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시니어사회공헌센터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비영리기구(NPO) 또는 비정부기구(NGO) 활동에 참여해 사회공헌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행복설계포럼’은 시니어사회공헌센터가 운영하는 ‘행복설계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한 교육생들이  매월 자체적으로 기획해 성공적인 인생 후반전을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자리입니다. 아래의 글은 지난 9월 30일 열린 제17차 행복설계포럼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2010년 9월 30일,  행복설계포럼 참가자들은 백만 평이 넘는 생태계의 보고, 장항습지를 찾아갔습니다. ”사용자
고양시에 살면서 가보고 싶은 곳이었기에 더욱 설레었지요.
고라니, 말똥게, 큰기러기, 재두루미, 버드나무… 이런 단어들이 벌써 가슴을 채워줍니다.

이번 탐방을 안내해 주실 분은 고양환경운동연합의 박평수 집행위원장님.
4대강의 실상을 알리시느라  지난 여름 내내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이포보 기둥 위에서 싸우신 분입니다.

”사용자박 위원장님은 “평수가 박하다”며 자신을 소개하고 우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정발산 역에서 버스를 타고 자유로로 들어서서 장항 I.C 근처에 내립니다.
군인 아저씨들이 철책선을 열어주고 다시 신분증을 맡기고 기다리는 동안, 박 위원장님의 질문이 쏟아집니다.

제비의 고향은 어디

“수수꽃다리, 솜다리꽃, 양버짐나무 들어보셨나요?  손 들어보세요. 생태에 관심있으신 분들이라 아시네요. 바로 라일락, 에델바이스, 플라타너스죠.  미류나무는 어떤 나무인지 아시는 분?  이것은 버드나무 종류인데, 미국에서 건너 온 버드나무여서 미류나무라고 합니다. 두루미, 학, 단정학은 어떻게 다른가요?  백조하고 고니는요?”

참가자 중에 전직 과학 선생님들이 계셔서 대답이 척척 나옵니다.
우리나라 생태에 관한 책을 읽고 올걸 ~~^*^.
우리의 눈은 한강가에 펼쳐진 습지를 바라보며
머리 속에선 잠자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며 새로운 앎을 향해 나아갑니다.

우리가 얼마나 우리나라의 생태에 관해 무관심한지 새삼 깨달으면서…

“우리나라의 생태에 관해 국민들 수준이 높아지면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생태에 관해 알고 있을까요. 생태에 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인간 위주로 해석하게 됩니다. 생태에 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나라 살림도 엄청나게 까먹게 됩니다.”

제비의 고향은 어디일까요.
여름 철새들은 여기가 번식지라는군요.
여기에서 태어난 제비, 저어새같은 종류는 여기서 둥지를 틀고 산란, 부화하고 새끼를 키운답니다.

곧바로 황조롱이 고향은 어디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철새, 텃새에 대해서도 기억을 더듬고,  ‘천연기념물은 문화재청에서 관리하고 멸종위기종은 환경부에서 관리한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사용자저쪽 강가에서 새 무리가 까맣게 올라옵니다. 겨울 철새인 기러기라는군요.
워낙 예민하기 때문에 작은 기척에도 움직인답니다.  저쪽 무리는 기러기, 이쪽 새들은?  바로 백로입니다.

박 위원장님의 설명은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쇠자가 붙으면 작다는 겁니다. 가마우지중에 가장 작은 것은 무엇일까요.”
“쇠가마우지요.”

오리, 쇠오리, 기러기, 쇠기러기, 박새, 쇠박새… 박 위원장님의 칭찬에 웃음이 터집니다.
벌써부터 머리 속에 새와 식물들로 꽉 찼습니다. 학습은 언제나 재미있고도 어렵습니다.

습지로 천천히 이동하니 하얀 작은꽃들이 펼쳐져있습니다. 미국 쑥부쟁이랍니다.
다양한 형태의 강아지풀이 보입니다. 분명 강아지풀인데, 황금빛을 띠고 있네요. 금강아지풀이래요.
강아지풀들은 군락을 이루며 한 해 동안 12번 이상이 바뀐답니다.
올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환상의 습지, 천연의 보고입니다.

억새가 햇빛에 반짝입니다. 산등성이에 억새군락이 펼쳐지는데… 이상합니다. 습지에 자라는 갈대가 아니라, 분명히 억새인데…
답은 습지에 사는 물억새랍니다.

“어느 나라 고라니가 행복할까요”

습지 안쪽으로 들어가다가 고라니 발자국을 발견했습니다.
고라니는 국제야생동물연맹에서 보호하고 있는 종입니다.
중국 양쯔강 이남과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외국에선 보호종인데, 우리나라에선 유해종으로 정해져 사냥허가를 내준답니다.

“어느 나라 고라니가 행복할까요.”
박위원장님이 질문을 던지고 앞서서 성큼 걸어갑니다.

백로의 발자국이 보입니다. 백로는 어느쪽으로 간 것일까.

“화살표 방향?  사람들은 생태계를 사람위주로 생각합니다. 새가 무릎이 있을까요… 새는 사람과 반대쪽으로 꺽어집니다. 그럼 무릎은 어디있지요?  무릎이 아니라 발목입니다.”

