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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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농사만 짓는다? 농촌에는 농부만 있다? 농촌 마을에서는 정년 없는 직업이 다양합니다. 직접 마을을 만들어 갈 활동가, 지역자원으로 새로운 공동체비즈니스를 만드는 제작자, 그린투어리즘, 농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매니저 등 농촌에서만 가능한 다양한 사업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커뮤니티비즈니스 귀농·귀촌 아카데미는 농촌에서 가능한 다양한 커뮤니티비즈니스를 소개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지역에서 인생의 후반전을 설계하기 위해 모인 커뮤니티비즈니스 귀농·귀촌 아카데미 2기 수강생들이 봄비가 꽤나 많이 내린 4월 21일 토요일, 귀농·귀촌의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파주 헤이리마을 탐방을 떠났습니다.

귀농·귀촌 재미있게 하려면 

헤이리마을에서 처음 찾은 곳은 ‘지렁이다’입니다. 지렁이다는 친환경 건물로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활용품만을 이용해 인테리어를 한 곳입니다. 가이드를 담당해 주신 쌈지농부 기획부의 천재박 과장은 건물 천장에 달린 장식물을 가리키며 쌈지농부 직원이 트럭을 타고 지역을 돌아다니며 한 달 동안 재료를 수집하고, 이를 하나 둘 엮어 완성한 작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작품 설명과 함께 귀농·귀촌의 팁도 하나 살짝 곁들여 주셨습니다.

“사람들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 것에 감동받기 마련입니다. 귀농해서 살아갈 공간을 지역의 재료로 직접 만들어 보세요. 귀농하는 또 다른 재미가 됩니다”

천재박 과장은 ‘지렁이다’를 시작으로 ‘농부로부터’ ‘작가공방’ ‘농촌예술학교’ 등의 공간을 디자인하게 된 배경과 취지를 설명해주셨습니다.

“지렁이다에는 한지공예와 빛을 이용한 공예 제작소가 있습니다. 방문객이 직접 공예품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인기가 높습니다. 이런 체험 프로그램은 헤이리마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작가공방일하자’인데, 7명의 작가가 작은 공간을 활용해 작품 활동을 하면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뜨개질로 인형을 만드는 작가, 만화방을 운영하는 만화 작가, 거울 공예, 금속 디자인을 선보이는 작가 등, 각양각색의 공방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천 과장은 이번엔 귀농·귀촌에 필요한 중요한 준비물을 알려주셨습니다. “단순히 농산물 가꾸는 체험 프로그램 외에도 지역에서 활용할 것들이 무궁무진합니다.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분이라면 하루빨리 기술을 배워두는 게 좋지요”


콩 세 알의 의미

쌈지농부는 농사와 농부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은데 일반적 소비매장에서 그런 가치를 나누기 힘들다고 느꼈습니다. 식품을 구입하는 곳은 조금 더 좋은 교감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식품매장을 구상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농부로부터’입니다. 매장에 사용되는 집기는 재활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8가지 주제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토종 작곡 판매 코너입니다. 토종 작물은 병충해에 약해 생산량이 적고 손이 많이 가 비싼 편입니다.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던 토종 작물들은 자연스레 마트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농부로부터’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토종의 가치를 나누고자 적극 판매에 나섰습니다.


이러한 아이디어의 원천은 어디일까요? 천호균 쌈지 대표의 강의에서 그 원천을 찾길 기대하며 논밭예술학교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정갈한 단발머리 컬러풀한 머플러로 멋을 낸 천호균 대표와의 첫 만남, 천호균 대표가 건넨 명함에는 쌈지농부 대표도, 디자이너나 예술가도 아닌 ‘농부’라는 직함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가방, 의류 등의 상품 디자인에 주력했던 그가 파주에 귀농하면서 만들어낸 또 다른 예술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자마자 천호균 대표는 “가장 좋은 생각이 무엇인가?”를 수강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생각의 대부분은 ‘나만을 위한 생각’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천 대표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사람의 본성을 꼬집으며 아무 생각 안하는 것이 가장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농부가 콩 세 알을 심는 이유를 아세요? 하나는 땅 속의 벌레 몫이고, 하나는 새와 짐승의 몫이고, 나머지 하나가 사람 몫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천호균 대표는 농부의 삶 자체가 ‘나’를 넘어서 공동체를 생각하는 직업이라며 귀농해서 농부가 돼보니, 농부의 삶 자체가 선(善)을 쌓는 일임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농부는 아침에 눈을 떠 소변을 보면서도 선을 쌓는다며 이것은 자연 퇴비를 만들어 토양을 살리기 때문이라고 우리에게 선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습니다.

농사 경력 5년, 현재 1,000여 평의 논밭에 쌈지농부팀을 꾸려 농사를 짓고 있는 천호균 대표는 초보 농부이지만 마음만큼은 단단했습니다. “정식 농부가 봤을 때 ‘수준 낮다’는 평보다 ‘도시 사람이 독특하게 농사를 짓는구나’하는 말은 들을 수 있어야죠. 그래서 저만의 철학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는 도시 농부가 가져야 할 본인만의 철칙 세 가지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1. 적게 수확하더라도 토종 씨앗으로 일구자
2. 자연농법을 기초한 유기농 농산품을 기르자
3. 결과적으로 환경생태를 위해 토양을 살리는 일을 하자

귀농·귀촌 의 아이디어를 고민했던 교육생들은 아이디어만큼이나 마음가짐의 중요성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호균 대표의 강의에 동감의 뜻을 표시했습니다.

파주 헤이리마을을 떠날 때도 우산이 필요했습니다. 거하게 내리는 봄비에 어떤 교육생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은 것은 이 비가 농촌에는 가장 반가운 봄 손님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글_ 허새나 (시니어사회공헌센터 인턴)
사진_ 김민주 (뿌리센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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