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홍일표(사회학 박사,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워싱턴 싱크탱크의 일본 연구가 과거에 비해, 중국에 비해 줄었지만 미국은 변함없이 일본을 아시아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여긴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일본 연구가 ‘쇠퇴기’인지, ‘전환기’인지 따져보았다. [편집자주]

CSIS 재팬 체어 부대표인 니컬러스 세체니

CSIS가 주최한 일본 세미나에 참석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맨 왼쪽)과 조셉 나이 전 국방부 차관보(맨 오른쪽)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구역’으로 표기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자, 국내 언론은 워싱턴을 상대로 한 일본 정부의 오래되고 치밀한 로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의 재지시로 원상회복됐지만,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격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결정하면서까지 ‘한·미 관계의 복원’과 ‘혈맹의 확인’을 갈망했는데도, 한·미 동맹의 위상은 미·일 동맹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의 위상 차이는 단순히 ‘로비의 결과’가 아니라 미국의 세계 전략, 특히 아시아 전략이라는 차원에서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른 나라 정상이 감히 하지 않았던 부시 대통령의 전용 카트차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운전하고, ‘친구’ 사이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뜨거운 포옹과 악수를 나누었다는 것만으로 한국의 전략적 위상이 급상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그렇게만 본다면 고이즈미 전 총리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환대와 우정 과시를 이명박 대통령이 따라가기 위한 노력이 좀더 필요하다).

미·일 동맹은 지금도 최고 수준의 동맹

2007년 2월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조셉 나이 전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비롯한 미국 내 동아시아 및 일본 전문가가 작성한 의미심장한 보고서가 공개되었다. <미·일 동맹:2020년까지의 대아시아 전략>이라는 보고서는 2000년에 발표된 <미국과 일본:성숙한 파트너십으로 나아가기>의 개정판으로 평가되며, 각각 제1차, 제2차 아미티지 보고서(또는 나이 보고서)라고 불리는, 미국의 아시아, 특히 일본 전략을 이해할 수 있는 핵심 전략 문건 중 하나로 평가된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온건파 외교안보 핵심 브레인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의 이익은 아시아에 크게 달려 있고, 아시아는 일본을 중심으로 관리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공통으로 담고 있다는 것이 가톨릭대학 박건영 교수의 설명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를 역임했고, 현재는 ‘새로운 미국 안보센터(Center for New American Security)’라는 신생 싱크탱크를 이끄는 커트 캠벨 박사는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전략을 제안하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같은 싱크탱크 소속인 니라브 페이텔·비크램 싱 등과 함께 작성한 <균형의 힘:아시아에서의 미국>에서 그들은 아시아의 여러 나라―일본·한국·오스트레일리아·타이완·싱가포르·남아시아 국가―와의 탄탄한 ‘양자 관계’의 중요성을 논하며 미·일 동맹의 위상을 다시 강조한다.

“미·일 동맹이야말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입을 위한 초석으로 남을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이 지역에 대한 군사·경제 개입을 위한 가장 근본 요소가 될 것이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의 자신의 역할과 일본과의 협력이라는 목적을 모두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이크 모치즈키 조지워싱턴 대학 교수

워싱턴 싱크탱크에 넘쳐나는 일본 자금

미·일 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변함없는 강조에도 불구하고 미국 싱크탱크 세계에서 일본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워싱턴 곳곳에서 중국에 관한 싱크탱크의 세미나가 연일 계속되고, 브루킹스 연구소·카네기 기금·헤리티지 재단·미국 기업연구소 등 주류 싱크탱크 거의 전부가 중국 연구부서나 상임 중국 연구자를 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반면 일본 연구는 과거에 비해, 그리고 중국에 비해 확연히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이 쉽게 확인된다.

