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용의 얼굴에 눈동자를 그려 넣자…

중국 남북조시대 양나라에 장승요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안락사에 용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용 두 마리를 안락사 벽에 그렸습니다. 하지만 장승요는 이상하게도 두 용의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이상히 생각하여 그 까닭을 묻자 “눈동자를 그리면 용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오.”라고 대답했습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고 비웃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가 용 한 마리에 눈동자를 그려 넣자, 갑자기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치며 용이 벽을 차고 하늘을 타고 올라가 버렸습니다. 이때부터 중요한 일의 마지막 마무리를 채워넣는 것을 화룡점정이라 부르게 됩니다.

여럿이 함께하는 비상

지난 3월 5일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는 <서울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에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을 꿈꾸며 최종사업계획수립을 앞둔 8개 팀의 비즈니스모델 화룡점정을 위해 <여럿이 함께하는 비상>을 진행했습니다.

* 서울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는?

서울시는 희망제작소, 하자센터 등 시민사회와 힘을 합쳐 서울시민들로부터 생활 속 피부로 느끼는 문제의 실천적 해법을 제시받아 이를 현실화하는 <서울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1024개의 아이디어를 공모 받아 심사를 통해 ‘서울시민의제42선’을 선정한 후 희망제작소, 하자센터, 함께일하는재단 등 중간지원조직이 7~8개 아이디어를 직접 인큐베이팅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럿이 함께하는 비상>은 비즈니스모델개발/IT/마케팅/벤처투자/서비스디자인 등 각 분야 전문가 7인이 팀들의 비즈니스모델캔버스(이하 BMC)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여럿이 함께하는 비상>을 통해 나온 전문가들의 핵심 코멘트들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조직이 비즈니스모델 상상을 위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들을 짚어주었습니다.

비즈니스모델 상상 4계명

이번 글에서는 ‘여럿이 함께하는 비상’에 참가한 8개 팀 중 열린옷장과 우리동네장독대만들기가 사용한 ‘비즈니스모델캔버스’와 전문가 코멘트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모델 상상을 돕는 4계명을 전합니다.

▲ 비즈니스모델 상상 1. 가치제안을 돌아보라

Concept

가치제안은 특정 타깃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창조하기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기업의 가치제안은 실현하려는 사회적가치를 명시함으로써 소셜미션을 비즈니스모델캔버스*에 명기합니다. 소셜미션이 사회적기업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는 점을 미루어 짐작해보면 가치제안은 BMC에서 중요한 영역 중 하나임에 틀림없습니다.

*비즈니스모델 캔버스

비즈니스에 필요한 핵심 9개 영역을 나누어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하고 디자인하는 툴, 이번 대회에서 사용한 사회적기업용 BMC에서는 사회적비용과 사회적편익을 추가적으로 기록한다.

일반적으로 가치제안을 상상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전까지는 아무도 제시하지 않았던 새로운 니즈(needs, 수요)를 찾아내는 ‘새로움’입니다. 두 번째는 ‘성능’입니다. 이는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일반적이면서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커스터마이징’으로 개별고객 또는 특정 타깃고객에 특화된 맞춤형 가치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에서는 앞서 언급한 3가지 개념에 앞서 ‘소셜미션’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사회적기업의 비즈니스모델 중심에 소셜미션이 있고, 이것을 뿌리삼아 비즈니스모델이 수립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Practice

<여럿이 함께하는 비상>에서 가치제안과 관련된 내용을 열린옷장의 예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열린옷장은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을 통해 옷장 속에서 잠자고 있는 정장을 기부 받아 대여해주는 공유경제 기업입니다. 즉, 열린옷장 가치제안은 정장이 필요한 사람에게 정장뿐만 아니라 타인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 입니다.

”사용자열린옷장의 이 가치제안은 정장에 담긴 스토리 및 대여자와 기증자의 관계를 마케팅의 우선순위로 올리는 큰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감성마케팅, 스토리텔링 등 특정 고객의 니즈에 맞는 가치제안을 강화하거나 이를 보완하고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방안들을 추천했습니다. 특히, 마케팅 분야를 집중적으로 검토해준 커뮤니케이션 우디 가면정 대표는 감성마케팅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습니다.

“옷을 대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기증자도 고객으로 분류해 세심한 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취업자와 연계해 감성마케팅 전략을 펼쳐보면 기증과 대여 둘 모두에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치제안을 돌아보는 것은 비즈니스모델 상상의 첫 번째 시작입니다. 이는 BMC에서 소셜미션에 해당하는 가치제안 돌아보기를 통해서 비즈니스모델의 우선순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우선순위는 앞으로 진행되는 상상의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 비즈니스모델 상상 2. 타깃고객을 구체화하라

Concept

어떤 비즈니스모델이든 ‘고객’이 없으면 비즈니스 자체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기업은 보통 효과적인 비즈니스모델 개발을 위해 유사한 니즈를 가진 고객을 그룹화하는 작업을 하고, 이 작업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타깃고객을 정의하게 됩니다. 이때 이 타깃고객들의 특화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은 더욱 신중하게 비즈니스모델을 설계합니다.

고객들의 감춰진 니즈를 찾아내고, 타깃고객을 구체화할 수 있는 예를 Epitus 김동헌 대표는 간단한 질문을 통해 소개했습니다.

“비즈니스모델에서는 고객들의 감춰진 니즈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감춰진 타깃고객의 니즈는 ‘What else (이것 말고 다른 것은 없는가)’와 같은 반복적인 질문을 통해 찾을 수 있습니다.”

