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10년 5월 28일 금요일 저녁, 희망제작소 4층은 왁자하게 북적거리고 있었다. 주 5일제 일일 8시간 근무가 보편화된 이 21세기에 왜 희망제작소의 불빛은 밤늦도록 꺼지지 않았던 것일까. 사람들은 왜, 김밥으로 저녁을 때우면서까지 주야장천 희망제작소에 머물렀던 것일까. 더군다나 금덩이같은 프라이데이 나잇에. 바로 이날, 희망제작소에서는 놈놈놈 파티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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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그 일을 하겠다는 놈’과 ‘그 놈을 끝까지 돕겠다는 놈’, 그리고 ‘ 그 일이 도대체 뭔지 궁금한 놈’, 이렇게 세 놈들이 모여보자는 컨셉으로 주최된 이 파티에 모인 ‘놈’들의 공통 관심사는 하나, 바로 사회혁신기업이다. 사회혁신기업에 관심이 있거나, 기업 창립을 지원하거나, 혹은 기업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고민과 정보를 공유하는 장이 되고자 한 이 날 파티. 시작을 연 것은 음악과 그림이었다.

”사용자한쪽에서는 바이올린, 한쪽에서는 흰 티셔츠에 즉석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로 음악과 그림이 어우러지는 광경을 선사한 것은 ‘A.O.A(Art Owned by All)’. 희망제작소 대학생 사회혁신기업 지원 프로그램 희망별동대에서 활동 중인 이들의 꿈은 모두가 예술을 공유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A.O.A의 퍼포먼스를 즐기는 참가자들의 테이블에는 빵과 배쨈이 풍성히 쌓여있었는데, 이 먹거리를 준비한 것은 역시 희망별동대의 또다른 팀 ‘빛트인’이다. ‘빛트인’은 대학생과 농촌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그 첫째 사업으로 상품 가치는 떨어지나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농촌 먹거리의 활용방안을 실행 중으로, 배쨈은 그들이 만든 첫 번째 결과물이었다.

“대학가만 보면 가슴이 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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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파티의 주요 연사 중 ‘죽어도 그 일을 하겠다는 놈’은 아이엠궁의 박세상 대표. 박 대표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물음표를 가지고 나왔다”며 발표의 첫머리를 열었다. 박 대표의 아이엠궁은 충남대 대학생들이 중심이 된 기업으로, 충남대 인근 번화가 궁동의 상권 활성화 및 대학과의 연결을 위해 발로 뛰고 있다.
 
현재 ‘아이엠궁’은
▶ 충남대와 궁동을 연결하는 셔틀버스 운영 (현재 이용자 일평균 350명)
▶ 궁동 상점 사이의 협력 관계 구축을 돕는 품앗이 쿠폰 발행 (1차: 26개 가맹점 2만 장 / 2차: 39개 가맹점 6만 장)
▶ 궁동에서 문화이벤트 궁 아르테 월 1회 개최
 
등의 사업을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제작, 카페 데이, 궁동 공공 디자인, 궁동 이야기 출판 프로젝트 등 수많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세상을 바꾸는 일은 결국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 며 “이제는 대학가를 보면 가슴이 뛴다. 너무나 도전하고 싶고, 바꾸고 싶고, 창조하고 싶은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박세상 대표를 ‘끝까지 돕겠다는 놈’은 한국소호진흥협회 박광회 대표. “아이엠궁의 자질이 좋았다. 난 큰 도움을 준 것은 아니다”라고 말문을 뗀 박광회 대표는 박세상 대표와는 GEW 청년창업 아이디어 콘테스트의 지원자 – 개최자로 인연이 닿게 된 사이.

박광회 대표는 대학과 대학가를 연결하는 아이엠궁 사업 모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정책 입안 제안 의지를 밝혔다. 13년 동안 소기업들이 어떻게 성공하고 실패하는지를 지켜봤다는 박광회 대표는 “사회적 기업이든 일반 기업이든 성공 요소가 있다”며 “리드하는 CEO의 철학이 첫째 요소, 같이 하는 사람들과 얼만큼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냐가 두 번째 요소, 그리고 세 번째가 비즈니스, 수익모델” 이라고 밝혔다.

많은 사회적 기업이 두 번째 까진 잘했지만, 세 번째가 문제였다고. 박광회 대표는 파티 참가자들에게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사주면 좋지만 시장과 소비자를 모르면 사업이 확산은 안 된다. 협곡에 빠지는 것”이라며 비즈니스 마인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리더와 팀원의 강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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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상 대표의 ‘돕는 놈’ 두 번째는 대전 풀뿌리사람들의 황유미씨. 공익적인 활동 지원을 목표로 풀뿌리사람들이 개최한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 1기생이 바로 박세상 대표였다고. 황유미씨는 “오히려 박세상대표에게 고맙다. 아이엠궁 활동에 자극을 받아 우리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다” 며 “대전의 청년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발견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사람을 만들어내고 변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박세상 대표는 “아이디어 콘테스트 참가를 통해 가능성을 보고 추진력을 얻었고, 사회적기업 아카데미를 수강하고는 내 정체성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돈이 하나도 없는 단계에서 시작한 것이 아이엠궁에게는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 돈이 없으니 네트워크를 형성해야만 일이 진행됐다. 길거리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대학 동아리와 궁동 상가 사장님들을 다 찾아가서 설득해야했다.
 
