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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한 걸음 더

엄청난 미분양 사태가 뜻하는 것



‘건설업계는 미분양 증가, 건자재값 급등, 자금난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미분양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의 상황만큼 심각하다. 정부의 미분양 공식 통계는 13만가구선이다. 하지만 업계는 드러나지 않은 미분양을 모두 합치면 25만 가구에 달하고, 여기에 잠겨 있는 돈이 45조 원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건설업계가 한 해 벌어들인 매출(166조원)의 27%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2008년 7월 30일 중앙일보)


엄청난 아파트 미분양 사태는 곧바로 건설업계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자금난을 못 견뎌 올 들어 718개의 업체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전체 취업자 중에서 건설업 비중이 2003년 8.2%에서 올해 7월 현재 7.8%로 낮아졌다. 문제는 향후가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고용과 내수에 핵폭탄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 ‘외환위기 못잖은 불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엄중한 현실과 비관적인 전망이 결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는 점에 이 나라의 비극이 있다. 그동안 건설업체들은 아파트를 대량으로 건설하여 폭리를 취함으로써 ‘땅 짚고 헤엄치기’로 쉽게 돈을 벌고 외형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이미 아파트 수요는 어느 정도 충족되었고 인구 증가는 현저히 줄고 있는 상태가 아닌가. 중견 건설업체들과 대한건설협회, 그리고 건설교통부는 도대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계속 아파트를 지어 댔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비리의 온상이 된 아파트 건설업


아파트는 이미 우리의 주거문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이 무미건조하고 획일적이고 반 생태적으로 추한 아파트가 이 땅의 지배적인 주거형태가 된 것이다.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책을 써 한국의 아파트 문화를 날카롭고도 섬세하게 분석한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의 한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

그녀가 프랑스에 가서 한국의 항공사진을 보여줬다고 한다. 한참 친구들이 보다가 강남의 반포아파트 단지를 보면서 “이거 무슨 병영막사나 전쟁할 때 필요한 방어벽 같은데….”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하기야 항공사진으로 보면 길고 질서정연하게 일렬로 늘어선 수많은 아파트단지를 보고 그런 생각이 안 들 수 없다. 실제로 일산의 아파트 단지는 자유로를 통해 침투할 북한군들의 진군을 차단할 목적으로 세워진 방어도시라는 논쟁이 일기도 했다.

”?””?”마치 연예인 인기순위를 보는 듯한 이 차트는 바로 아파트 광고에 등장한 연예인과 그 출연료이다(http://showbiz.tistory.com/78). 그동안 아파트 건설 사업이 얼마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지를 잘 보여주는 증거이다.

사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원가조차 공개하지 않지 않았던가. 웬만한 중견 재벌들은 건설업체 하나쯤은 거느리고 있고 그 건설 회사들이 로비의 돈줄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건설 회사들이 부패의 온상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오늘 건설사의 미분양, 줄도산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건설사 스스로 그리고 이를 감독할 정책당국이 낭떠러지를 향해 앞도 보지 않고 달려온 꼴이다. 자업자득의 이 결과는 또 각종 공공토목공사의 발주나 금융특혜 제공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그것은 또한 국민들의 혈세가 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사용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폭리로 지어진 아파트를 울며겨자먹기로 사고 이제 부도 위기에 직면한 건설 회사들의 정책지원으로 또 그 부실액까지 떠안아야 하는 국민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봉으로만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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