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대 청년보다 활기차고,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미국 시니어, 그들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요? 젊은 한국인 경영학도가 ‘세 번째 장을 사는 사람들’ 이라는 제목 아래 자신의 눈에 비친 미국 시니어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적극적으로 노년의 삶을 해석하는 미국 시니어의 일과 삶, 그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세 번째 장을 사는 사람들 (9)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고들 합니다. 고대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최근에 발표한 논문의 저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인간 관계의 중요성을 다뤄왔습니다. 인간 관계는 생애 전체에 걸쳐 삶의 질을 결정하고 심지어 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많은 분들이 인생의 세 번째 장에 들어서며 겪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바로 ‘타인과의 관계’ 입니다. 오늘은 미국 사회에서 시니어들이 겪는 관계의 변화와 관계를 통해 건강한 세 번째 장을 꾸려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관계가 변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사랑과 일이라고 합니다. 인생의 세 번째 장에서 겪는 관계 변화도 크게 사랑의 중심인 가정, 그리고 일의 중심인 일터에서의 변화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가정이 있는 시니어의 경우,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변화를 경험합니다. 세 번째 장에 들어서며 어른이 되어가는 자녀와 새로운 종류의 관계를 맺기 시작하고, 동시에 나이가 많이 드신 부모 세대와의 관계도 재정립하게 됩니다. 자녀와의 관계에서는 전적으로 보살펴야 하는 입장에서 조금 더 동등한 친구의 입장으로 바뀌기도 하고, 인생의 첫 번째, 두 번째 장에서 전적으로 의지하고 기댔던 부모님과의 관계에서는 오히려 돌보는 역할을 맡게 되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아직 경제적으로 완벽하게 독립하지 않은 성인 자녀를 부양하는 동시에 부모님을 모시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가운데 끼었다 하여 ‘샌드위치 세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특히 나이 드신 부모님을 모신다는 개념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샌드위치 세대인 시니어들에게 노인부양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변화는 반려자와의 관계에서도 나타납니다.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시니어의 경우, 부부 한 쪽 혹은 양쪽 모두가 은퇴를 하면서 관계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게 됩니다. 늘 같은 틀 속에서 돌아가던 시간이 전혀 다른 개념으로 다가오게 되고 함께 하는 시간, 독립적인 시간을 구분 지어야 할 필요가 생기기도 합니다. 때로는 가사를 전담하던 부인이 일을 시작하기도 하고, 남편이 집안 일을 돌보기도 합니다. 또, 힘들게 아이들을 키우던 인생의 두 번째 장이 끝나면 자식을 가진 부부들의 관계가 자식이 없는 부부들보다 더 좋아지기도 합니다.

인생의 세 번째 장에서 부부 관계는 반려자의 죽음 혹은 이혼 등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별한 후에도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연구해보았더니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 활동과 같이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하거나 의지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 속해있었습니다. 배우자의 죽음으로 상실하게 된 관계의 욕구를 다른 사람, 혹은 사회와 맺는 연결고리로 잘 채우는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사용자

평생 일을 해 온 시니어들은 세 번째 장을 겪으면서 직장을 옮기거나 은퇴를 합니다.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일터에서의 관계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됩니다. 오랜 세월을 한 조직에 몸 담근 시니어일수록 변화 과정에 더 적응하기가 힘듭니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함께 일터에서 생활해 온 친구들을 잃어간다는 점입니다.
 
현재 세 번째 장에 들어서 있는 많은 부부들은 남편이 돈벌이를 전담해온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은퇴 후 커리어 중심의 생활을 해 온 남자 시니어들이 새로운 생활 방식에 적응을 어려워합니다. 여성의 경우, 일을 해 온 경우라도 자녀 양육과 가사 노동을 함께 해 온 시니어들이 많기 때문에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거나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되더라도 기존에 유지해왔던 일터 밖에서의 관계들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일터에서만 보내온 남성의 경우, 직장 외 커뮤니티의 부재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근원이 없어지고 일 외의 다른 요소로 만남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들도 적습니다.  
 
같은 직장에서 일을 계속하는 시니어의 경우라도 변화의 바람은 붑니다. 예전에는 비슷한 연령대의 동료가 많았는데 세 번째 장에 들어서자 자기보다 어린 친구들이 동료가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게다가 함께했던 동료들이 은퇴하거나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평소 의지했던 인간관계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반면, 인생의 두 번째 장에서 일을 하지 않았던 시니어, 혹은 세 번째 장에 들어서면서 다른 일을 시작한 시니어들은 새 일터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평생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어서 부푼 마음을 가진, 뜻이 맞는 친구를 만나게 될 수도 있고,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었던 취미 생활을 공유하는 동료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든, 기존의 인간관계가 달라지든, 세 번째 장을 들어서는 사람들은 관계의 변화를 겪습니다.
 
직장 밖 삶이 있나요?

유럽과 북미를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 의하면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훨씬 사망률이 낮습니다. 반려자와의 잦은 싸움은 혈압과 심박률을 오르게 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함께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덕분입니다. 일을 하는 동시에 위 아래로 가족을 돌봐야 하는 샌드위치 세대도 다양한 역할 부담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도 부치지만, 누군가와 꾸준히 관계를 맺고 있는다는 점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또한, 은퇴 후 유지되는 관계의 수가 시니어들의 건강과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관계의 개발 및 유지는 그만큼 삶에서 귀중한 것입니다.
 
늘어난 평균 수명을 고려할 때 세 번째 장에서 맺는 관계들은 인생의 삼분의 일 이상을 함께하게 됩니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인간 관계의 양과 질을 미국 시니어들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요?
 
먼저, 관계 변화에 대한 준비는 세 번째 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시작합니다. 이들은 인생 전반에 걸쳐서 일을 하면서도 동시에 직장 밖의 커뮤니티를 꾸준히 다져놓습니다.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인생 후반부에 더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종교 단체에 소속되어 커뮤니티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 크게 기인합니다. 취미 활동이나 자원봉사 활동도 꾸준히 지속해 일 외에도 소속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커뮤니티를 한 두 개쯤은 유지합니다.

가족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들이 가장 오랜 시간 관계를 맺는 사람은 형제자매라고 합니다. 형제자매와는 평균 70년 동안 함께 인생을 살아갑니다. 미국인은 배우자, 자녀, 부모뿐만 아니라 형제자매와의 관계도 끊기지 않게 신경을 씁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이처럼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직장 외의 커뮤니티를 다져두는 것입니다.
 
사회적인 차원의 지원도 존재합니다. 일부 미국 기업에서는 부모 부양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기도 하고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해주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자녀 양육 보조 외에도 부모 부양 보조에 대한 사회 차원의 제도 개발도 필요해보입니다. 지금까지 이 연재글을 통해 소개한, 시니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지역ㆍ사회 단체 설립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인생의 세 번째 장을 살아가며 어떠한 인간 관계의 변화를 겪고 계신가요.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떠한 단체와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여러분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사용자김나정은 영국 런던 정경대에서 조직사회심리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미국 보스턴 컬리지 경영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일터에서 다양한 종류의 변화를 겪는 사람들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박사 논문 주제로 은퇴기 사람들의 새터 적응기 및 정체성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najung.kim@bc.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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