현재 미국 싱크탱크 가운데 일본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은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CSIS)이다. 앞서 언급한 아미티지-나이 보고서가 이 연구소에 의해 출간되었고, 이 연구소의 재팬 체어(Japan Chair)를 맡은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 대학 교수(부시 행정부 1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담당 선임국장)는 현재 가장 정력적인 활동을 전개하는 일본 연구자로 손꼽힌다(또한 그는 이미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더불어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의 아시아 정책 자문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재팬 체어 부대표인 니컬러스 세체니, 미국 기업연구소의 마이클 오슬린,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스팀슨 센터 유키 다쓰미, 외교관계평의회 실라 스미스 등이 워싱턴 싱크탱크의 일본 연구를 이끌어가지만, 워싱턴의 일본 연구가 “고립되고 있다”라는 것이 브루킹스 연구소 손턴 중국연구센터 청리 박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에는 일본 연구를 전담하는 학자가 한 명도 없고 매년 객원연구원이 한 명씩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을 뿐이다. 이는 같은 연구소의 손턴 중국연구센터에 중국 연구자가 5명 상근하고, 북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에도 중국계(중국·타이완·홍콩) 연구자가 3명이나 있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1990년대 중반까지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현재 외교관계평의회 소속으로 자리를 옮긴 에드워드 링컨이 연구소에 상근하며 미·일 무역마찰 문제를 포함한 일본 경제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명성을 날렸다. 또한 조지워싱턴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마이크 모치즈키 교수가 같은 시기에 연구소에 속해 있었고, 그와 함께 마이클 오핸런 박사, 북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 소속 객원연구원 등이 다양하고 수준 높은 일본 연구 성과물을 쏟아냈다.

이 시기까지는 비단 브루킹스 연구소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워싱턴 싱크탱크에서 ‘일본 연구’는 중요한 연구과제 가운데 하나로 다뤄졌다. 그것은 “돈이 되는가”와 “국익에 문제가 되는가”라는 워싱턴 싱크탱크의 작동 원리에 철저하게 부합한 것이었다. 1980년대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계속되었던 미·일 간 ‘무역 마찰’은 일본 경제에 대한 연구 수요를 크게 늘렸고, 1970년대 초반의 ‘닉슨 쇼크'(갑작스러운 미·중 수교)를 경험한 이후 일본으로부터 막대한 연구자금이 워싱턴으로 흘러넘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 내 대표적인 일본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인 아이반 홀이 2002년 출판한 <속았다!:미국은 어떻게 일본과의 지적인 게임에서 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아시아에서의 우리 미래에 미치는 함의>라는 책은 이러한 역사를 잘 보여준다.

본래 미국 내, 특히 미국 대학에서의 일본 연구는 일본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필요로 했던 미국 정부나, 포드 재단·맥아더 재단·카네기 재단 등과 같은 미국 재단의 재정 지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닉슨 쇼크’ 이후 일본은 1973년 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과 다나카 펀드 등을 통해 미국 대학의 일본 연구에 막대한 후원을 하기 시작했고, 특히 1980년대 일본 경제의 거품은 엄청난 현금이 워싱턴 싱크탱크로 모이는 것을 가능케 했다.

1990년대 이후 미국 싱크탱크의 일본 연구는 1991년 설립된 글로벌파트너십센터(Cen ter for Global Partnership)의 경제 지원에 크게 도움을 받았다. 센터는 설립 당시 기금 규모가 이미 3억5000만 달러에 달했고, 1998년에는 기금 5억 달러와 1년 예산 1500만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이들은 1957년 미·일 무역협의회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후, 워싱턴의 일본 연구를 다방면으로 지원했던 일본 경제연구소(Japan Economic Institute)와 더불어 일본 정부 차원의 일본 연구 지원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일본 연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사사카와 평화재단이 주최한 ‘일본 정치의 변화’에 관한 토론회

사사카와 평화재단의 ‘금력과 능력’

미국 싱크탱크의 일본 연구가 정부의 재정 후원에만 의존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 도요타를 비롯한 몇몇 일본의 대기업이 집중적인 재정 후원을 시작했고, 그에 따른 ‘조직적 성과’가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의 재팬 체어 설립이었다. 재팬 체어는 존스홉킨스 대학 외교대학원(SAIS)으로 자리를 옮긴 켄트 칼더나, 현재 재팬 체어를 책임지는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 대학 교수 등과 같이 미국 내 일본 연구의 중요 인물을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미국의 일본 전략과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행사와 보고서 발간 등을 주도한다.

