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불만합창단이 도대체 뭐야”

‘불만합창단’이라는 아이디어는 핀란드의 예술가인 텔레르보 칼라이넨(Tellervo Kalleinen)과 올리버 코차 칼라이넨(Oliver Kochta-Kalleinen) 부부가 창안했다. 이것은 핀란드어 ‘발리투스쿠로(Valituskuoro)’라는 표현에서 착안한 것이다.

원래 이 말은 사람들이 저마다 불평을 늘어놓는 상황을 묘사하는 데 쓰이는 표현인데, 칼라이넨 부부는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진짜 ‘불만합창단’을 조직한다면 굉장히 재미있고 멋진 일이 벌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불만합창단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불만을 노래하는 합창단이다.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불만을 얘기하고, 다른 이의 불만을 듣고, 그것을 노래로 만들어 다 함께 부른다. 불만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타인의 고민과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불만을 노래하고, 그럼으로써 즐거움과 희망을 전파한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불만을 꺼내 놓을수록 신이 나고, 불평불만을 들을수록 힘이 나는 이상한 모임. 이것이 바로 불만합창단이다. 불만을 노래로 만들어 부른다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발상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불만합창단에 참여했다.

2005년 5월, 영국 버밍엄에서 처음 시작된 불만합창단은 이후 세계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되어 개인의 불만과 사회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기 시작했다.

3년의 시간이 지난 2008년 10월, 한국의 대표적인 민간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는 세계 최초로 동시다발적으로 불만합창단을 조직해 한자리에서 불만을 노래하는 ‘불만합창 페스티벌’이라는 기상천외한 행사를 개최한다. 전국에서 조직된 여덟 개 팀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불만을 노래로 발산한 것이다.

장애인 야학생들, 북아현동 주민, 진주에서 올라온 아줌마들, 촛불 누리꾼들, 익산 시민……. 난생 처음 무대 위에 오른 평범한 사람들은 즐겁게 노래하고, 마음껏 소리치고, 신나게 춤을 췄다. 그곳엔 고루한 권위의식도, 정해진 격식도 없었다. 참가한 모두가 불만을 토로하며 해방감을 느꼈다. 불만을 노래하니 소통의 길이 열렸다. 어떤 이는 노래를 끝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것을 보는 이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소통 속엔 공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불만은 사회혁신을 이끌어내는 동력”

사소하고 작은 일상의 불편, 편견과 무지에서 오는 속상함과 억울함.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건 그것을 견디는 것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다. 세상은 큰 얘기엔 귀를 기울이지만, 작은 얘기는 쉽게 묵살하기 때문이다. 불만합창단의 생기발랄한 공연을 보면, 우리 사회가 그동안 불만을 억누르는 데 익숙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불순한 행동이며, 불만은 갈등을 일으키고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통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쓸데없는’ 갈등이란 없다. 이유가 있으니 충돌이 생기고, 충돌이 생겨야 발전적 해소도 있다.

《불만합창단》은 2008년 대한민국 희망제작소에서 열린 불만합창 페스티벌의 시작과 끝을 정리한 책이다. ‘불만합창’이라는 창조적 시민활동의 발상과 독일 베를린에서의 현지 조사, 불만합창단 조직 과정, 그리고 페스티벌을 개최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희망제작소의 두 연구원이 불만합창단을 기획ㆍ관리하고, 프로젝트 수행자로서 시민을 만나 모임을 조직하고 행사를 이끄는 과정에서 겪은 좌충우돌과 고군분투를 담고 있다. 젊은 활동가이자 연구자들이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로서 시민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또 자신들의 역할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를 엿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민활동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불만합창 페스티벌은 세상을 ‘뒤집는’ 방식이 여러 가지라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불만합창 프로젝트는 희망제작소가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고, 다음 단계로 전진할 수 있게 한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사회혁신은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어 풍요로운 삶을 누리도록 끊임없이 동력을 제공한다. 사회가 정체되어 있을 때, 뒷걸음치고 있을 때, 우리를 다독이고 전진하기 위한 비전과 내용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사회혁신’이 가진 힘이다. 불만합창단은 우리의 일상에서 비롯된 불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 목차

