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홍일표(사회학 박사,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작년 12월 한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워싱턴의 싱크탱크들에선 대선 결과의 의미와 향후 한미관계를 분석하는 토론회가 몇 차례 개최되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노무현 정부의 ‘이념’ 경도 외교정책이 이명박 정부에선 보다 ‘실용’적일 것으로 전망하거나, 다소 불편한 양상의 한미동맹이 보다 굳건해 지길 기대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과 ‘기대’만큼의 엄밀한 ‘분석’, 특히 보수정권의 등장이 한국 민주화 과정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논의는 쉽게 찾기 힘들었다. 더욱이 선거 이전 시기에는 한국 대선과 총선을 이슈로 다루는 행사 자체가 거의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1월의 입법원 선거, 3월의 대통령 선거를 치룬 타이완의 경우는 달랐다. 선거가 시작되기 훨씬 이전부터 그것은 워싱턴 싱크탱크들의 중요한 토론주제로 다뤄졌고,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한참 동안 “타이완”은 워싱턴 싱크탱크 거리 곳곳에서 다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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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7일, 대사관이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주미 타이완대사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타이페이 경제문화대표사무소(Taipei Economic and Cultural Representative Office, 이하 테크로)의 당시 소장이었던 조셉 우(Joseph Wu) 박사는 브루킹스연구소, 전략및국제문제연구센터(CSIS), 조지타운대학교가 공동주최한 강연회에서 타이완 민주주의의 역사적 의미를 발표한다.

청중들은 타이완과 중국의 양안관계, 타이완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타이완 민주화가 중국 국내정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약 한달 후, 워싱턴 디씨에선 타이완의 사례를 통해 “지구화 시대 민주주의의 생존과 전망”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몇차례 개최되었다. 특히 조지워싱턴대학교와 타이완민주주의재단(Taiwan Foundation for Democracy), 민주주의 주도권의 미래(The Future of Democracy Initiative), 포모사재단(The Formosa Foundation) 등이 주최한 토론회는, 조지 워싱턴대학교의 가장 큰 강당에서 하루 종일 진행될 정도로 큰 규모였다. 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 밥 돌 전 상원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과 미국 주요 대학 교수와 싱크탱크 소속 연구원들이 타이완의 선거, 민주주의, 양안관계, 미-타이완 관계 등에 대한 발표를 이어나갔다(※이들의 발표는 대부분 ‘친타이완’적이라 느껴지는 내용들이었고, 결국 방청석에 앉아 있던 중국출신 여성으로부터 “당신들은 타이완으로부터 받은 연구자금 때문에 그런 식으로 얘기한다”라는 항의까지 받았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워싱턴에선 심심치 않게 타이완에서 온 대학교수들(주로 국립정치대학)의 강연회나 토론회가 열린다는 사실이다. 작년 12월 11일, 조지워싱턴대학교 시거센터에선 타이완 국립정치대학 교수들이 다음해에 있을 입법원 및 대통령 선거를 전망하였고 그것이 양안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발표하였다. 1월 입법원 선거가 끝난 직후, 역시 타이완정치대학교 교수 호츄인 교수가 핸리 스팀슨센터에서 입법원 선거 결과를, 풍부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타이완의 선거, 정당, 민주주의의 현실과 전망과 연결하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3월 대통령 선거를 얼마 앞둔 시점에 미국기업연구소에서는 미국과 타이완의 향후 관계에 관한 구체적인 제안을 담은 보고서가 발표되고 이에 관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워싱턴 싱크탱크 세계의 대표적인 타이완 전문가들로 통하는 댄 블루멘털(Dan Blumenthal) 미국기업연구소 연구원과 랜달 슈리버(Randal Schriver) 아미티지 인터내셔날 파트너가 주축을 이뤄 작성된 「아시아에서의 자유를 강화하기 : 미국과 타이완 파트너쉽을 위한 21세기 아젠다」 보고서는, 미국 보수파(또는 공화당 맥케인 지지세력)의 타이완 정책의 핵심을 보여 준다고 평가된다(※보고서 발표 1년이 더 넘은 시점인 지난 8월 5일 포모사재단에선 이 두 사람을 다시 불러 ‘미국-타이완 관계를 위한 로드맵 : 아시아에서 자유를 강화하기’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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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이 아시아 민주주의의 대표 선수?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엔, 하버드 법대 출신의 마잉주 국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이 향후 양안관계, 미중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토론회가 연일 계속되었다. 국제평화를 위한 카네기 기금이 개최한 3월 26일의 토론회에는 미국의 대표적 타이완 전문가들로 분류되는 마이클 스웨인(Michael Swane) 카네기 기금 연구위원, 피터 브룩스(Peter Brookes) 헤리티지재단 연구위원, 더글러스 팔(Douglas H. Paal) 카네기 기금 연구위원, 앨런 롬버그(Alan D. Romberg) 핸리 스팀슨 센터 동아시아 프로그램 책임자, 랜디 슈리버 아미티지 인터내셔날 파트너 등이 참석하여 국민당의 재집권이 양안관계와 미국-타이완, 미국-중국 관계에 있어 새로운 ‘기회’가 될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였다.

