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 등과 더불어 사회혁신이라는 용어가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서울시는 사회혁신을 시정운영에 반영하기 위해 혁신기획관을 신설했습니다. 희망제작소 사회혁신센터는 2009년, 사회 변화를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사회혁신을 전략적으로 받아들이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강연을 진행해왔습니다. 아래는 영 파운데이션의 사이먼 터커 대표의 강연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지난 2월 디 이노베이터 시리즈 세 번째 시간에는 세계의 사회혁신센터라 불리는 영 파운데이션의 사이먼 터커 대표를 모시고 ‘사회혁신은 어떻게 사회를 바꾸고 있나?’ 라는 주제에 대한 강연을 들었습니다. 사이먼 터커는 영 파운데이션이 출범한 2006년부터 함께했으며, 2011년 6월 영 파운데이션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한국 방문은 처음인 사이먼 터커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영 파운데이션과 마이클 영을 소개했습니다.
Charlie and Marie: A tale of ageing from The Young Foundation on Vimeo.
장면1. 찰리의 은퇴
찰리씨가 60세에 은퇴를 합니다. 이와 함께 월급은 연금으로 바뀌게 됩니다. 일을 그만두니 하루종일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까를 고민하며 무력감에 빠졌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상황에 적응하면서 구속된 곳이 없다는 점에 대해 오히려 행복감이 증가합니다. 연금을 받기 위해서 정부기관에 양식을 작성해 제출해야 됩니다. 국가연금뿐만 아니라, 버스표, 연료수당을 받기 위해서도 이러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받을 수 있는 돈이 크지 않아 양식을 작성하는 일이 귀찮고 가치가 없다고 느낍니다.
장면 2. 평생교육, 학습 시작
평생 교육을 시작합니다. 등록을 하고 잘 지내다가 심장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의사는 심장병에 대해서 설명해 주지만, 심장병으로 인해 삶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외래 진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이동 시간이 증가합니다. 찰리씨의 경우 심장병이 있어서 운전면허를 갱신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동의 자유를 잃게 되었습니다. 그는 점점외출하는 일이 힘듭니다. 이와 별개로 계속해서 여러 가지 양식을 작성해서 제출해야 국가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면 3. 뇌출혈로 쓰러진 찰리
뇌출혈로 쓰러진 찰리씨는 정부의 많은 지원을 받게 됩니다. 정부에서는 사람을 파견해 찰리씨를 도와줍니다. 그런데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지도 않고, 위층에 찰리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아래층에 머물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자동 휠체어를 설치하게 되는데 설치하기까지 9개월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장면 4. 찰리의 사망 그리고 마리
찰리씨의 사망 이후 마리씨는 여러가지 양식을 작성하게 됩니다. 혼자가 된 마리씨는 우울해졌고, 정부에서 마리씨를 위해지원을 해 줍니다. 정부의 도움보다 딸과 친구들, 친척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력 덕분에 마리씨의 상태가 좋아집니다. 특히 딸의 권유로 지역 내 데이센터를 다니며 연배의 친구들을 사귀게 되면서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찰리와 마리의 이야기는 영국이 선진 복지 국가임을 보여줍니다. 정부는 은퇴한 가구 하나를 40여 개의 다양한 조직이 돕습니다. 사이먼 터커는 이러한 정부 중심의 복지 서비스가 가지는 문제를 다음과 같이 얘기했습니다. “조직들은 서로 대화하지 않고, 이런 기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 수혜자가 양식을 매번 작성해서 제출해야 된다.” 그리고 중요한 사회 문제의 속성은 “노화와 함께 나타나는 질병이나 사회적, 감정적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잘 관리하는 것 뿐입니다.
비공식적, 일상적인 관계의 중요성
사이먼 터커는 찰리와 마리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바로, 찰리와 마리가 가진 사회적 관계입니다. 찰리와 마리는 이러한 사회적 관계를 통해 커뮤니티에 자신이 속해있다는 소속감, 스스로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주인의식을 유지하게 됩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40여 개의 조직 지원과 국가가 파견하는 기관원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찰리씨와 마리씨가 맺는 친구, 친지, 가족들과의 관계 그리고 이웃들과의 관계가 이들의 삶의 질을 나아질 수 있게 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비공식적, 일상적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있습니다.
1. 정부의 복지 혜택을 못 받는 50 가구 조사 결과
정부 기관의 복지 혜택을 가장 못 받는 5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이 중 1/3에 해당하는 가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이 가정들의 공통점은 사회적 네트워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머지 2/3 가정은 정부 기관과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았지만, 각자가 가진 사회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2. 국가 자원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집단을 조사한 연구
조사 대상자 중 ▲ 11%는 우울할 때 가족 외에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다 ▲ 4%는 나를 도와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 3%는 나를 인간으로 대접해주는 사람이 없다 ▲ 2% 는 세 가지 모두에 해당되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느끼는 원인을 조사해본 결과 교육, 출신 등의 배경과는 무관했으며, 각자가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영국은 1950년대 복지국가 시스템을 마련한 나라입니다. 그런 시스템 아래서 찰리씨와 마리씨를 지원하는 40여 개의 서비스와 조직이 마련된 것입니다. 사이먼 터커는 이러한 시스템이 사람들이 가진 비공식적이고, 일상적인 관계들이 개인의 삶의 질과 관련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놓쳤다고 합니다. 즉, 공식적인 정부의 서비스가 이런 비일상적이고 비공식적인 지원을 모두 대체했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복지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사이먼 터커는 한국이 복지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때 이런 영국의 경험을 살펴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복지 서비스를 강화함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사이먼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정부의 역할은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모든 것을 직접 담당하도록 하면 안됩니다. 사람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비공식적인 지원이 무너지고 대체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홀로 모든 문제의 해결자가 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원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정부의 이런 역할은 사회혁신의 생태계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강연의 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혁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글,사진_ 사회혁신센터 한선경 선임 연구원 (alreadyi@makehope.org)
녹취_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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