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
: “싱크탱크 아닌 싱크탱크”

글 :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홍일표(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사진 : 최은진(전 희망제작소 연구원)

미국인들과 아시아인들이
21세기 세계의 도전에 직면하기 위해서 함께 일할 때
우리는 아시아 소사이어티가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게 될 것이다.
– 콜린 파월 Colin L. Powell, 전 국무장관 Former Secretary of State

색다른 싱크탱크 – 그 시민교육 프로세스에 주목하라

아시아의 예술문화, 정책과 기업 등에 대한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기관, 조금 더 나아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이해와 교류 활성화를 위해 포럼과 전시회를 개최하고, 연극이나 영화를 제작하는 곳, 출판이나 언론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이 곳은 또 다른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를 넘나드는 색다른 싱크탱크이다. 바로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

아시아 소사이어티라는 이름에 너무나 걸맞게 한국인이 먼저 나와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정책 프로그램 선임 연구원(Senior Program Officer, Policy Programs)인 김희정씨는 그녀가 일하는 이곳을 싱크탱크라 말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일본의 종합연구개발기구(The National Institute for Research Advancement, NIRA)에서 매년 펴내는 『세계 싱크탱크 사전』(World Directory of Think Tanks)에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왔다고 하자, 해마다 일본에서 이곳을 책에 싣기 위해 연락을 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쉽게 떠올리는 브루킹스 연구소와 같은 곳은 절대 아니라고 다시 강조한다.

“물론 이번에도 부시 대통령이 파키스탄, 인도의 정상회담에 가야 했을 때, 사전에 워싱턴에 가서 브리핑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자리였는데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관점은 특별히 섞지 않고 다만 그 자리를 주재하는 정도의 행사였지요. 이것은 어떠한 계약관계로 이루어졌다기보다 우리가 그동안 계속 해왔듯이 미국의 대아시아 행사와 관련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부 부처에 제의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관료들이 이럴 때 우리 같은 민간단체를 필요로 할 수 있는 것이죠. 정부가 기자회견을 해야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연설이라는 것에 참여함으로써 오히려 기관을 알리는 효과를 얻고, 미디어의 관심을 얻게 되는 일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여기에는 상당한 경쟁구도가 있다고 한다. 미디어 컨퍼런스(Media Conference)라는 것을 어느 기관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언론을 이용한 대중에 대한 노출이다. 물론 이 기관이 주목하는 이슈로 정부에 직접적 영향력을 미치는 것 또한 가치 있는 일이겠지만, 이 둘간의 균형을 맞춰나가고 있다는 것을 더 자부하는 것이다.

특정 정당을 위해 복무하는 싱크탱크라는 오명을 사기 싫어하는 것이 미국 싱크탱크들의 거의 비슷한 반응이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역시 정책과 비즈니스(Policy and Business)라고 하여 대외정책 쪽 프로그램을 상대적으로 많이 진행하고 있고, 이를 위해 다양한 국제회의를 주재하고 있지만, 비영리이자 비당파임을 강조하고, 미국과 아시아의 관계를 다루면서도 어느 한 쪽의 주장에 치우치지 않는 형태로 논의를 진행하고자 애쓴다고 한다. 단체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대외정책 가운데서도 아시아 쪽 주제들을 주로 다루는데, 타이완 이슈와 같이 날카로운 쟁점이 제기되는 문제의 경우, 철저하게 대중들의 견해를 소개하는 정도로 스스로의 역할을 제한한다고 한다.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독자적인 연구 활동에 비중을 두기보다 프로그램을 통한 대중교육을 주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다. 심지어 뉴욕 사람들 중에는 아시아 소사이어티를 박물관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우리의 최대 수행과제는 아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서로의 이해 증진을 도모하려면 그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이끌어야할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세 가지 분야로 나누어서 그것을 추진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박물관의 전시를 통해서 미술품이나 예술품을 펼쳐 보임으로써 대중교육에 힘쓰고 있고, 둘째는 프로그래밍 영역에서 우리가 정책 쪽이나 비즈니스 행사를 프로그래밍하기도 하고, 셋째로는 교육 분야가 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과정 중에 중국어 수업이 부족하다면 우리가 그런 것을 시범적으로 만들어서 맨해튼에 있는 학교와 제휴해 시도해봅니다. 굳이 말하자면 이런 교육 프로그램에 특히 더 집중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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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보다 프로그램으로 국제적 기관이 되다