Practice

우리동네장독대만들기푸드포체인지의 사업모델로 건강한 재료를 바탕으로 시민들이 직접 장을 담구고 참가자가 이를 공동 관리해 바른 먹거리 문화 확산과 공동체복원을 목표로 합니다. 이미 작년에 아르떼의 지원을 받아 마포 민중의 집에서 1년 동안 시범사업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주요 사업계획을 수립했습니다. 현재는 새 사업지역을 물색하고 있어 타깃고객이 구체화되지 못하고 ‘일반 소비자’로 추상적이었습니다.

비즈니스모델개발과 사업기회를 중점적으로 검토한 Epitus 김동헌 대표는 푸드포체인지 노민영 대표의 발표가 끝난 후 타깃고객에 대해 거침없는 상상력을 발휘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잘 짜인 비즈니스모델 같습니다. 하지만 B2C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면 고객 분석을 더욱 구체화할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최근 맞벌이 가족이 늘어나고 있고, 그 가족 중에서도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노인들에게 장독대 관리를 맡겨 고용을 창출함과 동시에, 맞벌이 부부는 비용을 지불하고 건강한 장을 소비하는 비즈니스모델도 생각해볼 수 있어요.”

이 설정이 과연 적절한지는 판단이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상상과 가설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발견해냈다는 사실입니다. 김동헌 대표의 ‘What else’라는 질문은 비즈니스모델 상상을 위해 고객들의 감춰진 니즈를 찾아내는데 하나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비즈니스모델 상상 3. 핵심활동을 다각화하라

Concept

BMC에서 핵심활동이란 기업이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들을 말합니다. 생산, 판매, 마케팅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이 핵심활동을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만들어내고 기업의 수익원을 창출합니다.

기업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는 핵심활동을 통해 성장해가고, 시장이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거나 시장규모가 예상보다 작은 경우 새로운 방법을 통해 핵심활동을 전개합니다.?

Practice

핵심활동 측면에서 보면 열린옷장은 현재 정장을 기증받아 이를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대여해 주는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합니다. 현재 열린옷장의 비즈니스모델을 시장성과 경제적 타당성, 재무적 관점에서 분석한 현대스위스자산운용 채창만 이사는 핵심활동의 다각화를 통해 시장을 더욱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현재 열린옷장의 타깃고객과 시장은 실제로는 작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보입니다. 특히, 현재 가격이 적절하다는 판단하고 책정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가치 때문에 경쟁사 대비 낮게 책정한 것인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 업사이클 등을 관련 업체와 연대하여 함께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해 보입니다.”

실제로 열린옷장은 최근 기증받은 낡은 정장을 업사이클을 통해 생명을 불어넣어 판매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핵심활동을 다각화해 시장을 넓히고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Epitus 김동헌 대표도 열린옷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해 핵심적인 활동을 다각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짚고 있습니다.

“품목을 정장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늘렸으면 좋겠어요. 현재 취업 준비생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모델이 짜였는데, 다양한 연령층의 ‘라이프타임 벨류’를 고려해 제품을 다각화하면 비즈니스모델이 더욱 안정될 것 같습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위해 핵심활동의 다각화도 중요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 비즈니스모델 상상 4. 새로운 채널을 만들어라

Concept

기업은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함과 동시에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흔히 서비스디자인에서 말하는 고객접점(touch point)이 이루어지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고객은 채널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평가하며, 기업의 가치를 전달받습니다. 채널은 고객경험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비즈니스모델 설계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할 요소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Practice

우리동네장독대만들기는 공동 공간에 장독을 보관해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즉, 오프라인에서는 어쩌면 고객의 장거리 이동을 통해서 고객과 서비스의 채널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만약 장독대를 보관하고 있는 공간이 소비자의 주거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면, 소비자는 그들이 느끼는 편익보다 가격이 더 높다고 생각해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우디 가면정 대표는 ‘접근성’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전통 장을 보관하는 장소가 실제 고객이 거주하는 마을과 인접해야 할 것 같아요. 장을 관리하기 위해 고객들이 자주 왕래할 수 없다면 이를 대비하기 위한 방법도 필요해 보입니다”

실제로 소비자가 단순히 전통 장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관리하며 이웃과 소통하기 위해서 사업지와 고객의 ‘접근성’은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입니다. 서비스디자인 전문가로 참여한 DOMC 정인애 대표는 고객과의 접점인 이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새로운 채널 예시를 설명했습니다.

“우리동네장독대만들기 BMC를 보며, 가정에서 정수기를 대여해 사용하는 것을 떠올렸어요. 각 가정에 장독을 배포하고, 장독 코디네이터를 교육해 한 달에 한 번 방문관리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공동체 복원이라는 미션을 위해서는 고객들 간의 연대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추가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고객입장에서는 편리하고 재미있게 장을 만들고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조언이 직접적으로 받아들여질지는 모르지만, 비즈니스모델 설계 과정에서 채널이 고객과 기업의 최전방 접점인 점을 고려해야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무궁무진한 ‘비즈니스모델 상상’

비즈니스모델 상상의 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사회와 시장이 변화하듯 사회적기업 역시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의 비즈니스모델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는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이 탄생하고, 낡은 비즈니스가 깨지고 부서진 곳에서 완전히 새로운 산업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낡은 산업의 파수꾼으로 남을 것인가, 새로운 산업의 개척자가 될 것인지는 모두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여럿이 함께하는 비상>을 통해 나온 비즈니스모델 상상 4계명은 함께 참여한 8개 팀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 화룡점정을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펼칠 비즈니스모델 상상이 기대 됩니다!

글_ 정지영 (사회적경제센터 위촉연구원 carrotboyy@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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