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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성의 法 사랑 이야기


‘전기성의 法 사랑이야기’ 연재를 새로 시작합니다. 지난 2년간 24회 연재한 ‘전기성의 조례사랑이야기’는 <조례는 법률의 씨앗이다>라는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 20개 꼭지로 다듬었고 조례와 조례제정의 근거가 되는 상위법령에 얽힌 이야기를 썼는데 독자 분들께서 많은 격려를 주셨습니다. 이 난을 빌어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는 ‘전기성의 法 사랑이야기’로 연재를 합니다.

법(法) 글자의 뜻은 물(?)이 흘러가듯(去) 순리적인 것을 의미합니다. 법의 내용과 제정절차가 순리에 역행하면 위헌이나 위법의 결정을 받아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 내용이 부실하여 시행가능성이 없거나 갈등만 일으켜 오히려 없는 것 보다 못한 법도 있습니다. 현재 시행중이거나 제정중인 법안 중에는 순리가 아닌 역리(逆理)의 경우도 있어 국정과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소리도 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생활과 관련된 사소한 법령에서 말입니다. 그래서 국민정서에 어긋난 잘못된 법령사례로 어떤 법령과 내용이 있는지, 또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로 인한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대안도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물론 잘된 사례도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우리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배는 강이나 바다에 있어야 하는데 노 젓는 사공이 많고 자기만이 옳다고 주장하다 보면 배는 방향을 잃고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며 정작 타고 갈 사람이 배를 타지 못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비유한 말입니다. 이 말을 하면 “맞아! 지금 만들어진 법을 봐라! 이 법도, 저 법도 그렇다!” 하며 많은 사례를 제시할 것입니다. 이글은 이런 문제되는 법령사례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그리고 법을 만드는 분들도 듣고 참고하여 제대로 된 법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사례로는 거창한 것보다 국민생활과 관련된 사소한 사례로 출발하고자 합니다. 전국에 건축된 아파트는 이제는 주거의 기본시설로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제대로 시공되면 문제가 없겠으나 상당수 중에는 구조물을 비롯해 여러 곳에 하자가 있어 입주자와 시공자간 갈등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심지어 입주가 시작되기 전부터 물이 새고 벽이 갈라지는 모습도 종종 보도됩니다. 이런 하자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08년 주택법에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제도가 도입됐고 2009년 3월 22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다행스럽고 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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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좋은 제도가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주민과 가까운 곳에 설치되어 주민의 고충을 쉽게 확인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좋은 뜻의 ‘분쟁조정위원회’가 건축허가나 승인을 해준 시장ㆍ군수ㆍ구청장 또는 시ㆍ도지사가 아닌 저 높은 국토해양부에 설치한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배가 산으로 올라가 걸쳐있는 것과 같습니다.

2008년 3월 21일 공포되고 오는 2009년 3월 22일 시행되는 주택법 제46조의2 제1항에는 “담보책임 및 하자보수 등과 관련한 심사·조정을 위하여 국토해양부에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를 둔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건축법 제88조(건축분쟁조정위원회)와 건설산업기술법 제69조(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위원회를 국토해양부와 시도에 둔 것과 다르게 말입니다. 따라서 허가권을 행사하고 분쟁구역과 가까운 자치단체는 아파트 하자분쟁을 위한 위원회를 설치할 수 없고 국토해양부의 결정을 기다려야 합니다. 행정조직의 기능에서 중앙부처는 정책을 결정하는 곳이라는 조직 원리에도 맞지 않습니다.

우리 건축법 제11조는 20층 이하의 아파트 건축은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허가를 합니다. 그리고 21층 이상은 특별시장이나 광역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주민이 사용할 아파트와 가장 가까운 곳의 행정관청이 허가를 하는 것으로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허가하여 건축된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입주자 주민과 시공자간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분쟁조정위원회는 당연히 건축허가와 사용승인권을 갖고 있는 해당 행정관청에 설치하여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것이 행정의 효율성을 담보하는, 지방자치정신에도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정부가 중요정책으로 채택하여 운영 중인 지방분권정책과 지방분권법(제4조)에 “지방자치와 관련된 법령의 제?개정시 지방분권의 기본이념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보아야 할 것은 주택법 개정안이 정부제출이 아니고 국회의원의 의원발의로 제정되고 법률이라도 공포일 후 1년 뒤에 시행한다면 그동안 정부, 국회는 개정안의 합리성을 살피고 개정했어야 할 것입니다. 만일 정부의 입장이 ‘국회가 발의하여 정한 법이니까 일단 시행해 보자’는 자세라면 너무 안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시행령이 제정된다 하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제 결론을 내리고자 합니다. 앞에서 이미 밝힌바와 같이 분쟁조정위원회는 절대로 필요합니다.

다만 위원회는 건축허가와 승인권을 행사한 자치단체에 설치하고 설치운영에 관한 내용도 해당 자치단체 조례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성을 보장하고 나아가 지방자치정신과도 일치합니다. 자치단체가 분쟁위원회를 어떻게 운영하고 어떻게 해결하는가는 그 지방자치단체의 역량과 수준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가가 할 일은 합법적인 법률에 못지않은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법률을 공급하는 것임을 유의해야 합니다. 그것이 법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순리이고 배가 산으로 오르지 않고 물에 머무르게 하는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글_ 전기성 (희망제작소 조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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