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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한 걸음 더

”?”재작년 운 좋게도 나는 3개월의 독일여행을 할 기회를 얻었다. 사실 독일의 사회운동이나 통일과정을 보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막상 독일 여행을 끝나고 내가 얻은 화두는 ‘디자인’이라는 것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제조업의 왕국인 독일은 이제 더 이상 Made in Germany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 대신 Designed in Germany를 쓴다. 세상은 모두 디자인 천국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무렵 건축가 승효상 씨, 화가 임옥상 씨 등과 함께 유럽을 한 바퀴 돌면서 또 한번의 문화와 예술 세례를 받은 적이 있다. 유럽의 유명건축물과 도시계획 등을 보면서 한없이 부러움과 더불어 우리의 후진성을 부끄러워해야만 했다. 라데팡스의 신개선문의 위용이나 국립도서관, 뽕피두센터 등을 돌아보면서 ‘그랑 프로제’를 추진한 미테랑 대통령의 문화 마인드를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도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실 21세기의 키워드가 이제 문화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구경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3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영화 하나가 자동차 수십만대보다 더 많은 수익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이미 진부한 이야기가 되었다. 삶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이제 사람들은 예술과 문화에 매달린다.

터프하고 억세기만 한 시민운동을 해오면서 얼마나 부드럽고 자연스럽고 흥미있는 운동으로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날들이 많았다. 시위를 축제처럼, 플래카드 하나도 예술로 만들 수는 없을까를 생각하였다. 한때 ‘플래카드를 반드시 직사각형으로 해야 하는가. 왜 마름모꼴로, 원형으로 만들 수는 없는가. 거기에 색깔은 오방색을 넣을 수는 없을까. 광화문 한 귀퉁이에 매주 신선한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를 만들어 붙이면 어떨까. 그리하여 플래카드를 하나의 중요한 시민운동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면서 우리 간사들과 머리를 맞대기도 하였다. 전문가 한 사람 찾아보기 어려운 문화의 불모지에서 우리는 그 당시 공익디자인센터를 하나 만들어보기로 결심하기도 하였다.

그나마 기업이나 민간 영역에서는 자신의 비전과 역량에 따라 좋은 건축물을 만들고 좋은 인테리어를 보여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정작 공공의 건축물과 디자인은 엉망인 경우가 적지 않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가로등이 하도 이쁘길래 누가 디자인한 것인가 했더니 바로 그 시청 공무원이 한 것이라 했다. 우리도 예술가들을 시청 공무원으로 채용할 생각을 왜 못하는가 안타까웠다.

이제 이 모든 생각들을 종합하여 나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희망제작소를 설립하였다. 미래디자인연구소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사회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것도 분명 디자이너의 영역에 속할 것이라 믿는다. 우리 사회와 공동체를 꼼꼼히 분석하고 문제점을 가린 다음에 그 대안을 만들어내는 일이 어찌 디자인이 아니겠는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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