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면담일시 – 2008년 3월 27일 오전 11시
면담인사 – 오종석(무공이네 대표)
면담장소 –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 278-6번지



9년 전 지하 단칸방에서 출발한 온라인 농산물 쇼핑몰이 무섭게 진화했다.
때마침 불어 닥친 ‘웰빙’ 바람을 타고 오프라인 매장을 내더니 이제는 열 곳이 넘는 가맹점을 두고, 전국 곳곳에 자신의 상품을 유통시키고 있다.

규모만 커진 게 아니다. ‘유기 농산물 전문점’을 내세웠던 이 당돌한 업체는 이제‘건강과 환경을 함께 생각하는 로하스 전문 기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생활을 팔고, 사람들이 모인단다.

친환경 농산물 시장의 ‘작지만 강한 존재’로 자리매김한 무공이네 오종석 대표를 만났다. 그로부터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무공이네의 이력을 들어보았다.


유통이 복잡한 농산물 시장에 뛰어들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인 오 대표는“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무공이네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농산물 유통이 복잡합니다. 중간 단계를 거치면서 가격에 거품이 많이 끼죠. 시골에서 직접 배송을 하면 가격이 싸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우선 배추로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배보다 배꼽이 크더군요. 배추 한 포기 가격은 1 ~ 2천 원인데 배송료에만 6천 원이 들었습니다. 또 생산자에게 주문을 해도 농산물을 바로 포장해 보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죠.”
”?”1년 반 동안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2년째 돼서야 조금씩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때마침 2002년부터 사회에는 친환경 농산물 바람이 불었다.

“직원 결혼식이 있는 날, 새벽 일찍 매장에 나왔는데 너무 많은 주문이 들어와 있어 오류가 생긴 줄 알았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허벅지를 꼬집었죠. 재고가 없어 일부러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정도였습니다.”

친환경 농산물 시장은 이후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다양한 업체가 시장에 뛰어들었고,
전문점에서만 취급하던 친환경 농산물을 이제는 대형 마트, 동네의 중소형 마트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2004년 녹즙에서 농약이 검출 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중국산 식재료 문제가 불거지면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신뢰가 확 떨어졌죠. 여파가 컸습니다. 지금도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참치, 새우깡 등과 관련한 보도 때문이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빠른 서비스에서 생활 서비스로


무공이네가 기존의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오 대표는 “생협에 비해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자부한다.

“출발은 생협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했습니다. 생협은 상품의 질과 운동성, 공동체 지향성이 장점이지만, 소비자의 편리성은 떨어지죠. 외부 배송회사를 이용하지 않고, 직원들이 직접 배송하기 때문에 정해진 날짜에만 물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한계죠. 그런 점에서 서비스는 우리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농산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빠른 배달이 최고의 장점인 거죠.”

‘유기 농산물 전문점’을 내세웠던 무공이네는 이제‘건강과 환경을 함께 생각하는 로하스 전문 기업’을 표방한다.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이제 생활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작년에는 로하스 문화축제를 열었습니다. 강동, 송파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생산자와 소비자를 한자리에 모았죠. 환경교육, 생태체험, 농산물 판매를 함께 하는 자리였습니다.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생활을 파는 무공이네가 될 겁니다. 작년에만 여덟 차례 생태체험을 진행했죠. 소비자가 생산현장에 가면 아무래도 농산물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장의 열쇳말, 신뢰와 가격



오 대표는 무공이네의 성장을 좌우할 열쇳말로 ‘신뢰’와 ‘가격’을 꼽았다. 그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이야기가 있는 상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가의 품질인증을 통해서도 신뢰를 얻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야기가 있는 상품’이 되어야 합니다. 귀농한지 1년밖에 안된 서투른 생산자도 철학을 갖고 농사를 짓기 때문에 농산물을 팔 수 있는 겁니다. 생산자가 어떤 계기로 귀농을 했고, 삶의 방식이 어떠한 지를 소비자와 공유한다면 정부의 인증을 못 받았어도 상품이 팔릴 수 있는 거죠. 지방자치단체에서 특화사업으로 친환경 농업을 키운 결과 대단위 생산자들도 많아졌지만 예전만큼 철학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부분을 강화해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격 만족은 좀 더 어려운 문제였다. 생산자는 언제나 적절한 가격을 유지하기 원하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물건을 찾기 마련이다. ‘로하스 회원’제도는 이처럼 대비되는 두 입장을 조화시키기 위한 고민에서 탄생했다.



”?”“로하스 회원에게는 회비를 2만 원 씩 걷고, 제품 가격의 20% 정도를 할인해 줍니다. 1년이 넘었죠. 이전에는 한 달에 20만 원 어치를 사 먹던 사람이 유료회원이 된 후에는 40만 원 어치를 사 먹더군요. 쌀만 구입했는데, 아이들에게 필요한 채소, 과일도 사기 시작한 거죠. 친구와 가족, 친척들이 하나의 아이디(ID)를 함께 쓸 수 있습니다. 직장 동료나 이웃과 함께 쓰라고 권하곤 하죠. 5명이 함께 쓰는 경우도 있고요. 아이디를 함께 쓰는 이들은 함께 이야기도 나누더군요.”