또한 지난 4월 4일 헤리티지재단에서는 타이완 선거 결과와 향후 전망에 대해, 타이완 국민당 워싱턴 사무소 부소장 제이콥 챵(Jacob Chang) 박사, 타이완 민진당 소속 정치컨설턴트 마이클 폰테(Michael Fonte), 랜달 슈리버, 빈센트 왕(Vincent Wang) 리치몬드대학 교수 등이 참여하여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워싱턴 디씨 싱크탱크들에선 타이완이야말로 아시아 민주주의의 대표선수처럼 언급되고 있다. 수십 년 국민당 독재에 저항하여 민주화를 이뤄낸 타이완 민주주의를 폄훼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낯설게, 때론 당혹스럽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타이완민주주의에 대한 중시는 보수와 진보, 공화당과 민주당에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를 대표하는 최고의 타이완 전문가로 평가되는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차드 부시(Richard C. Bush Ⅲ)는 중국의 급부상이 타이완에 미친 영향을 다면적으로 분석한 「타이완이 중국에 맞선다」(2005)라는 글에서, 타이완 스스로 자신이 이룩한 민주주의를 강화해야만, 압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에 입각한 중국으로부터의 정치적 압력을 막아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위협론의 선두에 서 있는, 헤리티지재단 소속의 중국 및 타이완 전문가 존 태식(John J. Tkacik, Jr.)은 타이완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가 “민주화된 중국”을 만들고자 하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타이완에서의 미국의 이해관계」(2007)). 다시 말해 타이완문제란 중국문제이며, 중국문제는 미국의 국익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논리가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싱크탱크의 타이완 및 중국 전문가들에 있어,‘양안문제’(cross strait issues)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해결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수준은 우리의 상상 이상이다. 미국 최고의 미일동맹 전문가라 불리는 마이크 모치즈키(Mike Mochizuki) 조지 워싱턴대학교 교수와의 공저 『대타협』이라는 책으로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Michael O’Hanlon) 박사와 리차드 부시 박사가 공동으로 저술한 『아주 독특한 전쟁 :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에 관한 진실』(2007)은 타이완 문제가 중국과 미국 사이의 (핵)전쟁까지 몰고 갈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해 중국의 보다 적극적 역할과 중국과의 협조를 필요로 했던 부시 행정부에 있어서, “타이완독립”을 전면에 내세우며 양안관계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쳔수이비엔 정부는 ‘골칫거리’(troublemaker)로 받아들여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중국과 타이완 모두의 도발행동을 억지해야 하는 ‘이중억지’(dual deterrence) 전략을 취해왔고, 이는 “현상유지”(status quo)를 중시하는 정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유지’라고 하는 것이 타이완의 군사억지력 강화를 위한 미국의 최신 무기 및 방어시스템 판매의 금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카네기기금의 애쉴리 텔리스(Ashley J. Tellis)나 미국기업연구소 댄 블루멘털, 아미티지 인터내셔날 랜달 슈리버의 주장에서처럼, 오히려 그 반대의 정책이 제안되고 있다. 중국 정부로 하여금 “미국이 타이완을 버렸다”라는 ‘착각’을 하도록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러한 전략적 개입을 통해, 양안관계의 안정만이 아니라, 미국의 아시아 전략의 중요한 한 축을 강화하고, 경제적 실익까지 더욱 확보해야 한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2007년부터 1년간 브루킹스연구소의 객원연구원으로 워싱턴 디씨에 머문 타이완 차이나타임즈 부사장 황칭룽 기자 역시 “중국위협론을 강조하는 헤리티지재단이 타이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이들을 ‘친타이완’이라 규정하기란 어렵다. 미국 싱크탱크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미국의 ‘국익’에 대한 고려이기 때문이다”라고 미국 싱크탱크들의 타이완 연구의 특징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의 ‘의도’나 중국의 ‘부상’이라는 외적 요인이 타이완에 대한 워싱턴 싱크탱크들의 관심을 가능케 하는 것은 아니다. 타이완 문제가 워싱턴 싱크탱크(소속 연구자)들에 있어 특별히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는 데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이 있다. 그것은 바로 워싱턴 싱크탱크들에 대한 타이완 정부의 치밀한 ‘전략적 투자’라는 주체적 요인이다. 미국과의 수교가 단절된 이후, 타이페이 경제문화대표사무소(테크로)가 주미 타이완대사관의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었다(※이들의 홈페이지 주소 http://www.taiwanembassy.org/us 가 이를 반영한다).