”사용자이제 조금 눈이 틔여갑니다. 고라니, 너구리,  백로 발자국을 구별하고,  발톱자국이 있으면 너구리, 없으면 삯, 고양이라는군요.
계속 배우면서 습지 안쪽으로 이동합니다.

파란 하늘 위로 새들이 까맣게 몰려옵니다. 새들 울음 소리가 온 하늘에 가득합니다.

“큰기러기는 환경부 멸종위기종입니다. 쇠기러기와 어떻게 다른가요. 기러기는 장가갈까요, 시집갈까요. 기러기는 여기서 짝짓기를 해서 러시아쪽으로 갑니다.  요즘은 위성 추적 칩을 심어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국제 공조가 필요하고요. 우리나라 서해안 갯펄은 철새들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합니다. 중간 기착지가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점차  멸종하게 되죠.”

새들 울음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우리가 다가온 것을 감지하고 서로 위험신호를 알리나봅니다.

어머나! 고라니 배설물입니다. 박 위원장님이 배설물을 살펴보라 하여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진지하게 관찰합니다.

”사용자박 위원장님이 짖궂게도 “꼭지 부분이 위일까요, 아래일까요.” 묻습니다.
이 문제로 다시 한번  갑론을박 하다가 웃음을 터뜨립니다.

버드나무 아래에 습지가 펼쳐졌네요. 저기 말똥게가 옆걸음으로 잽싸게 달아납니다.
최대 규모의 말똥게 서식지답게 여기 저기 말똥게입니다. 어느 분이 “야! 맛있겠다” 합니다.
이것을 먹을 수 있을까.

”사용자”우리말에 ‘참’자가 들어가는 것 말해보실래요?”
 참게, 참나물, 참기름, 참외, 참이슬(? ^^)…

“‘참’자가 들어가면 먹을 수 있고요. ‘개’자나 ‘똥’자가 들어가면 먹을 수 없습니다. 개살구, 개망초, 개나리, 개복숭아… 말똥게는 상품 가치가 없어 개체수가  가장 많아졌지요.”

버드나무와 말똥게의 사랑  

버드나무 군락지 앞에 모였습니다. 습지는 상당히 예민합니다.
사람들 발자국으로 딱딱해질까 라인을 정해놓습니다.
저기 버드나무 아래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말똥게가 드나드는 구멍입니다.

버드나무는 활엽수이기에 잎이 떨어집니다.
밀물, 사리 때에 물이 여기까지 들어오기에 버드나무 잎은 물에 젖어 말랑말랑해집니다.
말똥게는 이 잎들을 먹고 배설을 합니다. 버드나무는 그 배설물로 영양을 섭취하고요.
말똥게는  60cm까지 구멍을 뚫어 드나듭니다. 바다에서 올라온 미세한 뻘흙 밭에 숨구멍이 생기는거죠.

“버드나무와 말똥게는 아름다운 사랑을 합니다. 인간도 이런 사랑을 하며 살아가야하지 않나 합니다.”

”사용자아카시아 나무 앞에 섰습니다.

“아카시아 나무가 우리나라에 살고 있을까요. 야생 생태계에서는 아카시아가 살지 않습니다. 원래 아열대 지방과 열대지방에서 삽니다. 기린이 좋아합니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나무는 콩과 식물,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아카시아 나무입니다. 육지 식물이 습지에 들어와 자리를 잡은거죠. 땅을 육화시키기에 습지에 위험한 나무이고요.”

새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올라옵니다. 설명을 들으며 새떼를 올려보느라 모두들 목을 젖히고 하늘을 올려봅니다.
저 앞 개펄에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는  까만 무리. 기러기떼입니다.
우리가 온 것을 눈치채고 기러기들이 일제히 날아오릅니다.
우리에게는 멋진 풍경이지만, 새들은 굉장히 에너지를 소비한다는군요.

‘너희들 영역에 들어와 미안하다…’

억새풀 너머 개펄이 저녁 햇빛에 반짝입니다. 서울서 보던 한강변과 같은 한강변인지 눈이 의심스럽습니다.
저 개펄에서 펄콩게들이 짝짓기를 합니다. 5, 6월에.
그 때엔 수만 마리가 카드섹션하듯이 흰색, 검은 색이 반복적으로 빛난답니다.
장항습지는 계절별로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고 하네요.

새들을 올려다보며 새들의 언어에 대해 배웁니다. 지저귐, 경계음이 다르다고.
짧고 높게 울고 있으니 선두에 선 새가 경계하라고 신호를 보냈나 봅니다.

”사용자
약속한 두 시간이 다가옵니다. 
나가는 길섶, 논에 벼가 태풍에 강타 당해 누워있습니다.
바닷물이 들어와도 민물에 가까워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군요.
새들은 수확한 것으로 오해하고 포식하느라 정신없고, 농부는 열심히 쫓아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두어 시간 거닐다 보니 식물, 동물, 땅이 모두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자손의 자손에게까지 남겨줘야 할 이 아름다운 습지!
우리 주변 생태계를 왜, 어떻게 보호해야할 지 분명히 와닿는 시간이었습니다.

글ㆍ사진_정인숙 해피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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