무공아이와 로하스 머니로 사람을 엮다


소비자들이 함께 소통하면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일도 무공이네의 역할 중 하나다. 서로 친해진 소비자들은 더욱 막강한 무공이네의 후원자가 된다.

“우리 서비스의 불편 사항을 모니터 하는‘무공아이’회원을 30명 씩 선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무공이네 행사에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하죠. 소통이 늘어나는 겁니다. 무공아이 활동을 하는 고객 중 한 분이 아이의 돌잔치에 직원들을 초대한 적도 있습니다. 간장 게장도 담가주시고요. 글을 많이 올리다 보면 서로 친해지고, 조금 더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오 대표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친환경 상품을 쓰는 범위를 넓혀간다”고 말했다. 친환경 농산물을 먹던 소비자들이 상품 포장에 쓰인 재활용 박스를 회수하는데 발 벗고 나서고, 환경 보호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식이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지만 고객에게도, 또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습니다. 소비자와 친해지고 가까이 가는 것이 작은 기업이 사는 길입니다. 우리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게시판에도 활발하게 글이 올라오고요.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아예 커뮤니티를 따로 빼 별도의 사이트를 만들었을 정도죠. 현재 회원이 3만 명 정도 됩니다.”

대안 화폐 ‘로하스 머니’ 역시 소비자들 사이에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탄생했다. 관계를 단절시키는 돈이 아니라 관계를 살리는 돈인 셈이다.

“고객들이 온라인 상에서 글을 쓰면 로하스 머니를 지급합니다. 아나바다 장터를 만들었는데 이곳에서 소비자들끼리 로하스 머니로 거래할 수 있죠. 고객과 고객이 로하스 머니로 소통하는 겁니다. 그냥 돈을 내라고 하면 힘든데 로하스 머니라면 쉽게 주고받을 수 있죠. 소통이 가능하면 이분들을 함께 묶어둘 수 있습니다. 우리만의 문화적 특색이 아닐까 싶네요. 아직 실제 상품은 거래할 수 없는데, 만일 상품 구매까지 가능해지면 더욱 유통이 활성화될 겁니다.”


폭발적인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


현재 친환경 농산물 시장에는 여러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오 대표는 “작은 기업들은 모두 잡아먹히거나 사라지고 있다”고 전한다.

“우리가 지금 경쟁하고 있는 상대는 대기업입니다. 한겨레 초록마을도 대상그룹이 30% 지분을 가지고 있죠. 조선일보도 최근 이쪽 사업을 시작했고, 동아한국제분에서도 유기농 하우스 업체를 만들고 있습니다. 대성그룹에서는 웰베이라는 회사를 만들었고요. 초록마을은 전국에 200여 곳에 매장이 있습니다. 한살림 등 생협도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덩치가 작은 무공이네로서는 만만치 않은 난관에 부딪힌 셈이다. 물론 오 대표에겐 나름의 복안이 있다. 색을 선명하게 하는 것. 그게 무기다.

“처음부터 우리 자신의 칼라를 가져야 대기업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충성심 높은 유료 회원에 대한 끊임없는 문화적 접근을 통해 ‘건강한 문화를 파는 곳’이라는 이미지로 다가가는 것이 살 길입니다. 이마트 같은 곳에서 무공해 농산물이라고 선전하며 팔아도 상품에 대한 풍부한 지식은 없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고객이 물으면 충분한 근거와 자료를 갖고 설명할 수 있죠.”
”?”“침착하게 만든 상품”도 무공이네의 자랑이다.

“‘참이든’이라는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유기농 딸기와 설탕으로 만든 딸기잼을 생산하고 있죠. 시중에는 유기농이 거의 없고, 중국산 딸기로 만든 제품도 많죠.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친환경 전문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문화적으로 접근하고, 소비자에게 일상적으로 가까워져야 합니다. 그런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가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문제는 유통이다


그는 친환경 농산물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정부의 유통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시설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농림부와 경기도에서 곤지암에 친환경 물류센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물류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그곳에 들어간다면 비용을 줄여 가격을 내릴 수 있습니다. 배송업체들도 서로 모이면 경비를 줄일 수 있고요. 그래서 이 시도에 기대가 큽니다. 성공하면 모델로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친환경 농산물의 품질을 감시하는 인력도 상주할 수 있고, 데이터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신뢰도 또한 높아질 것이고요.”

유통 지원을 통해 농가들과 윈-윈하는 방안도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시골에 가면 창고와 농기계가 놀고 있습니다. 그 창고를 유통회사들이 활용할 수 있다면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죠. 다만 그냥 줄 수는 없고, 농가에도 이익이 돌아가야 지원의 근거가 생길 겁니다. 현재는 농가에 택배비를 지원해주고 있는데요, 택배비를 지원 받더라도 농가에서는 홈페이지를 관리하기가 힘듭니다.”

오 대표는 “아직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이 있다”며 꼭꼭 담아왔던 생각을 펼치기 시작한다. 학교급식은 기본이다, 농산물 직거래 장터도 열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모이는 축제를 고민하고 있다…. 그의 숨이 가쁘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 밑에는 꼭 편의점이 있습니다. 삼각 김밥과 컵라면을 팔고 있죠. 분식점에서도 좋은 먹을거리를 팔아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좋은 식품을 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리_이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