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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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몬드라곤, 한국의 볼로냐가 잘 자랄 수 있는 기초를 다지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 같아요.”

윤석인(55) 희망제작소 소장은 요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빈곤과 지속가능하지 않은 고용 등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그는 박원순 당시 상임이사가 서울시장에 당선돼 희망제작소를 떠나게 되면서 이곳을 맡게 됐다.

윤 소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스페인의 몬드라곤과 이탈리아의 볼로냐 등 협동조합이 잘 이뤄진 곳이다. 해외의 사회적경제 사례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가 이들에게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2008년 그 혹독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거의 없었고 매출 또한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위기, 영세사업자의 몰락, 비정규직 증가 등 시장경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그는 “이들 협동조합의 장단점을 분석해 우리나라 환경에 적용시킬 방법을 꾀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을 아우르는 사회적경제 전반의 구축을 통해 경제 시스템을 바꿔보자는 것이 윤 소장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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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사회적 경제의 안착을 위해서는 담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무거운 책임을 희망제작소는 마다하지 않겠다.”
     – 희망제작소 윤석인  소장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집무실에서 만나 시장경제의 부작용과 그 대안인 ‘사회적경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윤 소장의 일문일답.

– ‘사회적경제’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윤석인 소장(이하 윤 소장) = 경제가 발전하면서 자본이 노동의 주체에게 고르게 분배되지 못하고 있다. 경제의 주체가 사람이어야 당연한 건데 객체가 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시작된 게 아닐까 한다. 사회적경제는 자본이 중심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제라고 볼 수 있다. 진짜 주체(사람)들이 서로 호혜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게 사회적경제다.

사회적인 문제와 과제들을 비즈니스의 대상으로 접근해서 캠페인이 아닌 비즈니스로 풀어나가는 경제. 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영미쪽에서는 ‘사회적기업’, 유럽쪽은 ‘협동조합’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그렇다고 사회적경제를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사람을 주체로 바꾸어보자는 거다.

– 사회적경제를 이루는 요소는 무엇인가

윤 소장 = 사회적경제에는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등이 해당된다. 협동조합은 지난해 말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됐다. 이에 따라 금융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조합원 다섯 명 이상이면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주식회사를 통해서만 창업이 가능했다면, 개인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노동을 제공하면서 주주역할을 하는 협동조합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갈 수 있다.

1인 1표는 주식의 양으로 ‘1%’ 특권층이 아닌 ‘99%’ 다수를 위한 경제를 지향하는 것이다. 지금도 동네나 마을 등 지역에서 여러 형태의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노동자가 직원이며, 주인인 종업원 지주제와 같은 노동자협동조합이나 생산자협동조합이 지역을 기반으로 자리 잡아 왔다. 이탈리아의 볼로냐, 스페인의 몬드라곤, 영국의 스코트란드 등이 대표적이다.

마을기업은 이윤창출을 가장 큰 가치로 두지 않는다. 그보다는 구성원이 살아가는 ‘마을’이 중심이다. 보다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이익의 일정 부분은 마을을 위해 재투자한다. 실제로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귀향·귀촌하면서 자신들의 고장을 활성화시키는 과정에서 비즈니스를 도입해 마을기업 형태로 발전시킨 성공사례도 있다.

– 스페인 몬드라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윤 소장 = 스페인 몬드라곤의 협동조합은 기적으로 불리고 있다. 그들의 협동조합을 우리나라에 대입해보면 대기업 수준의 규모가 많다. 소규모의 협동조합이 성장해서 대기업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 것이다. 유엔은 지난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가장 생명력이 강한 조직 형태로 ‘협동조합’을 꼽았고, 협동조합식 의사결정 구조에 주목하기도 했다. 실제로 UN은 지난해를 협동조합의 해로 선언하기도 했다.

유럽의 협동조합에 대해서 공부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대로 가져오기 보다는 ‘한국형’ 사회적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롤모델도 중요하지만 우리 실정에 맞는 것을 고민하고 개발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거대 자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생력이 약한 것 같은데

윤 소장 = 이들은 엄연한 ‘기업’이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 줄 이유가 없다. 자주, 자립, 자족이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은 자생력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어 이들에 한해서는 ‘복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복지형 사회적기업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 사회적경제가 활성화 되면 어떻게 달라지나

윤 소장 = 고용안정과 빈부격차 등 사회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 경쟁 일변도의 삶에서 공동의 이익을 생각하는 체제로 전환될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어 기업 내에서도 사회적경제 방식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 올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나

윤 소장 = 지난해까지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해왔던 사업들을 정비하느라 분주했다. 올해부터는 희망제작소에 두 가지 그림을 그리려한다. 먼저 ‘기후 환경 변화’에 대한 연구이고, ‘시민 주도의 민주교육’ 이다. 특히 사회적경제센터를 통해 사회적경제의 담론화를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물론 지금까지 해왔던 여러가지 사업들은 업데이트함과 동시에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 연장선으로 국제교류와 연대도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영미와 유럽권과 교류해왔고, 3년 전부터 아시아로 확대해서 교류 중이다. 올해는 UN과 연대해서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들을 모색하고 있다. 그 이외에 한때 중단됐었던 연구사업 몇 가지를 어젠다로 세워놓은 정도다.

윤석인 소장은
서울대 종교학과와 원광대 불교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기자, 법조팀장,
 정당팀장을 거쳐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했다. 2006년 희망제작소 창립 때 참여해 부소장으로 활동해왔다.

글_ 박선영 (이코노미21 기자 echoscent@economy21.co.kr)

* 본 글은 economy21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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