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민 참여의 방법으로 다양한 워크숍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워크숍은 다수의 참여자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활하게 토론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지방 행정에서도 주민의 의견을 고루 취합하고, 아이디어 발상을 돕는 도구로써 워크숍을 구성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는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워크숍 기법을 묶어 <희망드로잉 26+ 워크숍 활용설명서>를 펴내기도 했습니다. (무료 PDF 내려받기)

시나리오 워크숍,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반영하는 도구 

숙의 과정에서도 주민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청취하고, 시민 참여의 폭을 넓히기 위해 워크숍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숙의 유형(⓵시민배심원제, ⓶합의회의, ⓷시나리오 워크숍, ⓸공론조사, ⓹타운홀 미팅 방법 등) 중에서 시나리오 워크숍은 지역의 발전 계획 입안과 미래 전망을 평가하는 도구입니다.

시나리오 워크숍은 전문가와 과학자가 시나리오를 개발해 지역 시민에게 제시한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전통적인 시민참여 방식에서 유래했습니다. 갈등이 많은 현안을 다룰 때 상호 간 이해 및 신뢰를 쌓는 데 활용되는데 1990년대에 이르러 덴마크 도시 정책에 관한 결정에 시민의 능동적인 참여와 촉진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했습니다.

 

사회적 역할 그룹에 따라 논의하고, 교류하고

시나리오 워크숍은 시민, 정책 결정자, 이해관계자, 전문가 등 역할에 따라 25명 내외로 참여자를 구성합니다.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위해 공론화 주제와 관련한 학습 자료를 모든 참여자에게 제공합니다.

역할 그룹 별로 작성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모든 참여자들은 각자의 경험, 지식, 관점에 근거해 긍정적/부정적 측면에서 바라보며 시나리오의 공통된 주제를 도출합니다.

이어 역할 그룹을 섞은 뒤 주제 그룹으로 구성해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과 비전을 함께 제시합니다. 역할 별로 구성한 그룹을 섞어서 다시 주제 그룹으로 구성하는 이유는 숙의 과정에 여러 주체의 관심사를 균형 있게 수렴하기 위함입니다.

각 시나리오 별 전체 토의를 통해 주요 비전을 확정하면, 마지막으로 현재 여건과 장애 요소를 고려한 실현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고 구체화합니다.

위 과정으로 진행된 시나리오 워크숍은 사회적 역할 그룹 간에 개선된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정책적 의사결정에 시민의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 전문가, 정책결정자, 이해관계자, 시민 그룹 등 다양한 역할 그룹이 만든 가상의 시나리오가 지역과 각 단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과정에서 우려 지점과 보완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함께 고민할 수 있습니다.

▲<희망드로잉26+워크숍활용설명서> 중 시나리오워크숍 시트 발췌

 

국내 시나리오 워크숍 사례 : 2022학년도 대입개편을 위한 공론화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대구광역시의 지역에너지계획 수립과 2018년 국가교육회의 주재로 2022학년도 대학 입시 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 과정에서 시나리오 워크숍이 활용되었습니다. 이 중 2020학년도 대학입시제도개편 공론화 과정을 사례로 소개합니다.

교육부는 2021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해 여론 수렴 절차를 추진했으나 개편 방향에 대한 교육 주체 간의 이견이 크고,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편 과정을 1년 유예하되 대학입시제도 전반을 대통령 직속인 국가교육회의가 숙의 공론화를 통해 권고안을 제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18년에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 과정을 추진했습니다.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 의제를 선정하고, 시민참여형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와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이중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2018년 6월 16일부터 이틀 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 의제 선정을 위한 시나리오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시나리오 워크숍에는 공론화 의제로 활용될 시나리오를 마련하기 위해 대입제도 개편의 이해관계자인 학생, 교원, 학부모, 시민단체, 대학관계자와 대입제도 전문가 등 5개 그룹 각 7명씩 총 35명이 참여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국민제안 열린마당, 이해관계자·전문가 협의회, 좌담회 등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참여했던 관계자 중심으로 참여자를 선정했습니다.


‘대입제도개편’이라는 주제로 참여자 간 대화와 토론을 거쳐 의제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시나리오 워크숍에서는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비전을 공유 및 논의하고, 공유된 비전 및 공론화 범위 대상에 대한 입장을 반영해 시나리오(안)를 마련했습니다.

이어 그룹별 도출된 시나리오(안)를 공유하고 전체 논의를 통해 공론화 의제를 도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유된 비전 및 공론화 범위 대상에 대한 입장을 반영해 재구성된 집단 별 시나리오(안)를 전체 논의해 공론화 의제를 만들었습니다.

이틀에 걸친 시나리오 워크숍 결과 참여자들은 총 4개의 시나리오(공론화 의제)를 제안했습니다. 이후 공론화위원회에서는 국민 대토론회, 미래세대 토론회, TV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 의제를 전 국민에게 확산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또 4개의 공론화 의제를 바탕으로 총 17일간 대국민 공론조사(전화조사)를 실시했습니다. 20,000명의 응답자 중 시민참여단에 참가 의향이 있는 6,636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을 통해 550명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했고, 이들과 함께 이틀 간의 숙의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시나리오 워크숍과 공론조사를 거친  대입제도개편 공론화 과정은 이후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 발표로 이어졌습니다.

 

참여하는 시민의 노력으로 뒷받침되는 숙의

공론화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절차는 전문가의 주도로 이뤄질 수 있으나, 대학입시제도 개편처럼 전문가 간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는 참여자에 따라 공론화 과정이 편향되거나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은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균형 있게 구성해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절차로 진행됐습니다. 실제 시나리오 워크숍에서는 미래 가치를 중심으로 향후 예상되는 쟁점에 대한 미래상을 그렸다는 데 유의미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편 시나리오 워크숍을 통해 도출된 추상적인 미래비전과 구체적인 과제인 대입제도개편안이 직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비전과 실제 개편안이 어떻게 하면 긴밀하게 맞물릴 수 있는지 참여자에게 구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이는 시나리오 워크숍에서 도출한 공론화 의제를 실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 공론조사 및 숙의 토론회 등 후속 과정을 설계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다양한 숙의 유형은 사전에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충분한 학습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행정 및 기관의 노력 뿐 아니라 참여하는 시민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또 숙의의 결과가 어떻게 반영되고,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 지에 대한 안내가 지속적으로 공유돼야 시민의 참여가 단순 동원을 넘어 참여의 효능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숙의 유형이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시민의 주도적인 참여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글: 안영삼 미디어센터장·sam@makehope.org, 감수: 이규홍 대안연구센터 연구원·diltramesh@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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