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숙의 일본통신 (24)
UDCK의 마을만들기 이야기 ? 친환경, 커뮤니티, ITS를 가르치는 마을학교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에서 츠쿠바(筑波)익스프레스를 타고 27분을 달리면 가시와노하 캠퍼스역에 도착한다. 지바 현 북서부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지금 ‘가시와노하 캠퍼스시티 프로젝트’라 불리는 도심 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가시와노하 캠퍼스시티 프로젝트는 여느 역세권 개발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일단 행정기관(가시와 시)과 대학(도쿄 대학 및 지바 대학 가시와 캠퍼스), 기업(미쓰이 부동산)이 협동으로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여기에 주민들도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말 그대로 ‘지역 주도형 마을만들기’의 모델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 중심에서 도시 디자인과 이노베이션 작업을 이끄는 것이 ‘사단법인 도시디자인센터 가시와노하(UDCK:Urban Design Center Kashiwanoha)(이하 UDCK)’이다. 2006년 신노선 개통에 즈음해 생겨난 UDCK는 지난 7년간‘주민들이 교류하고 활동하는 콤팩트 시티’를 지향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해왔다. 커뮤니티 장터인 마르셰 코로르, 마을만들기 학교, 마을 클럽, 커뮤니티 방송국, K살롱(누구나 참여해 마을 만들기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장), 피노키오 프로젝트(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지역 체험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UDCK는 나아가 개발 사업의 공동 주체인 행정기관·대학·기업과 주민을 이어주는 허브 구실도 한다. 설립된 지 10년이 채 안 되지만, 그동안 창조적인 마을만들기 활동을 선보이면서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 5회에 걸쳐 UDCK의 활동을 중심으로 가시화노하 캠퍼스 시티의 마을만들기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가시와노하에서 주민이 주체가 되는 마을 만들기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다양한 커뮤니티 클럽이 조직될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에게 ‘환경과 건강, 창조와 교류, 그리고 마을만들기’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학습의 장이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UDCK의 마을만들기학교와 지바 대학의 컬리지 링크 프로그램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UDCK 마을만들기학교는 주민이 주체가 되어 마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UDCK와 지바 대학은 손을 잡고 컬리지 링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한다는 취지로 친환경, 건강도시를 주제로 한 강의가 진행되는 평생학습 프로그램이다. 지역 현안들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배움, 실천을 이끌어내는 이들 지역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들이 가시와노하 지역의 커뮤니티 발전에 기여하고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주민’이 마을만들기 주체이다
– UDCK 마을만들기학교
UDCK를 찾았을 때는 마침 2013년도 마을만들기학교 프로그램 평가와 2014년도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에 한창 분주할 때였다. 마을만들기학교는 마을만들기 활동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UDCK가 재단법인 가시와 시 도시진흥공사와 공동으로 실시하는 주민강좌다. 2007년 5월부터 실시해 어느덧 참가자 수가 200여 명을 넘었다. 마을만들기 학교 담당자인 스나가와(砂川) 씨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마을만들기학교를 개최하기 6개월 전부터 지역의 현안과제와 주민들이 생각하는 문제점을 검토하여 공사측과 함께 강좌의 주제를 정합니다. 주제에 따라 참가하는 수강생층이 매우 다릅니다. 주제와 관련된 분야의 공무원이나 컨설팅 관련 단체와 기업 담당자, 학생, 그리고 지역의 시니어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육아나 아동 관련 프로그램에는 젊은 주부들도 많이 참가합니다.
특히 2011년도 하반기 프로그램이었던 ‘육아와 마을만들기’, 2012년도 하반기 프로그램이었던 ‘주민이 그리는 스마트시티’, 2013년도 하반기 프로그램이었던 ‘모빌리티, 이동 수단으로 생각해 보는 마을만들기’는 인기가 높았던 강좌로 회를 거듭할수록 참가자가 늘고 있습니다. 주제가 명확하고, 강사도 적합했으며, 우리 지역에 맞는 주제여서 참가자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업 중에 체험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인기의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수강생들은 ‘주민이 마을만들기에 주체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 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또 많은 수강생들이 다음 강좌의 어시스턴스 스텝으로 참가하거나 UDKC의 다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마을만들기의 새로운 주체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강좌에 참가했던 직장인들이나 학생들 또한 자신의 근무지나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살려나가길 기대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지바 대학의 칼리지 링크 프로그램처럼 지역의 다른 교육기관과 연계해 지역적,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주제를 갖고 강좌를 실시해 주민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을 직접 구상해 갈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 UDCK 마을만들기학교 수업
각 주제별로 5회 연속강좌로 진행되는 마을만들기학교는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뉘어 일 년에 두 번 실시된다. 매회 수업마다 강의 주제와 강사가 바뀌며 대학 교수 등의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이 강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연말에 끝난 2013년 하반기 강좌 모빌리티 디자인은 ‘최근 도입되고 있는 ITS 차세대 교통 시스템이란 무엇이며, 마을만들기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가시와 시 도로 교통 정책 담당자, 도쿄 대학 생산기술연구소 등의 전문가, 가시와 시 ITS 추진 협의회장 등이 강사로 참여했다. 마을을 걸으면서 현재의 도로 교통이 안고 있는 문제가 우리의 생활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보고, ITS라는 신기술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의 이동이란 관점에서 마을만들기를 생각하고 구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며 수강생들의 호응이 매우 좋았다.
