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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없으면 걸린다.”
최근 유행하는 신종인플루엔자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 청와대 행정관 성매매 사건 수사를 지휘한 경찰청장이 밝힌, 성매매에 대한 ‘개인 소신’이다. 이 발언은 ‘장자연 리스트’ 공개와 맞물려 권력층의 윤리의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명확히 확인해 주었다.
2004년 시행된 성매매 특별법이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9년에도 성매매는 여전히 경찰총장이 나서서 인정하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성매매 없는 세상, ‘이룸’을 만나다
<반성매매 인권행동 ‘이룸’(이하 ‘이룸’)>은 이렇듯 ‘당연하게’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성매매 산업의 피해여성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용두동 상담소는 거실을 차지하고 있는 책상들을 제외하면, 구조나 분위기가 어느 한 가정을 방문한 듯 아늑하다. 그 곳에서 활동가 달래씨를 만났다.
[##_1C|1021177121.jpg|width=”390″ height=”292″ alt=”?”|‘이룸’의 활동가 달래 씨._##]
“원래 청량리 집결지 현장지원센터에 있던 책상들인데, 잠시 여기에 들어와 있어요. 편안한 상담소 분위기를 좀 딱딱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빨리 새 공간을 만들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청량리(전농동) 집결지 현장지원센터’는 2006년부터 청량리 (성매매업소)집결지 폐쇄정책에 따라 여성들의 자활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이룸’이 정부에서 위탁받아 운영해왔다.
그러나 올 3월 ‘이룸’은 이 사업을 여성부에 반납했다. 여성부가 사업의 지속 조건으로 생계비 지원 대상 여성들의 주민등록번호 제출을 요구하였기 때문이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게 ‘주민등록번호 제출’은 곧 사회적, 혹은 제도적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다른 부서도 아니고 여성부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못하면 사업을 그만두라’고 하니 답답했죠.”
실질적 지원과 담론 생산
2004년에 발족한 비영리 민간단체 ‘반성매매 인권 행동 이룸’(구 ‘성매매 없는 세상 이룸’)은 용두동의 성매매 피해 지원센터와 청량리 현장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주로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다양한 문제들을 온라인이나 내방, 현장방문을 통해 상담하고 지원한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겪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업주에게 지는 빚이에요. 저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술서 등 필요한 서류들을 마련해주거나 변호사를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심리치료나 문화체험, 직업 훈련 지원을 병행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구요.”
상담소가 이렇게 지원활동을 벌이는 한편 ‘이룸’은 워크샵과 책자 발간, 캠페인과 타 단체와의 교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매매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담론을 생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_1C|1184507088.jpg|width=”390″ height=”292″ alt=”?”|책자들: 이룸이 지금까지 만든 책자들. 맨 오른쪽이 가장 최근 발간한 <p>‘성판매 여성이 경험하는 사회적 차별’_##]
특히 2007년부터 추석 때마다 진행하고 있는 ‘성구매 없는 한가위’ 캠페인은 올해에도 중점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는 상태다.
“추석 때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에 (성매매를 목적으로)쉬어가려고 (업소를) 찾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서 자원 활동가 분들과 함께 청량리역, 서울역 근처에서 캠페인을 해왔죠. 그러지 말아달라고.”
평등하게 함께 만들어가요
정부 지원을 받았던 ‘집결지’ 내 청량리 현장지원센터를 접은 이후 ‘이룸’은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새로운 공간과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가 생기면서, 더욱 평등하고 자율적인 관계로의 발전을 꿈꾸고 있다.
“예전처럼 물질적인 지원을 풍부하게 해주지는 못하겠지만,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언니들(성매매 피해 여성)’과 함께 만들어가는 ‘이룸’을 계획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복작복작 반상회’를 열어서 어떤 것을 토론하고 무엇을 배우며 어디에 가고 싶은 지, 모든 활동을 함께 정하는 거죠.”
벌써 반상회를 4차례 열었고 다음 달에는 “진상 까발리기 토론회”를 벌려 ‘진상 손님’을 여성들의 입장에서 평가할 예정이다.
[##_1C|1264712834.jpg|width=”390″ height=”292″ alt=”?”|2008년 발행한 이룸신문_##]
“청량리 사업 종료가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우리만의 패기와 의욕으로 모든 것을 헤쳐왔다면 앞으로는 후원자들과 함께 활동하려 해요.
(집결지에) 자치적이고 평등하게 활동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첫번째 과제죠. 여성영화제에서 책과 머그컵 등을 팔면서 홍보하였고 일일 호프 등 여러 가지 행사를 계획하고 있어요.”
‘성매매 권하는 사회’에 여성들이 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빈곤’이다. 청량리 성매매 여성 가운데 절반이 40~60대인 현실 역시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여성에게 특히 열악한 노동 환경과 기회는 이들에게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정말 없어요. 일이 아니라 체험이라도 해서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여성들이 품고 있는 열망을 실현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연결망과 지원망을 확대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열악한 상황에서도 쌈짓돈을 모아 후원금을 내놓는 ‘언니들’은 오히려 커다란 도움이고 힘이다. ‘언니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상담소를 시작으로 ‘성매매 없는 세상’을 향하여 힘차게 발돋움하는 ‘이룸’에게 박수를 보낸다.
[반성매매 인권행동, 이룸] * 주소: 서울시 동대문구 용두2동 232-12번지 5층 (우편번호 130-823) * 전화: 02) 953-6279 * Fax: 02)953-6281 * E-mail: eloom2003@naver.com * 누리집: http://e-loom.org/ * 후원방법: CMS정기회원 신청하기 [연결] * 이룸의 새로운 공간인 ‘별별다방’ 마련을 위한 머그컵 구매 [연결] ![]() |
[글, 사진, 영상_유지원 / 해피리포터]
[##_1L|1313816673.jpg|width=”94″ height=”86″ alt=”?”|_##]해피리포터 유지원(15yj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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