책을 권하며 _ 불만을 노래하면 소통의 길이 열린다

프롤로그 _ 희망은 함께 걸어가는 길

선행학습 _ 주요인물 소개 ㆍ 주요 용어 사전

1부 희망을 만드는 곳, 불만을 제조하다
희망,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는 동력 | 온나라 문제 연구소와 원순 씨 | 365일 금금금 | 모든 일의 바탕은 냉소하지 않기 | 소셜 디자이너의 시선 1

2부 그들의 불만 그리고 우리의 불만
유럽 시민사회에 접속하다 | 밤하늘처럼 깜깜한 마음 | 제브라로그와 얼룩말 대화를 |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다른 방식 | 폐허를 예술로 바꾸는 문화 | 올리버와 텔레르보를 만나다 | 불만을 드러내는 유쾌한 경험 | 좌절과 기쁨이 교차한 불만합창 설명회 | ‘야심차고 미친’ 계획의 든든한 지원군 | ‘함께 함’과 ‘열정’이라는 동력 | 일상에서부터 시작되는 영국의 민주주의 | 데모스의 이상에서 배우다 | 소셜 디자이너의 시선 2

3부 불만합창, 현실에 다가서다
불만합창단을 조직하라 | 촛불과 불만합창의 만남 | 불만합창 1단계: 불만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촛불과의 접점을 모색하다 | 불만합창 2단계: 우리의 불만을 찾아서 |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서다 | 불만합창 3단계: 불만쟁이들, 여기 다 모였네 | 불만의 무한증식 | 불만합창 4단계: 불만도 가사가 될 수 있다 | 불만은 많은데 시간이 없네 | 불만합창 5단계: 네 안의 불만을 노래하라 | 뒤풀이에 숨은 엄청난 비밀 | 불만합창 6단계: 연습은 이제 그만 | 불만합창 7단계: 세상에 불만을 소리쳐 | 소셜 디자이너의 시선 3

4부 축제의 막이 오르다
시민사회에 불만합창을 제안하다 | 불만합창 페스티벌을 불만합창단답게 만들기 | 불만합창 페스티벌의 막이 열리다 | 멋대로 불만합창단원의 시선 | 축제가 끝난 자리, 아쉬움 한 자락 | 모두에게 상을 수여하다 | 페스티벌을 넘어, 지역사회를 향해 | 불만에 대한 편견에 노래로 대항하기

5부 불만은 계속되어야 한다
불만이 드러낸 사회상과 자아상 | 불만을 본 우리 사회가 보이네 | 혼자가 아니야 | 불만합창단을 향한 정치적 시선 | 노래만 부르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 | ‘사소한 것’과 ‘정말 중요한 것’ | 사소한 불만은 존재하는가 | 시민의 참여에서 희망의 씨앗을 보다 | 소셜 디자이너의 시선 4

에필로그 _ 불만은 자유를 꿈꾼다

부록 _ 불만합창단 창시자, 올리버를 만나다
_ 세계의 불만합창단
_ 한국의 불만합창단

■ 저자 소개

김이혜연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연구원. 자칭타칭 ‘지성과 미모의 소유자’로서 강하고 독립적인 현대여성이 되고 싶은 바람이 있으나 ‘아가방’ 으로 보여서 고민이다. 북 치고 장구 치고,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은 ‘캘리그래피’에 푹 빠져 있다. 얼마 전 소외 여성의 권익향상을 위한 기금마련행사에 첫 작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작품명은 〈마른안주〉와〈두부김치〉. 다양한 관심사만큼 다재다능한 재주꾼이며, 불만합창페스티벌의 총기획을 훌륭히(?) 해냈다.

곽현지

희망제작소 뿌리센터 연구원. 술도 잘 못 마시면서 매일 술 마시러 가자고 한다. 급흥분과 급좌절을 반복하다가 짜증이 나면 또 술 마시러 가자고 한다. 자기도 한심한지 이젠 술 끊겠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귀담아듣는 이도, 믿는 이도 없다. 우주생명체에 열정을 느끼고 있으며, 언젠가는 북극에서 개썰매를 타며 살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아나키스트, 신념적으로는 불가지론자다. 취미는 혼자 떠들다 전화 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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