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을 바꾸기 위해 4명의 젊은 농부들이 뭉쳤다. 강동구청과 희망제작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1기 강동구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 졸업생 4명이 의기투합, 자본금 1억원을 출자해 ‘강동도시농부’라는 이름의 사회적기업을 창업했다. 11월 15일 매장을 연 이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_1C|1117403368.jpg|width=”400″ height=”29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강동도시농부 매장 전경_##]
‘사장님’이 된 농부들
지난 1일 출장 길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강동구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 졸업생들이 사회적기업을 창업했다는 소식이었다.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아카데미에는 사회적기업에 관심있는 구청 공무원과 대학생은 물론, 한살림워커즈콜렉티브 지원사업 담당자, 지역시민단체 상근활동가, 강동구 친환경작목반까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참가해 교육을 받았다. 이중 아카데미에 참가했던 친환경작목반 농부들이 의기투합해서 사회적기업 ‘강동도시농부’를 창업한 것이다.
강동도시농부는 강동에서 재배되는 무농약 농산물의 생산ㆍ유통을 주 사업으로 삼는다. 관내 영유아ㆍ어린이 보육시설 급식과 꾸러미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거래처가 한 곳 뿐이긴 하지만, 무농약 유기농산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 겸 저장창고도 갖추고 있다.
박덕삼, 문홍기, 어진규, 최재일. 이 네 사람이 강동도시농부의 공동 창업자가 되고 매장을 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원래는 아카데미가 끝나는 7월에 바로 창업을 하려고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조금 미뤄진 것이란다.
[##_1C|1197444580.jpg|width=”400″ height=”29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강동도시농부 공동창업자들과 함께_##]강동도시농부 사무실에서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은 아카데미 때와 비교했을 때 안색이 확연히 좋아진 듯 했다. “사장님 되셔서 그런지 얼굴이 좋아지셨다”는 농을 건넸더니 “한 여름 뙤약볕에서 농사지을 때랑은 다르지”라는 진한 답이 돌아왔다. ‘밥벌이의 지겨움’이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무거운 이들의 노동의 무게가 느껴지는 대답이다.
네 사람은 길게는 일년이라는 시간을 징글징글한 뙤약볕과 손끝, 발끝까지 바싹바싹 태우는 가뭄, 때 아닌 서리를 맞고 견디며 보낸다. 게다가 작황이 좋아도 걱정, 안 좋아도 걱정이다. 작년 말 배추값 폭락으로 배추 밭을 갈아엎었던 사태의 배경에는 배추 풍년이 자리하고 있었다. 네 사람의 얼굴에는 결과가 어찌되었든 그 모든 과정을 또 한 바퀴 무사히 돌고 난 후의 안도감이 묻어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흥분과 활기참이 배어있었다. 10년~20년 경력의 베테랑 농부들이 이제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고 운영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왜 도시농부들이 나섰나
서울 강동구는 전체 면적의 25%가 농지로 이용되고 있을 정도로 도시농업이 특화되어 있는 지역이다. 현재 230여개 농가가 강동구에서 농사를 짓고 있으며, 이 중 62개 농가가 친환경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강동구 면적의 25%는 서울시 전체 면적의 1%와 맞먹는 크기로 63빌딩에서 KBS를 거쳐 국회의사당으로 이어지는 여의도 면적의 2배 정도다.)
‘도시’라는 입지조건은 강동의 농부들에게 기회이자 위협요인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지가는 토지를 임대해서 농사를 짓는 대부분의 강동 농부들에게 최대의 위협요인이다. 임대료가 너무 비싸서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우며, 지가가 오르면 토지 소유주들이 해당 농지에 건물을 세우려 해서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기가 매우 어렵다.
반면 서울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뛰어나서 유통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새벽에 수확한 무농약 과일과 야채 샐러드를 당일 시민들의 아침식탁에 올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각 지방에서 올라오는 농산물에 비해서 가격이 월등이 싸다. 좋은 물건을 너무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주위 유통상들로부터 핀잔 아닌 핀잔을 듣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렇게 싸게 팔아도 충분히 남는 것을. 그것도 무농약 농산물을 말이다.
[##_1C|1058971387.bmp|width=”400″ height=”3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의 농산물 유통 구조 아래서는 강동 농부들 농산물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최대한 살릴 수 없다. 현재 강동 농부들의 농산물은 가락동 시장을 거쳐서 다시 강동구 시장에 나오게 된다. 3~5개의 유통 단계를 추가로 거치면서 출고가 대비 판매가의 비율이 급등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품의 신선도도 떨어진다. 가락동 시장에서는 무농약 제품이라고 가격을 더 받지도 못한다. 굳이 무농약 농사를 짓는다고 고생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결국 강동의 농부들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박덕삼, 문홍기, 어진규, 최재일 이 농부들은 보다 능동적이고 사회친화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농산물 생산과 유통을 직접 책임지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함으로써 기존의 벽을 뛰어넘어보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아닌 사회적기업
현대 도시의 식량 자급률은 거의 0%에 가깝다. 농산물 전량을 외부에서 ‘수입’해서 충당한다. 이러한 사실은 식량위기가 발생할 경우 가장 먼저 위기에 처할 곳이 도시임을 의미한다. 게다가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농약과 화학물질로 오염된 먹을거리에 쉽게 노출될 것이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 604종에 식품첨가물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중 화학 합성품 및 혼합제제의 종류는 대략 400개가 넘는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통계자료 조차 없지만 선진국 사람들은 1인당 연 6~7㎏의 식품첨가물을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음식 등에 사용되는 향료는 대략 3000종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관리와 감시,감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08년 식품의약품안정청 조사 결과, 일부 상추에서 허용치의 185배가 넘는 잔류농약이 검출되었고, 연근과 나물에서는 허용치의 100배가 넘는 표백제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몸무게가 55kg인 성인을 기준으로 잔류농약의 유해성을 평가한다.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의 평균 몸무게가 25kg 미만이다. 성인에게 허용된 잔류농약이 아이들에게 무해하다고 할 수 있을까?
강동의 도시농부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물론 ‘도시 농부’의 필요성에 대한 당위, 또는 이들 사업의 사회적가치와 명분이 강동도시농부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강동도시농부는 꽤나 많은 도전과 시련을 겪을 것이다. 공동창업자들이 출자한 자본금 1억 원을 다 까먹을 때까지, 혹은 그 이후까지 고난은 계속될 것이다.
[##_1C|1063573028.jpg|width=”400″ height=”29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물류, 유통, 판매, 홍보, 기업 관리 및 운영 등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다. 강동구 또는 서울시내 곳곳에서 구민과 시민들, 시민단체와 공무원, 다른 도시농부들을 찾아가고 만나서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학교를 찾아가서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을 설득하고 교육도 해야 할 것이다. 본업인 농사도 지어야 하고, 친환경 유기농법을 연구하고 새로운 실험도 시도해야 할 것이다.
기업으로서의 강동도시농부를 성공시키는 일은 온전히 강동도시농부의 몫이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으로서의 강동도시농부를 성공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분명한 것은 그들의 성공이 우리 삶의 질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 것이란 사실이다.
사진_소기업발전소 한혜영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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