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대한민국의 기부문화를 바꿔내자는 야심찬 기획인 모금전문가학교가 개교했습니다. ‘한국 최초의 모금전문교육’을 표방하는 모금전문가학교는 희망제작소, 아름다운재단, 중앙일보시민사회환경연구소 공동주최로 10주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지역어젠다와 시민들의 사회창안 방법론으로 대한민국을 새롭게 디자인하고자 하는 민간싱크탱크 희망제작소와 한국의 기부문화를 이끌고 있는 아름다운재단은 모금전문가교육으로 지속가능한 비영리단체를 꿈꿉니다. 복지단체,학교, 의료단체 등 전국 각 기관에서 모인 40여명은 소속 단체의 미래를 짊어진다는 각오와 의기로 개교식에 참석했습니다. 한국 최초 모금전문가학교의 개교식 모습을 전합니다.


무조건 요청하라! (Please ask!)

미국의 지역 문화 활동가들과 단체들을 위한 자금 확보와 활용에 관해 많은 강연과 컨설팅을 해온 전세계적인 모금전문가 킴 클라인은 ‘요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기부자들에게 1년에 한번씩 기부금을 2배로 증액해달라는 요청을 하라고 컨설팅한다. “모금에는 대기중이라는 것이 없다. 성장하지 않는 조직은 줄어든다. 기부자들에게 더 많은 기부금을 요구하지 못하는 단체는 사업이 활발하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기부자들에게 증액을 요청하면 “갑자기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이유가 뭐요?” “좋은 일이네요. 그렇잖아도 기부금 더 내라는 소리가 없어서 일이 제대로 되고 있는 건가 궁금했습니다”라는 반응이 온다는 것이다.

5월 9일, 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한국의 모금전문가학교 개교식에 참석한 40여명의 수강생들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도 “Please ask!”였다. 그리고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가 얻은 모금성공의 경험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구체화시켜주는 사례로 제시되었다.

서울 경기,대구,군산 등 각지에서 모인 40여 명의 수강생들을 대표해 이번 교육에 대한 기대감을 전한 서울아산병원의 나도선 교수는 모금전문가학교가 우리사회 기부문화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가장 연장자인 60세이지만 20년은 더 사회에 기여하는 현역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번 개교식은 강연과 실습 워크숍으로 구성되어 1박 2일 동안 진행되었다.

이번 모금전문가학교의 주관단체인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는 “세상의 공의를 위한 구걸의 삶”이라는 ‘자전적 강연’을 이렇게 시작했다. “여러분 잘못 오셨습니다. 비싼 수업료 내고, 저는 숙제검사 꼬박꼬박 할 거고요, 용서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기부문화를 바꾼다는 사명감을 갖고 임해줄 것을 부탁하는 당부의 말을 특유의 화법으로 전한 것이다. “여러분을 통해 변화가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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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재단, 3억에서 출발해 135억 모으기까지

“아름다운재단은 돈을 모아 세상에서 좋은 일을 하는 단체들을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단체를 살리는 이런 재단들이 전국에 수천, 수만 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원순 상임이사는 아름다운재단을 만들 때 종잣돈(seed money)이 된 3억의 모금스토리를 소개하며 모금을 요청하는 행동 하나, 용기 한번이 얼마나 큰 기회가 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강조했다.

“참여연대에서 활동하겠다는 젊은 변호사들이 있었어요. 간사 월급이 70,80 정도인데 그래도 그것보다는 더, 한 200만원쯤은 드려야겠다 싶어서 홈페이지에 기부를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낮은 곳으로 임하는 착한 변호사들에게 월급을 주세요, 하고요. 그랬더니 미국에서 한 분이 무슨 말이냐며 메일을 보냈어요. 그리고 한국에 있는 아버지를 통해 5천만원을 보냈고, 나중에 한국에 들어와서는 5억을 기부했습니다. 그래서 그 중 3억을 빌려서 아름다운재단의 종자돈으로 썼던 거에요. 물론 나중에 갚았죠.”

박 상임이사는 후원과 기부를 받기 위해서는 본래의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당시 참여연대에서 반부패운동, 국민생활최저선운동, 소액주주운동, 낙선운동해서 법안 상정한 것만 70개가 넘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확 뜨는 시점이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3년 동안 확보한 회원이 700여명이었는데 이런 본래의 활동을 열심히 하다보니 어느 순간 1만명이 되었어요.”

아름다운재단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부자들은 자기가 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어요. 회원을 위한 프로그램과 사무실 투어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기부자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서 기자들이 저기에 가면, 감동적인 기부의 모든 스토리가 있다고 찾아오게 만들어야 해요.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지만 더 분발해야 합니다.”

용감하게 이명박 대통령한테도 찾아가라!

박 상임이사는 “저는 하늘에서 눈처럼 돈이 내려온다고 생각해요”라며 재단에서 일하던 시절의 일화를 통해 용감함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하실 때, 월급을 안 받겠다고 발표했어요. 그래서 다음날 찾아갔습니다. 청소부 아주머니들이 1년이면 10분이 돌아가십니다. 그래서 ‘등불기부’라고 이름을 붙여서 청소부 아주머니들을 위해 이명박 시장의 월급 2억 6천만원을 기부받았습니다. 지금도 안 받으실걸요. 당장 찾아가세요.

여러분, 자선과 공익은 모금의 두 날개입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간절하게 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열정을 갖고 영역을 계속 찾으십시오.” 이밖에도 박원순 상임이사의 모금강의는 68세대가 만든 사회운동재단이나 공익소송 진행하는 포드재단, 트라이앵글 커뮤니티재단 등 외국의 풍부한 사례와 운영 메커니즘을 예시하며 수강생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 모금의 10계명

1. Please ask! – 준비된 기부자들이 의외로 많다
2. 거절은 병가지 상사 – 상처받지 말라
3. 이미 기부한 사람들을 중히 여겨라 – 기부해본 사람이 또 한다
4. 기부 이후 프로그램 공유
5. 기부한 사람이 보람 느끼게 좋은 프로그램과 제안서를 만들어라
6.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또 투명하라
7. 기부와 모금도 창의적으로
8. 일회적 기부보다 지속적 기부를 유도하라
9. 먼 미래를 보고 대하라
10. 스스로 그 귀한 돈을 잘 쓰고 있는지 묻고 또 물으라

한국은 아직 기부문화나 재단이 많이 발달하지 않았다. 또 시스템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이성적 기부보다는 옆에 있는 ‘불쌍한 사람’을 돕는 감성적 기부가 더 힘을 발휘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기부와 모금문화가 척박한 한국이기 때문에, 한국최초라는 타이틀을 단 모금전문가학교가 더욱 의미를 가질 것이다.

모금전문가학교는 강연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세무관련 교수와 변호사, 한국의 대표적인 공익단체의 모금 전문가, 홍보담당자들의 지혜과 노하우를 나누는 강연은 기본이다. 희망제작소는 모금전문가학교 1기생들이 수료한 후에, 또 하나의 ‘한국 최초’의 타이틀을 단 ‘모금가협회’나 ‘모금전문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앞으로 10주간 모금전문가학교에 입학한 수강생들은 조별 모둠을 중심으로 모금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실제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실습에 본격 투입될 예정이다. 종강은 7월 2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