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는 2009년, 매월 우리시대 최고의 공공리더들의 혜안을 듣고 한국 사회의 전망을 함께 모색해보는 <희망을 열어가는 대화마당>을 개최합니다. 6월에는 시사평론가 정관용씨를 초청하여 “단절의 시대, 더 많은 소통의 조건과 과제”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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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 순간 상호 소통하며 살아간다. 사회적으로도 소통은 계층과 집단 간의 갈등해소라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사회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은‘단절’이다. ‘여’와‘야’,‘진보’와‘보수’는 물론, 세대, 이해 집단 사이에서 극단적인 의견대립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희망제작소는 지난 6월 30일, 희망제작소 4층 희망모울에서 『단절의 시대, 더 많은 소통의 조건과 과제는』이라는 주제로 전 KBS 심야토론 진행자 정관용씨를 초청하여 강연을 열었다.

국내 방송 토론의 현장에서 무려 1,900여 회에 걸쳐 사회를 보아왔다는 정관용씨는‘소통’을 주제로 초대된 명사답게 청중들을 참여시키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토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쏟아진 청중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명료하게 종합한 그는 많은 사람들이 토론의 정의와 목적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제대로 된 토론이 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의 역설을 먼저 지적했다.

설득 당하지 않으려는 과잉이념화된 토론 문화가 문제

이어서 정관용씨는 일반적으로 시사적인 문제와 결부되어 경직되고 차가운 단어로 인식되는 토론을 일상적인 사례로 옮겨서 강연을 풀어갔다.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A와 B, A는 새로 생긴 중국집을 추천하지만 간밤에 술을 마신 B는 설렁탕을 권한다. 메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둘은 서로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를 수용하고 견해의 차이를 좁혀나간다.’ 그는 이렇듯 일상과 달리‘ 왜 공식적인 토론이란 이리도 격렬한 싸움의 장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우리 사회의 소통 부재와 토론의 어려움은 ‘통역사화’와 ‘과잉이념화’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압축적인 경제 성장과 사회의 격변으로 인해 친일파가 현대의 경제성장에 기여한 공신이 되는 등 이중성이 나타났고 당사자들 간의 앙금이 청산되지 않아 현재까지도 모든 주제가 현대사 전체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또 언론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기능을 잃고 정치 세력과 함께 편애논리, 진영논리에 빠져있음을 말했다.

“토론을 서로의 관점까지, 즉 서로의 내면까지 들어가보는 진정한 대화의 과정이라고 합니다. 일상적인 소통에 사람들은 상대방의 잘못된 생각을 굴복시키겠다는 것이 아닌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합의를 이루기 위한 마음가짐으로 임합니다.”

정관용씨는 토론에서도 일상적인 사례의 이야기처럼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자세보다 이해하려는 마음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내가 설득 당하지 않겠다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는 한 상대방은 절대로 설득 당하지 않습니다.”

소탕이 아닌 소통을 위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

그는 청중들에게 방송 토론의 특징이 사회적 토론 문화에 미친 해악을 밝히기도 했다. “방송 토론이란 일반적인 토론과 다른 특별한 목적과 이로 인한 구조적 한계를 가집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 모습을 보고 토론이란 나는 옳고 상대방은 틀렸음을 전제로 상호 공격하는 것이라고 생각 하는 거에요.”. 방송 토론은 그 목적이 보여주기 위한 것에 있는 매우 특별한 토론이며, 합의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공간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일부 방송 토론 출연자들은 자신이 대표로 나온 소속 집단에서 더욱 강력한 지지를 받기 위해 상대방을 향해 더욱 공격적이 되고, 이런 토론자들을 섭외해 시청률을 높이고자 하는 방송사의 전략 또한 토론 문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했다.

“극단에 서서 자기 주장만 하는 사람은 소통이 아니라 소탕하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는 강연의 말미에 자신 역시 이러한 한국 사회의 대화와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문화속에서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하였다. 이렇게 대화가 단절된다면 한국 사회는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는 진단이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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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공존관계에서 벗어나 세부사안을 위한 토론 시작되어야

그는 “그래도 계속 대화를 시도 해야한다”며 우리 시대에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로, 각 진영들이 적어도 함께 살고 있다는 공존만큼은 인정하고, 둘째로 모든 토론을 제네럴리스트가 아닌 스페셜리스트가 참여하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정책 중심으로 벌일 것, 셋째로, 철저한 절차와 단계를 거치는 토론을 할 것이 그것이다.

이에 덧붙여 그는 우리 사회, 특히 정치와 언론의 영역에서 각 진영이 ‘적대적 공존 관계’에 빠져있다고 규정했다. 각 진영의 진보와 보수들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이해하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소모적으로 서로를 비난하기 위해 양립한다는 것이다. “내가 뭘 잘할 수 있다가 아니라 상대편만 나쁘다고만 이야기 하는 사이가 적대적 공존 관계”라며 정관용씨는 서로를 헐뜯고 욕하는 정치의 모습에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며 이제 보수와 진보 진영은 서로 양 극단이 아닌 온건파 중간층이자 정책 소비자인 시민들의 목소리에 다가가야 한다고 밝혔다.

“중간을 향해 겨냥하는 토론이란 하면할 수록 상대방과의 입장 차이가 좁아져요. 중간층을 겨냥해서 경쟁하면 서로 중간을 향해 다가오는 거에요. 그럼으로써 비로써 접점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강연이 끝나자 남은 시간은 청중들의 활발하면서 심도 있는 질문들로 채워졌다. 그는 권력의 집중으로 인해 온건파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 같다는 청중의 질문에 동의하면서 한 단계 발전적인 소통 문화를 위해 과도한 정치 권력을 분산 시키려면 문화, 예술, 지식 각계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대안적 미디어으로 대두되고 있는 블로그에 대한 입장도 조심스럽게 밝혔다. “더 두고 봐야죠.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보는데. 1인미디어가 더 편향적인 경우도 많아요. 요즘 젊은이들이 우리 세대보다 매우 감정적입니다.” 더욱 격렬히 감정적일수록 인기 블로그로 꼽히는 세태, 과거 팽배하던 권위주의로부터 자유로워진 젊은 세대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크게 개선된 교육여건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있었다.

그는 희망제작소와 같이 세부적인 정책을 연구하고 생산하는 곳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희망제작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번 강연은 우리 시대의 토론과 소통 문화 전반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 설득이라는 평범하지만 가장 정답에 가까운 대안의 실천 방안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