그러나 보통 다른 나라 국가의 대사들이 미국의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을 면담하여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노력을 벌일 수 있는 것과 달리, 워싱턴 테크로 소장은 미국의 최고위급 관료 사무실의 방문과 면접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타이완 정부는 워싱턴 싱크탱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과거 국민당 정부에서 오랫동안 워싱턴 테크로에서 미국 정치/의회 담당 역할을 맡아오다, 민진당 집권 기간 동안 국민당 워싱턴 사무소 부소장을 거쳐, 마잉주 정권 등장 이후 테크로 부소장으로 다시 자리를 옮긴 제이콥 챵(중국명 張大同) 박사의 설명이다.

“타이완정부는 워싱턴 싱크탱크들에 대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들과의 ‘공식적인 끈’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타이완 이슈를 다루는 행사를 개최할 뿐만 아니라, 타이완 정부에 직접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경우도 많다. 언제나 ‘친타이완’적인 결론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타이완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타이완의 ‘전략적 투자’

미국 싱크탱크들에 대한 타이완의 전략적 투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우선 타이완 연구 그 자체가 아니라, 미국 싱크탱크와 학계의 중국 연구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통해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였다. 테릴 라우츠(Terrill E. Lautz)가 1993년에 발표한 「중국연구의 재정마련」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타이완유학을 통한 중국어 학습자에 대한 장학금 지원이나 해외연구자들에 대한 타이완 교육부의 재정 지원을 필두로, 1989년에는 컬럼비아 대학과 UC 버클리에 타이완연구 프로그램이 개설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타이완 정부차원의 직접 지원 이외에도 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중국연구 지원을 목적으로 창칭구오재단(Chang Ching-kuo Foundaion)이 설립되었다. 특히 냉전 시기 동안 타이완 정부는 중국에 대한 ‘반공산주의적 지향’의 연구가 타이완과 미국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사실이, 토마스 로빈슨(Thomas W. Robinson)의 논문 「민간 영역의 중국 전문가들」(1993)이라는 논문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중국의 급부상이 더 이상 ‘예측’이 아니라 ‘현실’이 된 현재 상황에서, 워싱턴 싱크탱크들에 대한 타이완 정부의 전략적 투자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들의 타이완 관련 행사나 보고서 작성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테크로(TECRO)를 통해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이었던 황칭룽 기자는 자신이 속한 북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가 테크로(TECRO)의 후원으로 이루어지는, 공동주최 세미나가 많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민주주의를 위한 타이완재단(Taiwan Foundation for Democracy)와 포모사재단(Formosa Foundation)의 활발한 활동도 쉽게 눈에 띤다. 민주주의를 위한 타이완재단은, 민진당 정권 출범 이후 만들어진 것이지만, 특정 정당 소속 재단은 아니다. 민진당 정부 시기에서도 재단 이사장은 국민당 소속 국회의장이 맡고 있었고, 재단 사무총장은 외교부장관이 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모사 재단은, 타이완계 미국인(Taiwanese American)들이 만든 것으로 비교적 민진당에 가까운 성격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주 전역에 20개 이상의 지부를 두고 있으며, 타이완 정부의 지원이 아닌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또한 타이완국립대학이나 타이완정치대학 소속의 교수들을 워싱턴으로 불러 타이완의 정치상황에 대한 최고 수준의 분석과 정보를 전달하는 기회를 자주 제공하고 있으며, 반대로 미국 싱크탱크 소속 연구자들이나 주요 정치인들의 타이완 방문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워싱턴 싱크탱크 세계에서 “타이완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확인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개인들이 있다. 타이페이 경제문화대표사무소 부소장으로 자리를 옮긴 제이콥 챵 박사는 국민당의 입장에서 각종 토론회의 청중과 발표자, 토론자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타이완 민주화 운동인사들과 교류를 지속해 왔던 마이클 폰테(Michael Fonte)는, 민진당의 입장을 워싱턴 정계와 싱크탱크들에 전하여 왔다. 물론 이들은 워싱턴의 정보와 인물을 국민당과 민진당에 전하는 역할 또한 담당해 왔다는 것이 마이클 폰테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이 타이완 정부에 직접 보고하는 형식은 아니라고 한다. 제이콥 챵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들은 국민당의 국가정책재단(National Policy Foundation)에서 수합되고, 여기서 국민당에 보고되는 구조이다. 민진당의 경우, 집권당 시기에는 테크로를 활용하거나 민진당 워싱턴 연락사무소의 마이클 폰테를 활용하였다. 국민당 집권 이후엔 민진당 연락사무소가 폐쇄되었는데, 마이클 폰테에 따르면 그것은 민진당의 열악한 재정상황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타이완을 다루는 행사장만이 아니라, 중국은 물론 미국의 대외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싱크탱크들의 세미나, 컨퍼런스 등에도 참석하여 정보의 소통과 집적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숫적으로 절대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싱크탱크들 행사장에서 항상 타이완의 존재가 느껴지는데 있어서 이들의 역할은 매우 컸다(그러나 한국의 존재를 느끼게 해 줄 인물은 솔직히 없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천수이볜 “미국 싱크탱크가 내 외교자문단”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천수이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당시 많은 미국인들은 “도대체 천수이볜이 누구냐? 민진당은 과연 어떤 외교정책을 구사할 것인가?” 등에 대한 궁금함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때 타이완정부는 민주주의기금(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당시 대표, 헤리티지재단 대표, 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 등 12명의 타이완 및 중국 전문가들을 타이완으로 초청하였다. 이 자리에서 누군가가 천수이볜 당선자에게 “당신의 외교관계 자문은 누가 하고 있는가?”를 물었을 때, 천 당선자는 “바로 당신들이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타이완 정부나 정당에 있어 워싱턴 싱크탱크들과 그 소속 연구자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제이콥 챵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타이완 정부는 자신들의 입장에서 정책을 생산하거나 집행할 위치에 오를만한 인물들에 대한 장기적 투자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리차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또한 타이완 정부가 요직에 오르기 오래전부터, 타이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도록 하기 위해 ‘투자’를 해 왔다고 한다.