일본 정부·기업과 더불어 또 하나 중요한 재정 후원자는 바로 일본계 재단이다. 물론 기업 계열 재단도 있으나 현재까지 워싱턴 싱크탱크의 일본 연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재단으로는 미·일 재단(the United States-Jap an Foundation)과 사사카와 평화재단(Sas akawa Peace Foundation)을 들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재단 모두 사사카와 료이치가 설립한 재단이라는 점이다.

일본의 A급 전범인 사사카와 료이치는 경정사업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그 후 막대한 자금을 미국은 물론 한국 등 전세계에 뿌려왔다. 아이반 홀의 조사에 따르면, 1999년 당시 사사카와 평화재단의 자산은 6억50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이들은 외교관계평의회,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 미국 기업연구소, 우드로윌슨 센터 등에 막대한 연구자금을 지원했다고 한다. 워싱턴 D.C.의 가장 중심가에 위치한 미국 사사카와 평화재단은 자체 도서관을 운영해 상당한 수준의 일본 자료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했으며, 정기적으로 카네기 기금 강당을 빌려 일본 관련 현안을 다루는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워싱턴의 일본 연구를 직·간접으로 지원한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 재단 등 전방위로 이루어지던 일본으로부터의 연구자금 지원이 일본 경제의 거품 붕괴 이후 급속히 줄어들고, 1990년대 초반 정점에 달했던 미·일 간 무역마찰이 수면 아래로 잦아들면서 워싱턴 싱크탱크의 일본 연구는 빠르게 축소되었다.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의 데릭 미첼 연구위원은 “워싱턴의 일본 연구는 활력을 잃었다. 여전히 훌륭한 개인 연구자가 있지만, 현재의 중국 연구나 과거 일본 연구와 같은 뚜렷한 ‘집단’을 갖추지 못한다. 그렇다고 북한이나 한국 연구만큼 역동적이지도 않다”라고 진단한다.

미국 국방연구소 오공단 박사 역시 비슷한 설명을 내놓는다. “미국 싱크탱크의 연구자들은 ‘위기’가 생길 때에만 중요한 국가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은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최고 우방국의 지위가 이미 확고하다. 둘 사이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긴 어렵다.” 그동안 워싱턴의 일본 연구를 직·간접으로 지원해오던 일본 경제연구소(JEI)가 2001년 3월 문을 닫았고, 일본 정부나 기업, 재단으로부터의 재정 지원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 일본 연구자 대다수의 공통된 증언이다(실제로 브루킹스 연구소가 에드워드 링컨을 더 붙잡지 못한 것 또한 이런 재정 위축과 관련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워싱턴 싱크탱크의 일본 연구는 ‘축소 일로’에 접어든 것인가?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미·일 동맹 문제의 권위자이자 브루킹스 연구소 상임연구원이기도 했던 조지워싱턴 대학 마이크 모치즈키 교수는 현재 상황을 ‘쇠퇴’가 아닌 ‘전환’ 국면으로 분석한다. “1970년대 이후 꾸준히 계속된, 미국 최고 대학의 일본 연구 프로그램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이제 안착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장기 투자와 그 효과’는 워싱턴 D.C.에 집중하는 타이완의 경우와는 구분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워싱턴 싱크탱크에서의 일본 연구 역시 과거 ‘경제’나 ‘무역’ 중심에서 ‘안보’와 ‘동맹’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진단에 대해 적지 않은 일본 연구자가 공감을 표시한다. 마이클 그린과 함께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 재팬 체어를 이끄는 니컬러스 세체니는 일본 연구에 대한 재정 지원 자체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워싱턴 싱크탱크의 일본 연구는 오히려 강화되는 경향도 있다고 말한다.