김희정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시아 소사이어티 부대표(Executive Vice President) 제이미 메츨(Jamie F. Metzl)씨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2005년 11월 서울에서 열렸던 ‘젊은 리더 컨퍼런스 Young Leader Conference’에도 참석하였는데, 당시 이 행사에는 250여명의 사람들이 참석하여 아시아?태평양 관계를 주제로 회의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 회의에서 한국의 기업 대표들을 비롯하여, 각 분야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울에도 아시아 소사이어티 사무소가 꼭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을 자주 찾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현재 미국에 5개 사무소, 해외에 똑같이 5개 사무소를 두고 있고, 이들 사무소들은 각각 예술, 문화, 교육, 정책, 그리고 경제 다섯 분야를 다루고 있다. 이들 영역으로부터 바다를 넘나드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온다. 자신이 독자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의 성격보다, 그 연구를 좀 더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예컨대 중미관계에 관한 연구라고 하면 그것을 좀더 잘 할 수 있는 중미 협력 센터(Center for China-US Cooperation)와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하는 식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장차 언론에 영향을 미치는 전통적인 싱크탱크처럼 독자적인 연구조사를 진행할 계획도 있다고 한다.

“뉴욕에 있는 직원은 120명 정도 되지만, 정확히 말하면 지금으로서는 우리 기관에 연구원(researcher)은 한 명도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지부는 규모는 꽤 큰 편이지만, 직원들은 열 명쯤에 불과합니다. 휴스턴, 텍사스, 워싱턴 D.C., 그리고 홍콩, 마닐라, 뭄바이, 상하이, 멜버른 사무소 모두를 합쳐도 대부분 대중 교육 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연구만 담당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꼭 교육센터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말하자면 ‘리서치 액션’(Research Action)쪽에 더 초점을 맞추면서, 대중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 개발 전문가들이 더 많이 모여 있다는 것이었다. 별도로 연구 부서를 두지 않더라도 섭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모든 대중 교육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제이미 메츨의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시민들을 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의 노하우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포럼 플라자(Forum of Plaza)를 제공합니다. 중립적인 포럼을 진행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주제를 우리가 정해서 토론의 장을 여는 만큼 꼭 중립적이다, 라고 단언할 수도 없지요. 예를 들어 인도의 HIV 에이즈에 대해서 포럼을 여는 것은 애드보커시적인 기관의 특성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한편 그것은 우리 나름의 아젠다 설정이기도 한 것입니다.”

필자가 아시아 소사이어티를 방문하기 얼마 전에 열렸던 메이저 컨퍼런스(Major Conference)에는 인도의 수상과 중국의 상무장관을 비롯하여 무려 1,20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최근 아시아 소사이어티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뉴욕과 그 외의 지역에서, 경제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를 여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기에 지역적 주제를 넘어, 진정한 국제기관으로서 이 기관을 다시 성장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쌍방향의 망(interactive web)에 의해 동반자를 찾아 얼마든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시대에 발맞추어, 국제적 경제 정책 분야에 더욱 초점을 맞추려 한다는 말을 하면서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우리는 50주년 동안 한 방식으로 일해 왔지만 이제부터 이러한 새로운 방향성을 가지고 50년 간 더 나아가볼 작정입니다. 또 50년이 지난다면 다시 새로운 방법으로 바꾸게 될 것이고요. 그 때는 세 번째로 뉴미디어(New Media) 자체에 본격적으로 진출해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의 10개 센터의 사람들 중에 한 명이라도 기관의 이러한 목표를 깨닫지 못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는 2006년 11월에 다시, 외무부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하고 한국무역협회가 함께하는 컨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하였다. 꼭 아시아라는 주제를 다루어서가 아니라 항상 국제적인 활동에 앞장서 배우려는 그의 자세가 바로 이 기관이 이미 세계적으로 성공해 있는 이유를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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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임했던 제이미 메츨씨가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일하기 전에, <정책과 정치학>(Policy and Politics)이라는 기관을 통해 백악관의 국가 안보 보좌관으로 일했다고 한다. 출신지역인 미주리(Missouri) 주의회 상원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는 미국 중서부의 지역사회는 아직 편협한 것 같다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털어 놓았다. 뉴욕에 살고 있는 그가 지역사회에서 뒷받침이 될 수 있는 인물로 정당 리스트에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구조가 못된다는 것이다. 다시 선거에 진출할 예정이기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평균 300달러의 분담금을 받고서 백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마련해야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고 한다. 미국 선거운동의 캠페인 재정 시스템(Campaign Finance System)이 아직 안정되어 있지 못한 것은 오히려 비용의 남용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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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싱크탱크 연재]는 다음 주 목요일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