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기원전 5세기 로마에서 평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선출된 관직인 호민관(護民官, tribunus plebis). 25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이 민의를 대변하려 노력한 호민관의 정신을 기억하며 다시 모였다. 여야 의원 38명과 희망제작소는 지난 2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호민관클럽 창립식을 열었다. 호민관클럽은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발굴, 지원하기 위한 모임으로, 소속 의원들은 희망제작소의 사회창안센터에 올라온 시민들의 씨앗 아이디어 중 입법과 재정 지원이 필요한 과제들이 열매 맺을 수 있도록 국회 내에서 지원하게 된다.

호민관클럽, 국민과 국회 사이를 ‘뻥’ 뚫고자 만들어

이날 행사는 2시 반부터 약 2시간 동안 창립총회, 창립행사, 창립기념 토론회로 진행되었다. 창립총회를 통해 공동대표단으로 김영선 한나라당, 이미경 민주당,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선출되었다.

김 공동대표는 “소통의 정치가 필요한 지금 필요한 것은 달변이 아니라 경청인 만큼,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호민관클럽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공동대표는 “시민들이 제안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국회에서 입법화하거나 좋은 정책을 만들” 것을 약속했다. 권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현실정치의 한계는 거리의 촛불이 말해주고” 있다며, “호민관 클럽은 ‘시민이 참여하는 입법지원조직’으로서 ‘현실정치의 부족함을 채워낼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격려사를 위해 창립식을 찾은 김형오 국회의장은 “소통 없는 정치, 공감 없는 정책”의 결과, 국민은 아직도 18대 국회를 걱정하고 있다며, 호민관 클럽을 통해 “열린 마음,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간사로 선출된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호민관클럽 사업 소개를 맡았다. 사업은 크게 ‘사회창안’과 ‘소통과 토의’ 과정으로 구분된다. 사회 창안은 희망제작소에 제안된 시민들의 아이디어 중 입법이 필요한 경우에 호민관 클럽이 현실화 작업을 진행하는 입법창안과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예산을 배정 ? 집행하는 재정창안으로 구성된다.

또한 호민관클럽은 월례토론회, 각종 포럼, 출판을 통해 입법 ? 재정 배정 과정에서 의원 간 최대한 수용 가능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어서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 이정희 민주 노동당 의원이 함께 국민에 대한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희망의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호민관의 약속을 다짐했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의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관한 국민의 신뢰도가 현저히 낮은 것은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국회의 문턱이 높은 것” 때문이라면서, 호민관 클럽이 “막혀있는 국민과 국회의 소통에 한 발 더 나서보고자, 한마디로 국민과 국회 사이를 뻥 뚫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창립행사는 호민관클럽의 취지를 재치있게 표현한 퍼포먼스로 마무리했다. 실로 연결한 종이컵 전화기를 이용해 의원들과 일반 시민들 간, 의원들 간의 적극적인 소통을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아토피에 걸려 고생한 경험이 있다는 오예나(우이초등학교 1학년)양이 종이컵 전화기를 통해 “아토피 문제 해결에 국회가 나서주세요”라고 외치자 공동대표단이 “꼭 반영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면서 국민들과의 소통에 임할 적극적인 의지를 비쳤다. 또한 의원들은 “서로 대화 합시다”, “함께 협력 하겠습니다”라고 화답하면서 호민관클럽이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 당파를 넘어선 모임임을 다시 확인했다.

”?”

의회, 자율성을 가지고 외부 공론장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 시간 정도 진행된 창립기념 토론회에서는 민주주의의 발전에 있어 호민관클럽과 의회의 역할에 관한 열띤 발제와 토론이 최상용 상임고문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18대 국회와 정책리더십’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난 17대 국회는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보수-진보 간 갈등으로 민생이 실종된 ‘시화종빈(始華終貧)의 국회’였다. 18대 국회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의원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당 대표, 대통령과 같이 동등하게 국민을 대변하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의원들이 ‘강제적 당론을 벗어나 자율성, 책임성, 전문성을 가지고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공청회, 청문회 활성, 법안 발의 제도 개선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두 번째 발제 ‘호민관클럽이 만들 새로운 민주주의의 미래’를 맡은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최근 촛불집회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 ‘탈현대적 정치’의 양상을 설명하며, ‘현대적 정치’와 ‘탈현대적 정치’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당정치와 탈현대적 정치를 어떻게 생산적으로 공존 ? 결합시킬 것인가는 현재 우리 정치에 부여된 최대 과제’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의회 안의 내부 공론장과 의회 밖의 외부 공론장이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생산적인 긴장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정치의 구현을 현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김호기 교수의 발제가 끝나고,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토론자가 되어 종합토론이 진행되었다.

”?”

호민관클럽, 국회의 문턱을 낮춰 시민들의 답답함 풀어줘야

호민관클럽은 촛불집회 등을 거치면서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를 절실히 체감한 의원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대의 민주주의의 현실적 토대는 튼튼하게 유지한 채, 직접 민주주의의 이상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국회 안’에서 ‘국회 밖’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또한 호민관클럽은 시민들의 현실적인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당파나 이념을 벗어나 구성된 의원들의 모임이다. 의원들 스스로가 당이나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자율적 주체로서 서로 소통할 수 있을 때, 시민들의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아준다는 호민관클럽의 본 취지가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기원전 2세기 로마의 대표적 호민관 티베리우스 그라쿠스는 “로마의 시민들은 세계의 주인이라고 불리지만, 정작 그들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어떠한 땅도 없다”는 말로 시민의 편에 선 정치를 위해 헌신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현재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나라의 주인이라 불리지만 자신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떠한 권리도 느끼지 못한 채 국회의 높은 문턱을 바라보며 답답해하고 있다. 호민관클럽이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이들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첫 발걸음을 내딛어주길 바란다.

기사작성 : 공수진 공공리더 인턴 (soojin.kong@gmail.com)

■ 토론회 발제문 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