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기억하는 당신께

2015년 4월 16일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시나요? 희망제작소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기리며, 시민들께 그날의 기억을 물었습니다. 불과 한 달 전 일도 기억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시민들이 1년 전 4월 16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평범한 하루였습니다. 뉴스를 보기 전까지는요.”
“점심을 먹으러 가다가 TV에서 사고 소식을 접했습니다.”
“운동을 하다가 소식을 들었습니다. 전원구조 소식에 안심했습니다.”
“전원구조 소식에 괜찮겠지 생각했어요… 너무나 미안합니다.”

시민들은 가슴 속에 그날의 기억을 자기 일처럼 새기고 있었습니다. 충격과 공포, 아픔과 미안함… 세월호는 잊혀진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0416, 우리는 잊지않았습니다

침몰된 배 안의 사람들을 구조하지 못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희망제작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을 여럿이 모여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노란테이블 토론툴킷’을 만들었습니다. 학교에서, 마을에서 많은 시민들이 노란테이블을 활용해 세월호를 통해 드러난 한국 사회의 문제점과 원인을 찾고 해결하기 위한 자신의 행동을 약속했습니다.

1년이 지났습니다. 안전한 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의식은 커졌지만, 사회 시스템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아직 세월호 안에 사람이 있는데, ‘이제 그만 잊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지 않더라도,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마음을 담은 글을 모아서 ‘416기억저장소’에 전하기로 했습니다.

누구나 손쉽게 글을 쓸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개설해 댓글로 자신의 기억을 기록할 수 있게 했습니다. 자신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잊지않았습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기억을 쓰고 지인의 이름을 태그로 달아 동참을 권하는 릴레이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잊지 않음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기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과 진보 · 보수 시민사회단체 대표들, 작가와 종교인, 예술가들에게도 글을 요청했습니다. 15명의 명사가 글과 그림을 보내주셨고, 시민들이 이를 퍼나르면서 캠페인에 동참하도록 마중물이 되어 주었습니다.


4월 11일과 12일, 15일에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광화문과 여의도에 갔습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부스를 차렸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에 들르는 젊은 부부들이 많았습니다. 아이들도 ‘수학여행 갔다가 배가 침몰해서 하늘나라에 간 형아 누나들’을 알고 있었습니다. “형아 누나들이나, 형아 누나들의 엄마 아빠에게 편지를 쓰는 거야.” 라고 설명하자, 아직 글씨를 쓸 줄 모르는 아이들은 하늘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그림으로 그렸고, 하늘나라에서 먹으라며 사탕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1주기가 되는 날 학생들과 학교에서 기억을 쓰겠다며 엽서를 많이 갖고 가셨는데, 나중에 학생들이 쓴 글을 사진으로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내주셨습니다.

여의도 캠페인은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여의도공원 안에는 부스를 차릴 수 없어서 공원 입구 도로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솜사탕, 닭꼬치, 커피를 파는 트럭 옆에 어렵게 자리를 잡고 점심시간 물결처럼 오가는 직장인들에게 엽서를 내밀었습니다.

사원증을 목에 걸고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직장인들을 부스로 이끌어 글을 쓰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종종걸음으로 지나치는 이들을 붙잡고 캠페인 엽서를 전하거나,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귀찮을 법도 한데 누구 하나 싫은 소리를 하거나 무시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동료들과 “벌써 1년이 되었나?”라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지금은 바쁘지만 온라인으로 참여할께요.”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분은 점심시간이 지난 1시쯤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습니다.

동료의 손을 끌고 부스에 와서 “이건 꼭 해야 해!”라고 하던 임산부 회사원, 소풍 나온 친구들과 함께 온 중학생, 세월호를 알고 있던 홍콩 관광객 등 여의도에서 만났던 시민들은 ‘마음은 있지만 참여할 작은 방법을 찾고 있던’, 희망제작소가 만나고자 했던 ‘그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지난 4월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719개의 시민들의 기억을 모아서 416기억저장소에 전달했습니다. 희생자인 고 이영만 학생의 어머니 기억저장소 이미경 소장님은 시민들이 손수 쓴 글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시민의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잊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마음이 있어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이미경 소장님은 세월호로 인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이 작은 행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그날 416기억저장소에서 자원활동가들이 직접 지어주신 밥을 먹으며, 희망제작소도 시민들이 작은 행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세월호가 세상을 바꿀 수 있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희망제작소는 이 질문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2주기, 3주기에는 시민들에게 세월호에 대한 다른 질문을 던져보려 합니다. 기억저장소에 저장된 기록들이 세월호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지기를 원하는지 파악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월호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글_우성희(시민사업그룹 연구원 / sunny02@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