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89년에 제가 비닐하우스 자동개폐기를 개발한다고 하자 사람들은 그런 것은 진작에 미국에서 만들었을 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만든 것이 세계최초였습니다.” 농민발명가협회장이자 전국유기농생산자연합회장인 이해극 회장은 89년 세계 최초로 비닐하우스 자동개폐기를 개발하여 보급하였고 일본, 영국, 독일, 이태리 등 해외에 수출하여 세계의 호평을 받았다.

“비닐하우스 자동개폐기가 만들어진 후 2만ha가 안되던 우리나라 비닐하우스 재배면적이 8만ha로 늘었습니다. 이것은 일본의 5만ha보다 많습니다. 한 농부의 재미난 아이디어가 한국 농민들의 경쟁력을 올린 것이죠.” 청중들을 바라보는 이해극 회장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평생 농촌에서 농업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그의 강의에는 그간의 경험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지난 12월 6일 목요일, 서울 한남동 단국대에서는 평생 유기농 농사를 지어온 농민발명가 이해극 회장의 강연이 있었다. 희망제작소 농촌희망본부가 개최하고 한국농촌공사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농업고수로부터 듣는다”강좌의 두 번째 강연자로 이해극 회장이 나선 것이다.
”?”“주위에 바다가 없는 충북 출신이었기 때문에 군대에서라도 바다를 보고 싶어 해군에 지원했습니다. 해군 전기교육단에서 7개월 연수를 받았는데 운좋게 2등을 했습니다. 싱가폴, 대만, 필리핀 등지로 순항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죠.” 이해극 회장은 필리핀에서 냉장고를 처음 보게 되었고 냉장고에서 나오는 얼음 넣은 냉커피에 마시면서 우선 우리나라가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배 안에서는 책을 볼 시간이 많았습니다. 새마을 문고를 탐독하고 ‘병든 토지를 소생시켜라’라는 일본책을 입수하게 되었죠. 그 책의 요지는 생명의 모체인 흙이 오염되면 농산물이 오염되고 결국 사람이 죽게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특히 충격적인 문장은 당시 일본에서 농약과다로 산모의 모유에서 농약이 검출되었다는 내용이었죠.” 제대 후 농사를 지으면서 논두렁에 개구리, 지렁이, 반딧불마저 전멸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해극 회장은 기존 농법에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증수가 아무리 중요해도 인간만 유아독존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유기농 한다는 사람들이 건달 취급받던 시기였습니다. 농약에 질린 사람들이 유기농단체를 만들려고 하니 농림부에서 사단법인 허가를 내주지 않았어요. 할 수없이 환경부에 등록했지요. 지금은 다시 농림부에 유기농업회로 등록을 했지만요.” 이해극 회장은 토양이 많이 망가진 이후에야 ‘친환경’을 강조하게 된 것이 안타깝지만, 지금이라도 ‘친환경’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고마운 일이라고 하였다.
”?”이해극 회장은 영양학적으로 차이가 없더라도 무정란과 유정란은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유정란에는 생명이 있기 때문에 닭이 따뜻하게 품고 있으면 병아리가 태어납니다. 생명력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정상적으로 키운 농축산물이 아이들에게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쉽게 이것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또한 GMO 농산물 등 외국 농산물 수입에 대해서도 이해극 회장은 단호한 시각을 내비쳤다. “13년전에는 광우병으로 소가 미쳐도 인간은 까딱없다고 하더니 그 이후 광우병으로 사람이 200명 이상 죽었습니다. 현재 아토피 환자가 급증하는 것도 수입농산물로 배불리 먹기 시작한 이후입니다. 아는 산부인과 간호사에게 들어보니 요즘 아토피로 태어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비율은 반반 정도라고 합니다.” 이해극 회장의 강연을 들을수록 예전보다 분명히 풍성해진 우리의 식생활이지만 그 풍성함 속에는 위기가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흙을 살려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농업을 통해 안전한 농산물도 생산하고 식량자급율도 높여야겠지요.” 농업문제 해결을 위한 이해극 회장의 해결책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 있었다. “토양이 영구히 살려면 환경농업을 해야 합니다. 또한 앞으로 1,000만 퇴직자 시대가 오게 되면 그 분들이 작은 텃밭이라도 일구어 자녀들과 손자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후손들 건강하게 되고 식량안보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해극 회장은 무엇보다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부탁했다. “제가 밭에서 열심히 땀흘리고 있을 때 도시에서 놀러온 관광객이 수고한다며 주신 시원한 생수가 무척 고마웠습니다. 국민들이 저희 농민들을 응원해 준다는 생각에 힘이 났지요. 전쟁고아들이 잘 자라나지 못하는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품, 그 사랑이 없기 때문이지요. 마찬가지로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우리 농업을 잘 키워내려면 국민들의 따뜻한 애정이 필요합니다.”

“농민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애국은 바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이해극 회장은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서 숭고한 농업인의 자긍심을 갖는다고 하였다. 이러한 마음으로 일하는 농사꾼이 존재하는 한 우리 농업은 결코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강연 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농촌희망본부의 운영위원인 정두철 다리 컨설팅 대표가 좌장을 맡아 청중들의 질문과 토론을 이끌어 내었다.

유럽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절대적으로 농지가 부족하여 식량자급율이 낮은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 이해극 회장은 북방농업을 강조하였다. “북측에 잡곡을 짓게 하고 북한 협동농장과의 협력사업도 잘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러시아 쪽으로 잘 할 수 있겠죠.” 절대적인 농지의 부족은 북방농업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귀농활성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이해극 회장은 의견을 피력했다. “퇴직자들 중 귀농을 생각해본 사람이 70%는 되지만 귀농에 대해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모르니까 두려운 것이지요. 한 개 도에 하나씩 연습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날 이해극 회장의 강연은 시종일관 긴장감 있게 진행되었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재미있는 사례들이 청중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사람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도 농업현장에서 밤낮으로 일하면서 얻은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이다.

“저는 농업고수는 아닙니다. 그저 농사꾼일 뿐이지요.” 겸손한 그의 말 속에서 ‘농사꾼’이라는 말을 다시 되뇌어 보게 된다. 우리농업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어찌 보면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