“최근 워싱턴으로 뛰어난 일본 연구자가 모여들고 있다. 예일 대학 교수를 그만두고 미국 기업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마이클 오슬린, 오랜 정보기관 근무 경력으로 탄탄한 분석 능력을 갖춘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국방 및 안보 문제에 훌륭한 연구성과를 내놓는 스팀슨 센터 유키 다쓰미, 외교관계평의회 실러 스미스, 일본 연구의 독특한 관점을 제시하는 새로운 미국재단 스티븐 클레몬스 등이 한꺼번에 워싱턴으로 모인 것이다. 중국의 떠오름과 맞물려 일본 연구는 새로운 국면, 다시 말해 일본을 넘어서는 아시아 지역 차원의 연구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일본 관련 세미나의 경우, 이제 더 이상 일본 경제나 미·일간의 무역마찰에 관한 주제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세미나는 미·일 동맹의 문제, 새로운 아시아 질서를 구축하는 데 일본의 역할, ‘테러와의 전쟁’ 이후 더욱 가시화한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 그리고 일본 국내 정치의 향방이나 북한 핵 문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등에 대한 내용이다.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 스팀슨 센터, 미국 기업연구소 등이 중요한 세미나의 주최자이며, 사사카와 평화재단이 주최하는 정기 세미나 역시 많은 일본 관계자의 ‘만남의 장소’로 활용된다. 워싱턴 싱크탱크 세계의 많은 일본 연구자로부터 주목되는 미국 기업연구소의 마이클 오슬린 박사는 “앞으로 미국 내 일본 연구는 다시 워싱턴에서 이루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미국 대학의 일본 연구는 지나치게 ‘연성화’해 있어, 안보나 국방·동맹의 문제 등 새롭게 요구되는 정책 과제에 적절히 응답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올해 초 미, 일 동맹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석해 의견을 밝히는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

수십 년간 숙성된 ‘집단 체험’

일본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에 적극 동참한다. 아사히신문 베이징 특파원을 지냈고, 올여름까지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의 객원연구원으로 있었던 요시오카 게이코 기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후쿠다 일본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했을 당시 워싱턴의 대표 싱크탱크 및 대학 소속 일본 연구자 15~20명을 일본 대사관으로 초청해, 앞으로 일본 연구 지원이 많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와 같은 전통 방식의 지원만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전략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조지워싱턴 대학 마이크 모치즈키 교수에 따르면, 현재 도쿄·와세다·게이오·교토 대학 등 일본을 대표하는 6~7개 대학이 워싱턴에 공동연구소 설립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들은 비단 일본·미국 관계만이 아니라 좀더 ‘지구적’ 사안에 대한 일본의 구실을 워싱턴의 대학 및 싱크탱크와 공동으로 논의·연구하는 기관을 설립할 예정이며, 워싱턴의 대학 및 싱크탱크 관계자와 이들 대학의 대표단이 일본 대사관에서 함께 식사하며 협력을 다짐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금전 지원 혹은 주요 대학이나 싱크탱크의 일본 연구 프로그램 제도와도 구분되는 방식이다. 미국과 일본의 ‘직접·공동’ 연구가 워싱턴 한복판에서 일본 주도로 진행되는 실험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중국과 인도의 급속한 성장, 북핵 문제, 9·11 테러,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전쟁 등이 일본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일본의 국제적 지위를 약화시킨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미국 싱크탱크의 일본 연구를 지탱해주었던 막강한 재정 지원이 줄어들며 그만큼 활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에 일본의 중요성 자체가 약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나 커트 캠벨의 보고서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 미·일 동맹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강조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온건파 외교정책팀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며, 일본 역시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구상을 십분 활용하려 한다.

