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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의 Dirty is beautiful

콩으로 두부를 만들지만 두부로 콩을 만들 순 없다. 마찬가지 이치로 보리로 만든 맥주 역시 보리로 돌아갈 수 없다. 비단 콩과 보리만 그러하겠는가. 사람도 그러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름 모를 시인은 다음과 같이 읊었다.

花有重開日 이나
人無更少非 라
꽃은 다시 필 날이 있지만 사람은 소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미 시간의 변화에 의해 질적 변화를 가져온 사물은 본디 모습으로 환원될 수 없는 법.
어느덧 조석으로 서늘한 기운이 들고, 새벽길 가을 냄새가 코끝을 무심하게 건드리며 지나간다. 이제 곧 추석이다. 올해는 추석이 일찍 찾아와 그 어느때 보다도 시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추석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지난 번 맥주의 원료와 제조과정을 얘기했는데 오늘은 맥주의 종류와 맥주의 나라 체코를 얘기해 보려고 한다.

맥주는 나라별로도 다양하고, 맥주의 형태와 그 양조장(술이름) 또한 다양한다. 우선 나라별로는 약 50여개국 정도에서 맥주를 만들며 맥주의 형태는 80여 가지가 있다. 여기서 맥주의 형태라는 것은 이런 식이다. Amber beer, American amber ale, American blonde ale, Ice beer, Irish ale, Juniper ale 등등.

색깔에 따라 다르고 크림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어두운 것과 밝은 것, 지역적인 특징 등으로 구분을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양조장에 따른 분류인데 이것은 약 330여 가지나 된다. 물론 우리나라 하이트(Hite)도 들어있다. 여기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칼스버그(Carlsberg), 하이네켄(Heineken), 버드와이저(Budweiser)외에 각 나라에 몇 가지씩 있다고 보면 된다.



”?”
끝으로 최종 제품으로 나오는 맥주에 대해 살펴보면 여과되어 나온 맥주에 열처리를 가하지 않은 맥주를 우리는 생맥주라 부른다. 따라서 생맥주는 여전히 그 안에 효모가 활성화 되어 있어 신선하면서도 쌉쌀함이 살아 있는게 특징이다. 다만 오래 보관이 안 되는 단점이 있다. 보통 병맥주는 열처리를 하여 효모나 효소의 활성화를 정지 시킨 것으로 장기보관의 장점이 있다.

필자는 대학시절 경기도 이천에 있는 당시 OB맥주 공장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말씀을 드리면 맥주의 생산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었고 특히 대형수조(?)처럼 생긴 사일로(silo)에는 엄청난 양의 맥주가 들어있다고 한다. 그 당시 안내자에 따르면 4인 가족이 하루 꼬박 맥주 4병씩 270년을 먹을 수 있는 양이라나…..맥주 좋아하는 사람은 집까지 파이프로 연결해 수도꼭지 대신 맥주꼭지를 달아놔도 좋을 듯.

이윽고 견학을 마치고 우리 앞에 맥주 시음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시음 시간은 10분, 안주도 오로지 새우깡 달랑 한 접시. 가장 많이 마신 사람이 500cc 5잔. 10분에 5잔이라는 것은 목을 뚫어서 들이부었다는 말밖에 설명할 도리가 없다.

아무튼 공장에서 방금 나온 생맥주 맛은 정말 기막혔다. 맥주의 맛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견학을 마치고 모두 차에 올라 서울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난리가 났다. 차는 막혀서 가지도 못하고, 휴게소는 안 나오고…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맥주이야기의 마지막.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업적으로 만든 맥주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필스너 우르켈(Pisner Urquell). 체코 맥주다. 필자가 체코에서 마신 이 술의 가격은 670cc 한잔에 우리 돈 600원. 원하는 만큼 마셨다. 맛은 말 그대로 달콤, 쌉쌀한 맛이 혀에서 끊임없이 교차한다.



”?”
체코는 유럽에서 맥주 소비량 최고의 국가 중 하나다. 프라하 곳곳에는 필스너 우르켈 혹은 필젠, 필스라는 간판이 눈에 띤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 술은 13세기에 탄생했다. 우리로 치면 고려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19세기에 이르러 런던에 소개가 되면서 급속히 발전하여 오늘날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맥주가 되었다. 그럼 첫 번째는?

필리핀산 산미구엘(Sanmiguel)이다.

체코는 필스너 우르켈 말고도 우리에게 더 익숙한 버드와이저(Budweiser)로도 더 유명하다. 어, 혹시 버드와이저는 미국 맥주 아닌가? 맞다. 오늘날 버드와이저는 미국 맥주다. 하지만 그 원조는 체코의 부디요비체에서 만들어진 부드바(Budvar)가 그 시작이다. 그런데 독일계 미국인이 세운 안호이저 부쉬(Anheuser-Busch)사가 먼저 상표등록을 하는 바람에 미국에서 버드와이저라 부르는 것이다.

이 상표등록에 관한 분쟁이 거의 100년을 이어 왔는데, 최근에 체코에서 상표권을 넘겨주는 대신에 향후 10년간 체코산 맥주원료를 매년 10만톤씩 미국의 버드와이저사가 사주는 조건으로 이 분쟁은 종지부를 찍었다.

맥주이야기는 이것으로 끝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고향가는 길에 한번 읊으시라고 시 한수 올려놓습니다.


지은이: 고영

제목: 음복(飮福)

선산 가는 길
가는 비 내린다

길 옆 하얀 찔레꽃
백자 잔에
빗물이 고여 있다

잔을 따서
물을 따라 마신다



아 참, 지난번 퀴즈의 정답은 물, 보리, 효모, 홉 +기타 곡물입니다.

”?”
글_
이용규 (희망제작소 기획1팀장)

”?”사북 석탄유물보존위 활동중이며 여우와 토끼 2마리를 키우고 있다. 싱글몰트위스키에 순결을 빼앗겨 헤어나지 못하고 이제는 더불어 살고 있다.
돈 한 푼없이 농촌에서 일주일 이상 살며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가끔 공무원과 싸워서 물의를 일으키고, 또 가끔은 희망제작소에 금전적 손해를 입혀 Stone Eye라고 한다. 석탄박물관 근처에서 위스키에 대한 글도 쓰고 실제 장사도 하면서 유유자적 신나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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