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 사회혁신센터여행사공공과 함께 사회혁신의 세계적 동향을 파악하고, 실질적인 사회혁신방법론과 사례를 공부하는 세계사회혁신탐방(Social Innovation Road)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2년 7월 아시아 편으로 방콕과 홍콩을 방문했으며, 이번에는 오세아니아 편으로 사회혁신의 모범적 실험이라고 불리는 호주의 멜번과 아들레이드를 다녀왔습니다. 우리 함께,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계사회혁신탐방 오세아니아 원정대의 사회혁신 탐방기를 연재합니다.



⑧ 세계사회혁신탐방기 오세아니아
    세계의 thinkers들이여, 호주를 혁신하라

예술가들이 좋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머물면서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프로그램을 아트 레지던스라고 부른다. 호주 아들레이드에는 예술가들이 아니라 싱커즈(사상가)를 초대해서 일정기간 머물게 하고 이후에 본인들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게 하는 아들레이드 싱커즈 인 레지던스가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는 일은 어느 곳에서나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일정 기간 전문가들이 그 지역에 머물면서 그 지역 사회의 현안에 대한 실천적인 대안을 제안하는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약속 장소인 아들레이드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아들레이드 도서관은 오래된 도서관과 현대적인 건물이 함께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를 맞이한 아들레이드 싱커즈 인 레지던스의 가브리엘 켈리 대표(이하 가브리엘)는 도서관 중에서도 고서가 많아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곳으로 안내해주었다. 과거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사업가이기도 했다는 가브리엘 대표는 열정적으로 프로그램의 활동을 알리고 우리의 질문에 성실히 대답해주었다.

”사용자

아들레이드 싱커즈 인 레지던스는 남호주의 전 주지사인 마이크 랜(Mike Rann)의 아이디어였다. 아들레이드는 매년 아이디어 페스티발(festival of ideas)을 2일간 열어왔다. 이때 전세계에서 다양한 싱커들이 초대되어 강연, 세미나 워크샵 등에 참여하는데, 마이크 랜은 이틀만 이들이 방문해 여러 가지 멋진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세계에서 모인 싱커들이 아들레이드에 머물면서 아들레이드가 직면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안을 내놓기를 바랐다. 이렇게 해서 2003년부터 아들레이드 싱커즈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추동력이 시작되도록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남호주 사람들을 위해 실제 제안내용을 현실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창조도시로 유명한 찰스 랜드리(Charles Landry), 사회혁신의 세계적인 리더인 제프 멀건(Geoff Muglan), 최근에는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마틴 세리그만(Martin Selingman)이 초대되었다.

”사용자

어떤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리더를 초대해 자문을 구하는 일은 어느 사회에서나 종종 있는 일이다. 보통 전문가를 컨퍼런스에 초대하고 그 발표 내용을 참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흔히 비판되는 것처럼 지역의 현안을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제언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들레이드 싱커즈 인 레지던스는 이러한 부분을 확실하게 해결하고 있다.

먼저 1) 변화를 위한 요구와 필요가 있는 주제를 선정해 그 주제에 있어서 2) 좋은 평판과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소통 능력이 뛰어나 강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세계적인 리더를 초대한다. 1년 반 정도 진행되는 프로그램 기간에 초대된 전문가는 2개월에서 6개월 정도 머물 수 있다. 이렇게 해외에서 활동하는 전문가가 일정 기간 머물면서 그 지역의 현안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역 내 이 현안의 이해관계자들과 만난다. 즉, 3)변화를 이끌어낸 챔피언들과 실행자로 구성된 강한 파트너들은 전문가에게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요구하고, 전문가 자신이 가진 대안을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에서 설득한다. 또한 전문가는 자신의 제안을 대중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

소수의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대안을 고민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있다면, 일반 시민과 소통하고 설득시키는 과정이 있다. 적게는 500여 명에서 많게는 2000여 명이 모여 초대된 전문가들의 강연을 듣는다고 한다. 전문가는 무엇이든 제안할 수 있고, 주정부는 모든 것을 수용하려고 하지만 언제든 거절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제안은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감된 그리고 대중에게 공감된 제안이기도 하다. 주정부는 이러한 공감대를 고려하여 수용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즉, 전문가의 제안을 그 문제의 이해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공감한다면, 주정부는 적절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주정부가 5개의 기관이 설립하게 된 이유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2억 6천만 달러의 투자가 가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이렇게 설립된 기관들 외에도 전문가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남호주의 건강, 물, 지속가능성, 영유아기 교육, 제조업과 혁신 분야에서 정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주지사에 의해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2012년에는 주정부에서 독립하게 된다. 우리는 재정적인 이유 때문에 독립이 어렵진 않은지 물었다. 가브리엘 대표는 지금까지 싱커즈 오피스의 운영은 주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졌지만, 실제 전문가들의 방문과 관련된 모든 비용은 지역 내 파트너들이 부담한다고 답했다. 이미 상당 부분은 정부의 비용이 아니라 민간 투자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가브리엘 대표는 그렇게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번 세계사회혁신탐방 오세아니아의 탐방기관인 통합디자인위원회와 호주사회혁신센터는 모두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하게 된 기관들이다.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우리 지역을 이해하고 지역의 파트너들과 함께 대안을 만들어 간다는 점도 훌륭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공감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은 아들레이드 사회혁신의 핵심이었다.

글_ 한선경 (사회혁신센터 선임연구원 alreadyi@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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