특히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아시아 지역 질서의 재편은 미국과 일본 모두로 하여금 최선의 ‘전략적 선택’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중국과 미국’ ‘중국과 일본과 미국’ ‘일본과 미국’의 어떤 조합이 국익에 가장 최선일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수 싸움이 계속된다(이러한 고민은 오바마와 매케인 두 후보 캠프의 구성에서도 어느 정도 반영된다.

워싱턴의 주요 정보지인 <넬슨 리포트>에 따르면, 오바마 캠프에서는 현재 MIT 교수인 마이클 시퍼가 일본팀을 이끌고 있으며, 스톤브리지 컨설팅그룹의 맷 굿먼과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 데릭 미첼, 학계의 캐럴 글럭·에이미 서라이트·게리 커티스·스킵 오 등이 참여한다고 한다. 매케인 캠프의 경우, 일본팀으로 명확히 구분되진 않지만 리처드 아미티지, 마이클 그린, 랜달 슈리버 등의 구실이 클 것으로 본다.

오바마 캠프의 아시아 정책 전체를 중국팀 책임자인 제프리 베이더(브루킹스 연구소)가 총괄하는 반면, 매케인 캠프는 미·일 동맹을 강조하는 리처드 아미티지가 아시아 전략을 주도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스팀슨 센터의 유키 다쓰미

워싱턴 싱크탱크가 개최하는 수많은 세미나 현장에서 마주치는 일본 외교관과 기자는 ‘일본의 존재’를 미국의 정책 담당자가 항상 느끼게끔 하는 방법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그것을 적절히 ‘조정’하려면 워싱턴 싱크탱크를 활용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슨 말을 했는가를 끊임없이 추적하는 것은 물론이고 방청석에 앉아 간단한 질문에서 의견 제시까지 하고, 커피와 쿠키를 곁들인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일본이 항상 워싱턴 가까이에 있음을 체감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또한 지난 수십 년간 이어진 미국 주요 대학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싱크탱크의 일본 연구 프로그램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과도 결합된다. 수십 년 이상 이어진 일본과 워싱턴 싱크탱크 사이의 인적·물적·지적 교류의 경험은 이미 하나의 ‘집단 체험’으로 전달되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글의 편집과 사진 등은 <시사IN> 원고와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

<시사IN><희망제작소>는 총 5회에 걸쳐 “미국 싱크탱크들의 동아시아 연구 동향과 연구진에 관한 기획기사”를 공동으로 게재하고 있습니다. “제5의 권부”로까지 불리며 미국 국?내외 정책 형성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싱크탱크들에서 과연 누가, 어떻게 한반도, 중국, 대만, 일본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가고 있는가를 살핌으로써, 향후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의 향방을 예측해 보고자 합니다.

지난 2년간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 시거센터의 객원연구원으로 머물며 미국 싱크탱크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던 홍일표 박사(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세계를 이끄는 생각 : “사람과 아이디어를 키워라”―미국 싱크탱크의 전략』(중앙북스, 2008)의 저자)는 미국 싱크탱크들의 동아시아 연구 현황과 주요 전문가들에 대한 입체적인 정보와 분석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첫회는 “미국 싱크탱크란 과연 어떤 곳인가,” 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글로 작성되었습니다. 본 글은 <시사IN> 48호에 게재되었으며, 시사인 온라인 사이트의 e-book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기획연재 ‘미국의 씽크탱크를 가다’ 리스트
①중국의 대약진
②워싱턴의 그들 미국을 넘어 세계를 기획하다
③타이완의 ‘전략 투자’ 뿌린 대로 거두네
④미국은 여전히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를 관리한다
⑤대한민국 연구할 ‘조직 거점’부터 세워야 한다

본 기획연재는 5편까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