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westwood@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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