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작년 겨울 서울에 몰아닥친 코로나19의 3차 유행에 나도 휩쓸리고 말았다. 다행히 양성은 아니었지만, 밀접접촉자로 약 2주간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 현관 밖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침 동 나버린 샴푸 때문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까지 배달을 시켰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하필 붕어빵이 먹고 싶다니… 샴푸와 붕어빵을 문고리에 걸어줄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동안 누렸던 혼자라는 자유는 코로나 시대에 금세 고립과 고독이 되었다.

2021년 5월, 전국의 1인가구 수는 9,210,572가구로 전체 가구의 39.7%이다. 서울시는 무려 42.3%이다. 안 그래도 녹록지 않은 일상에 덮쳐버린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 1인가구는 그 불안과 피로를 오롯이 짊어져야 한다. 가족과 살거나 동거인이 있는 사람은 그나마 괜찮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위기를 통해서 집 밖으로도 연결되는 끈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적이는 도시에서 많은 사람이, 많은 가구가 외롭게 살아간다.

🏡 도시도 공동체가 필요하다

도시도 공동체가 필요하다. 이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고, 실제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마을공동체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왔다. 정책의 목적은 바로 이웃 간 단절된 관계망의 회복.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정책이 추진된 지 약 10년이 지난 지금, 많은 사람에게 공동체란 단어는 꽤 익숙해진 것 같다. 그것이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겠지만 말이다.

마을공동체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공동체 사업에 참여하기 전에 동네는 아는 사람 한 명 없이 퇴근 후 잠만 자러 오는 곳이었고, 그래서 딱히 이야깃거리도 없는 생활이었단다.

마을공동체 생활을 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많아지고, 같이할 일을 찾게 되었다고 말이다. 힘은 들어도 함께하는 것에 재미를 가지고 이웃들과 지금 동네에 오래 살고 싶다고 말한다. 정주의식이 생기기 어려운 도시에서 다소 낯선 모습이지만, 실제로 그들은 지역과 이웃에 애정을 자양분 삼아 더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 마을공동체, 사회변화 빅뱅의 특이점

마을공동체 활동은 참여자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희망제작소가 진행한 「은평구 마을공동체 정책 지원을 통한 주민의 성장 및 지역사회 활성화 성과 연구」과정에서 주민들은 처음 시작한 모임에 안주하지 않고 활동 반경을 확장해나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말랑한 주제로 3명의 이웃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다른 공동체, 주민자치(위원)회, 봉사단체, 직능단체 등과 협력하면서 지역사회 변화의 중심에 서 있게 되었다. 마을 일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협력이 필요함을 깨닫고, 활동방식이 다른 여러 주민모임에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확장과정에서 주민들의 활동은 질적으로도 성숙되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주민자치에 대한 관심이다.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서로 토론하고, 은평구 정책을 공부하고, 직접 참여하면서 주민자치를 위한 단계를 자연스럽게 밟아나가고 있었다.

실제로 주민들은 다소 진입장벽이 낮은 마을공동체 사업 참여로 시작했지만, 점차 마을강사, 참여예산, 위원회, 주민자치회까지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반 주민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과정은 마을공동체 참여자들에게는 익숙한 방식이기에 금방 적응했고, 참여하면서 효능감도 생겼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옆 사람도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주민자치의 과정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의 관심사는 지역의 경계도 뛰어넘었다. 도시와 농촌을 상생을 위하여 홍성군과 협력하여 생산지 탐방과 직거래 장터를 열었다. 세계적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응하기 위하여 2021년 활동의제로 ‘기후위기 줄이는 살기좋은 은평’을 도출하고, 동네별 기후위기 대응 간담회도 열었다. ‘이웃만들기’라는 작은 점은 우리 사회와 세계까지 무궁무진하게 확장되어나가는 사회변화의 빅뱅인 셈이다.

🏡 ‘일회성 친목모임’이라는 당신에게

얼마 전 모 일간지가 서울시 마을생태계 사업에 대하여 주민끼리 하는 뜨개질이나 파티 음식 장만에 혈세를 낭비한다고 쓴 기사를 봤다. 자료를 분석했다는데, 사업비 지출 내역만 말하고 있다.

이런 파급효과는 보지 못한 걸까, 보고도 모른 척 한 걸까? 대도시 특성상 마을생태계 사업이 적절하지 않다는 말은 도시 사람 사이에 칸막이가 있는 게 더 적절하다는 말일까? 단절로 인한 도시적 삶의 불안을 행정서비스로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인가? 뭐, 무엇을 말하고 싶었든 간에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거다. ‘이웃 간 단절된 관계망의 회복’, 이 짧은 문장에는 그들이 흘겨보는 것으로 파악하지 못할 무궁무진한 파급력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여유가 없는 도시의 삶 속에서 공동체 활동이란 게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관심은 있더라도 이웃 간의 관계망이란 것이 주는 부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동체는 유연하다. 끈끈하게도, 느슨하게도, 우리끼리도, 그들과도 함께할 수 있다. 성과를 낼 수도,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저런 다양한 실험을 통해 공동체의 저변을 더 확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불안한 사회 속에서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말이다.

– 글: 이다현 연구사업본부 연구원·mangkkong2@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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