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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코앞에 위기가 닥쳐있습니다.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소멸위험지역이라니, 과장된 말도 아닌 거죠. 단박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방소멸’ 앞에 기회를 발견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사라지는 ‘소멸’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재해석하고, 삶의 터전을 일굽니다. 희망제작소는 청년의 지역살이를 살펴보는 ‘로컬다이버’ 인터뷰 시리즈를 전합니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내 고향 자랑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가 여기 있다. 본업은 물론이고 청년네트워크위원회,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동아리 활동, 공부 계획까지. 본업을 하면서 시간을 쪼개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어떤 힘이 그를 움직이게 할까 했더니 뜻밖에도 돌아온 답변은 ‘애향심’이었다.

그뿐이랴. 청년당사자로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다음세대에 대한 애정까지 엿볼 수 있었다. 임명 위원장은 인터뷰하는 내내 청년의 참여를 강조했다. ‘이 에너지라면 어느새 나도 참여하고 있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의 열정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청년 활동을) 은퇴 후에 그간 만났던 사람들에게 우동 한 그릇 얻어먹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로 답한다. 임명 충남보령청년네트워크위원회(이하 청년네트워크) 위원장과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지금 근무 중이신가봐요.
임명: 네. 본업이 있어서,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웃음)

– 그럼, 평소 본업을 하면서 시간을 내서 청년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계신 건가요.
임명: 네. 퇴근 후나 주말에 청년네트워크 활동에 주력하고 있고요. 중요한 청년네트워크 행사가 있을 땐 따로 시간을 내서 활동하고 있죠.

– 언제부터 청년 활동을 시작하셨어요.
임명: 제가 보령에서 태어나 쭉 살고 있거든요. 보령에 대한 애향심이 커요. 애향심이 커서 청년 활동을 하는 면도 있고요.

– 고향이 없는 사람도 비일비재한데, 애향심이 높다니 색다르네요. 그럼에도 청년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있었나요.
임명: 청년 활동은 지난 2018년부터 시작했어요. 당시 직장선배가 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제가 선거캠프에 합류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행정 과정을 직접 목격하니까 청년 정책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 때 행정에게 청년 정책에 관한 불만을 토로하기보다 청년이 원하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어떨까. 조금씩 설득하면서 하나하나 청년정책을 바꿔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 청년네트워크의 주요 활동 분야가 궁금합니다.
임명: 주로 교류와 공론의 장을 만들고 있어요. 보령에서 청년네트워크는 시작 단계거든요. 지난 11월 처음 청년주간행사를 개최했고요. 시장-청년 간 간담회 등 공론장을 여는 활동을 하고 있죠.

– 청년네트워크에서 처음 개최한 청년주간행사는 어떻게 이뤄졌나요.
임명: 청년네트워크 교류회나 간담회 등 다양한 행사로 구성했어요. 보령시 실과마다 청년주무관이 한분씩 대표해 참석하셨죠. 그분들이 행정을 대변하기보다는 청년당사자이자 행정실무자로서 함께 하셨어요. 청년이 지속가능한 지역살이를 하기 위해 긍정적 요인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의견을 나눈 거죠. 행정이 원하는 사업이 아닌 청년이 원하는 사업을 만들기 위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였어요. 내년부터는 거버넌스 형태의 파트너십을 통해 심도있게 논의를 이어가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 이번 청년주간행사에서 새로 발견한 지점이 있었나요.
임명: 청년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다른 지역의 청년 정책 사례를 접할 있었다는 점이죠. 이제 막 보령에서 청년네트워크를 다지고 있는 만큼 청년네트워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앞으로의 청년네트워크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었어요.

🔔 청년 활동, 열매를 맺기 위해 잎사귀를 트는 과정

– 현재까지 청년네트워크 2기까지 위촉했다고 들었어요. 청년네트워크의 구성원이 궁금합니다.
임명: 청년네트워크에는 총 48명의 위원이 활동하고 있어요. 청소년 센터에 근무하시는 분도 있고, 개인사업자, 문화예술 쪽에 종사하시는 분 등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있습니다.

– 다양한 구성원이 청년 대표로 모여있는데 청년의 니즈를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임명: 현재 청년네트워크에서는 청년정책을 중심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있는데요. 구성원이 다양한 만큼 정책 제안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거시적인 관점으로 청년 정책을 바라보면 과도하게 예산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쉽잖아요. 저희는 오히려 일상 속 작은 제안부터 시작해 양질의 정책 제안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청년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점을 하나씩 바꿔나가면서 정책으로 일구려고 합니다.

– 주로 어떤 정책이 물망에 올랐나요.
임명: 청년네트워크에서 같이 이야기하다보면 보령시 내 의료체계에 관한 고민이 많아요. 대학병원도 없고, 다른 지역의 병원으로 가는 접근성이 편리하진 않거든요. 분명 의료시설에 관한 고민은 해결될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잖아요. 앞으로 하나씩 풀어가야겠지만, 지금으로선 내가 사는 지역에서 ‘어떤 불편함’을 발견했다면, 공론장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우리의 고민과 고민 해결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어느 동네에 자전거 대여소가 없으니 자전거 대여소를 설치해 이동의 불편함을 줄여보자’와 같은 방식으로 제안을 하는 거죠.