그렇게 형성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아이엠궁은 든든히 섰다. “모든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남이 잘 되어야 내가 잘되고 내가 잘 되어야 남이 잘되는 그런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박 대표. 두 ‘돕는 놈’을 포함한 수많은 ‘놈’들이 뿌듯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입증이 중요하다

함께일하는재단 소셜벤처인큐베이팅 센터를 운영하는 김창주 청년지원팀장은 ‘전반적으로 돕는 놈’이다. 작년 12월 오픈한 소셜벤처인큐베이팅 센터는 8개의 사회혁신기업을 선발하여 지원하고, 6개월마다 등급 평가를 실시해 지원을 상향 또는 하향 조정한다.
 
현재 1기 8개 기업이 활동 중이며, 2기 기업을 선발 중이다. 김창주 팀장은 미국의 소셜 인큐베이팅 기관 Hub Bey Area의 사례를 소개했다. “기업을 일방적으로 훈육ㆍ보육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같이 커나가는, 공동의 가치를 공동으로 추구하는 동반자로서의 인큐베이팅”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Hub Bey Area는  단순한 지원 뿐 아니라 아이디어 제안자와 기업가, 전문가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만나 사회적 모임(Social Cluster)를 이루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인큐베이팅 센터의 진화된 사례로 평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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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쳐투자회사 sopoong의 이현수 인큐베이터는 최근 사회혁신기업의 흐름을 금융, 환경, 유통, 제3세계 구호 분야의 강세로 짚었다. 이 인큐베이터는 “사회혁신의 핵심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문제는 결국 자원 독점의 사회 논리이며, 그것을 해체하고자 하는 것이 사회혁신의 중점”이라며 “문제의식과 목적의식 없이 시작하면 조직이 와해된다”고 경고했다. 또 그는 사회혁신기업의 성공 요소를 ‘입증’으로 설명했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다. 끝까지, 평생에 걸쳐 입증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입증을 하느냐 못하느냐는 결국 의지의 차이다.”

이번 파티를 주최한 희망제작소 이재흥 연구원(희망별동대 기획)은 “대학생 사회혁신기업에 대해 비관적이었다”며 입을 뗐다. 대학생들은 실행 단계를 생각하지 않고 아이템만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아이디어 기획 모임은 너무 많지만, 결국 발로 뛰어서 현실로 입증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다.

잔치는 이제부터

연사들의 발표 이후에는 명함 추첨 이벤트가 이어졌다. 추첨을 통해서 빛트인의 배쨈, 희망별동대의 또다른 팀, 공정여행 사회적 기업 공감만세가 준비한 필리핀 공정여행 프로그램 50% 할인 쿠폰, NPO단체 홍보를 대행하는 대학생 사회적 기업 ‘ADdle’이 디자인한 떡 제품 똑뚜미가 선물로 증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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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르도모의 신규환씨는 “많은 이야기를 들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청년들의 모임인 마요르도모는 현재 친환경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음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이 계획하고 있는 첫 번째 프로젝트는 각 대학가에 하나씩 친환경 유기농 식당을 만드는 것이다.

국제앰네스티 대학생네트워크의 김매이씨는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에 있는데, 사회적 기업과의 접점이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서 왔다”며 “한국 인권 상황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같이 모여 얘기하고, 세상을 바꾸려는 움직임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사회혁신기업가들의 연합체인 넥스터스의 최종진씨는 “지금까지는 주로 대학생들과 만나왔는데 세대가 다른 분들을 만나 얘기해보면서 느낀 것이 많다”고 소감을 밝혔다. 궁극적인 목표는 고향에 내려가 지역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라는 한국NPO공동회의 전환길씨는 “대학생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을 보고 싶어서 왔다”며 “아이엠궁의 발표를 인상깊게 들었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많이 얻었다”며 참가자들에 감사를 전했다.

ADdle의 김산씨는 “월드컵 기간에 붉은악마티를 입으면 월드컵 한 철에만 쓰게 되는데, 이것들을 모아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보내주는 캠페인을 준비 중”이라며 후원이나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희망제작소 김재현 부소장은 파티의 시작 무렵 ‘놈 성분 조사’를 실시했다. 자신이 ‘죽어도 그 일을 하겠다는 놈’인지, ‘그 놈을 끝까지 돕겠다는 놈’인지, 혹은 ‘그 일이 도대체 뭔지 궁금한 놈’인지.
 
파티 참가자들 중에는 자신이 어떤 놈에 속하는지 아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첫 번째 놈일 수도 있고, 둘째 놈일 수도 있고, 세 번째 놈일 수도 있다. 어쩌면 둘 다 일 수도, 셋 다일 수도 있다.
 
우리 젊은 놈들은 이런 자리를 통해 다른 이들을 만나며, 관계 맺으며, 각자가 어떤 놈인지, 어떤 놈이 될 수 있는지를 알아갈 것이다. 어찌됐건 ‘잘난 놈’으로 함께 갈 길을 더듬어갈 것이다. 이번 놈놈놈 파티는 그 길고 넓은 길의 첫머리였다.

글_희망별동대 신혜정
사진_정지인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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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회혁신기업가 사례발표 <청년, 사회혁신기업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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