이외에도 현재 아틀란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에 속해 있는 조셉 스나이더(Joseph Snyder), 전략및국제문제연구센터의 퍼시픽 포럼(Pacific Forum) 고문을 맡고 있는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차관보 등 또한 타이완 정부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타이완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랜달 슈리버 역시 제이콥 챵 박사의 이런 견해에 동의하면서 “미국 싱크탱크의 ‘회전문’ 현상을 고려할 때, 그들에 대한 ‘투자’는, 언젠가 중요한 위치로 옮겨가게 될 개인이나 기관에 대한 일종의 ‘걸기’(betting)이다”라고 설명한다.

타이완 정부의 워싱턴 싱크탱크 중시는, 단순히 공식외교관계 부재에 따른 ‘소극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훨씬 더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투자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라는 ‘위협’을 오히려 타이완의 전략적 위상을 더욱 높이는 ‘기회’로 전환해내기 위해 타이완 정부의 행보는, 오늘도 워싱턴 싱크탱크 거리 곳곳에서 치밀하면서도 치열하게 계속 되고 있다. 유대인과 일본인과 더불어 세계 3대 ‘로비력’을 자랑하는 타이완이지만, 이들의 로비가 의회 의사당과 백악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임에 분명하다.

<시사IN>과 <희망제작소>는 총 5회에 걸쳐 “미국 싱크탱크들의 동아시아 연구 동향과 연구진에 관한 기획기사”를 공동으로 게재하고 있습니다. “제5의 권부”로까지 불리며 미국 국?내외 정책 형성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싱크탱크들에서 과연 누가, 어떻게 한반도, 중국, 대만, 일본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가고 있는가를 살핌으로써, 향후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의 향방을 예측해 보고자 합니다.

지난 2년간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 시거센터의 객원연구원으로 머물며 미국 싱크탱크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던 홍일표 박사(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세계를 이끄는 생각 : “사람과 아이디어를 키워라”―미국 싱크탱크의 전략』(중앙북스, 2008)의 저자)는 미국 싱크탱크들의 동아시아 연구 현황과 주요 전문가들에 대한 입체적인 정보와 분석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첫회“미국 싱크탱크란 과연 어떤 곳인가,” 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글로 작성되었습니다. 본 글은 시사인 오프라인 잡지<시사IN> 48호에 게재되었으며, 온라인 상에서는 독자 회원들의 공간, e-book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편집자 주>

*기획연재 ‘미국의 씽크탱크를 가다’ 리스트

①중국의 대약진
②워싱턴의 그들 미국을 넘어 세계를 기획하다
③타이완의 ‘전략 투자’ 뿌린 대로 거두네
④미국은 여전히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를 관리한다

본 기획연재는 5편까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