– 청년네트워크 활동으로 바쁘게 지내고 계시네요.
임명: 그렇죠. 충남에서는 충남정책조정위원회 위원으로, 보령에서는 청년네트워크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제가 청년을 완전히 대표한다고는 할 수 없어요. 다만 추후 열매를 맺기 위해 지금 잎사귀를 트는 과정이라고 보고, 저도 그 일원인 거죠. 청년네트워크 활동뿐 아니라 예비사회적기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청년네트워크 청년들이 함께 모여서 설립하려고 기획하고 있는데요. 보령시에서 청년 니즈는 차곡차곡 쌓여가는데 이 부분을 해소할 단체가 없거든요. 어떤 루트로든 청년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를 자주 열어서 청년의 참여도를 높이고 싶어요.

🔔 지속가능한 지역살이의 조건

– 청년네트워크 위주로 얘기를 나눴는데, 구체적으로 보령시의 청년 상황은 어떤가요.
임명: 보령 청년기본조례를 보면 청년을 45세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청년 인구 비율이 높게 나오죠. 하지만 35세~39세 기준으로 봤을 때 보령시가 청년 인구가 높은 지역은 아니에요. 중부발전소가 있어서 취업한 청년의 이동이 많은 편이지만, 동시에 유출도 많거든요. 보령시에서 경기수도권 일대까지 이동하는 게 생각보다 가까워서 문화적 인프라에 가치를 둔 청년은 보령을 떠나는 거죠.

– 보령에 머무는 청년이 말하는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임명: 앞서 말한 것처럼 보령 지역에 취업한 청년들은 공통적으로 ‘즐길거리가 없다’, ‘답답하다’라는 말을 자주해요. 개인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만난 외지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회가 닿는다면 타지로 가고 싶다”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보령시에서 청년이 모일 수 있는, 혹은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여는 등 개선할 지점이 있는 거죠.

– 이주 청년이 보령에 정착 과정을 많이 지켜보셨겠네요.
임명:그렇죠. 대개 보령에 지낸지 1-2년차가 된 청년의 대부분은 세대전입을 하지 않더라고요. 보령에 잠깐 머물다가 떠날 수도 있는 거고, 본거지의 청년 지원사업이 더 활성화돼 굳이 보령으로 세대전입을 하지 않는 거죠. 3-4년차 청년들은 대체로 최초 전입을 해서 보령에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이거든요. 정착하려면 보령을 알아야 하니까 캠핑도 하고, 이것저것 해본다고 바쁘더라고요.(웃음) 3~4년차 청년을 만나면 “보령에 이런 것도 있었어?”라면서 놀라움을 표하기도 해요. 미처 몰랐던 숨어있는 걸 발견하는 건데요. 이런 경험을 비춰보면 ‘지역사회 알리기’와 같은 지역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더라고요.

– 보령에서 청년의 생애주기에 따른 정책적 지원을 평가한다면요.
임명: 주거 관점으로 보면요. 보령은 아파트 공시지가가 높은 편이에요. 인구수를 대비하면 공급량이 부족한 거죠. 충남형 더행복한 주택 정책을 보령에 도입한다면 보령의 특징에 맞춰 방향성을 모색해야 할 것 같아요. 두 번째로 이주청년관련 사업의 체계가 부족해요. 보령 이주 초입 단계일수록 청년의 목소리를 더 많이 담을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원하는 게 필요해요. 지금 시점에서는 정책을 설계하거나 지원할 때 청년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참여시키는 게 중요하죠.

– 지역 자체가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임명 님은 어떻게 바라보세요.
임명: 지난해 보령에서는 보령화력발전소 1~2호기를 조기폐쇄했어요. 앞으로 보령에서 일자리가 줄어들면 줄어들었지, 늘어날 일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죠. 물론 저탄소운동으로 신에너지 전환사업으로 LNG 사업 등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힘쓰겠죠. 하지만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보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죠. 이를 대응하기 위해 보령시 지역 자체가 지닌 것을 활용해 특성화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임명 님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꿈꾸는 방향이 있나요.
임명: 내년에는 공부 계획이 있어요. 지금까지 활동을 하면서 행정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한계를 느낄 때가 있었거든요. 행정이 사용하는 용어와 청년이 사용하는 언어가 서로 다르더라고요. 청년의 니즈를 잘 반영하기 위해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지식을 토대로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양한 활동에 이어 학업을 향한 의지까지 불태우시네요.
임명: 행정과 청년 사이에서 일종의 ‘언어 번역자’로서 활동하면서 청년에게 작은 도움을 주다가 박수칠 때 떠나고 싶어요. 그렇게 활동하다가 39세가 되면 청년활동에서 은퇴할 거에요. 그리고 보령시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그동안 만났던 분들에게 우동 한 그릇, 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네요.(웃음)

-인터뷰 진행 및 정리: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 yj@makehope.org | 정보라 미디어팀 연구원 bbottang@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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