UDCK의 마을만들기학교의 개별수업은 모두 워크숍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수강생들이 스스로 마을만들기를 생각하고 구상하며 제안하기 때문에 실제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초기에 실시한 마을만들기 입문 강좌는 관련 전문가들과 지역 실무자, 주민, 학생들을 초청해 마을만들기를 주제로 활발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주민 참여, 도시 매니지먼트, 경관 · 조경, 예술, LOHAS 등의 마을만들기와 관련된 기본적인 개념을 함께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워크숍을 통해 실용적인 배움을 토대로 한 기획자 육성 강좌를 열기도 했다. 2008년에 실시한 마을의 에코 디자인 강좌에서는 전기 수강생들이 퍼실리테이터로 참가해 주민이 생각하는 에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워크숍을 실시했다. 그 결과 ‘자전거-에코 사이클’, ‘農-팀으로 채소 재배’, ‘커뮤니티-에코 樂살롱’ 등 3개의 프로젝트가 실행되었다.
시기적절한 주제 선정도 인상적이다. 그동안 진행된 강좌들 중 ‘고령화 사회의 마을만들기(2010)’ ‘3.11 이후 지역 방재력을 다시 생각한다(2011)’등은 일본 사회의 문제를 시기적절하게 선정했으며, ‘주택의 미래를 생각한다(2010)’는 가시와 시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또한, 스마트 시티, 모바일 디자인은 미래 지향적인 신기술을 소개하고, 친환경적인 에코 디자인, 녹색경영, 도시 녹화의 주제들을 망라하면서 주민 스스로 스마트 시티 가시와노하의 현안과 비전을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지바 NPO 지원센터 등의 활동가들이 매수업의 강사로 참가해서 현장성을 더해 주고 있다.
가시와노하의 아고라를 꿈꾸며
– 지바 대학 컬리지 링크 프로그램
지바 대학 가시와노하 칼리지 링크 프로그램은 지바대학이 UDCK 등과 협력하면서 실시하는 시민 대상의 평생학습 프로그램이다. 대학이 시민과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지구 온난화와 환경파괴, 저출산 고령화 사회, 새집증후군, 식품 안정성 문제 등 현대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를 생각해 보고 해결책을 찾아서 친환경, 건강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이러한 문제들을 개인의 관심과 노력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시작한 프로그램인 것이다.
칼리지 링크 교육은 대학과 지역 사회가 체계적으로 연계하여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대학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학습 프로그램으로 미국에서 약 15년 전부터 평생학습과 세대간 교류의 일환으로 확산돼 왔다. 이것을 간사이(?西)대학의 무라타 히로유키 교수가 일본의 사회 문화 관습에 맞춰 도입한 것이다. 2008년 실험 강좌를 시작으로 매년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 연간 5개의 강좌를 진행하여 지금까지 총 24개의 강좌가 진행됐다.
지바 대학 칼리지 링크 프로그램은 다른 대학과 달리 서스티너블학(생활과 지역에 관한 문제를 재조망하는 학문)과 환경친화적인 디자인학을 주제로 선정해서 ‘그린 학’, ‘건강 · 예방 의학’, ‘환경 · 마을만들기’, ‘스포츠 커뮤니티’, ‘식품과 농업’등 생활에 밀접한 영역에 대학의 전문성을 결합시켜 지역 속에서 거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컬리지 링크 프로그램은 가시와노하 지역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여 진행된다. 또한 지역 전체를 배움의 장으로 설정하여 가시와노하의 ‘아고라’가 되고자 한다. 체계적인 전문 지식과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새로운 자극과 네트워크를 얻을 수 있는 서로 가르치고 서로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강의에 의한 학습보다는 직접 체험하며 어울리는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수강생들은 기초 코스와 전문 코스를 수강하는 동안 체험 농장 ‘가시와 다나카 농장-흙의 학교’나 가시와노하 캠퍼스 역 교차로에서 화단을 가꾸는 UDCK의 프로젝트 ‘가시하나(花)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또한 기초 코스와 전문 코스를 졸업한 수강생들은 배운 것을 지역 주민들에게 환원하기 위해 강좌가 끝난 뒤에도 커뮤니티를 구성하여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요우세이군(養生訓) 이로하 카루타 제작 위원회’가 그 좋은 예이다. 이로하 카루타란 히라가나로 시작하는 문구를 적은 일본 전통의 카드를 말하는데 이를 이용해 말 그대로 건강을 지키는 생활습관을 양생군이 안내하는 내용으로 40장의 카루타를 직접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 요우세이군 이로하 카루타 제작 위원회가 제작한 카루타
제작 위원회의 활동을 계기로 수강생들은 졸업 후 지역 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2012년 7월에 ‘사단법인 가시와노하 칼리지 링크 네트워크(약칭 카르네트)’를 조직했다. 칼리지 링크 수업 때 기획된 프로젝트를 실천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원하기 위해서이다. 수강생들을 중심으로 대학과 가시와 시, 지역의 활동 단체, 그리고 기업이 연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제 막 시작된 이 단체는 지역 시민활동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_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westwood@makehope.org)
류현영 (도쿄 대학 신영역창성과학부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