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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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에렉투스’, 직립보행하는 인간. 보행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특징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보행자들이 처한 현실은 어떠한가? 인도를 가로막고 있는 수많은 시설들은 무엇이며, 그런 인도조차 없는 차도는 또 얼마나 많은지, 심지어 차들은 지나가는 사람이 보이지도 않는 듯 왜 그리 쌩쌩 달리는지…… 과연 우리 사회에서는 일본 생활도로사업의 명제 “도시에서는 더 이상 자동차가 사람보다 우선할 수 없다.”라는 문장이 실현될 수 없는 것일까?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는 이런 고민 속에서 작년 9월부터 녹색교통운동, 한겨레신문사와 함께 ‘차보다 사람이 먼저!’, ‘안전하게 평화롭게 걷고 싶다’, ‘인간에 대한 예의’ 를 모토로 집중적으로 보행권 ? 보행안전 확대 캠페인(http://old.makehope.org/walk/)을 진행했다. 그리고 올 1월에는 보행권 침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17대 국회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신 명 전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를 펼쳤다., 그 결과 2007년 9월 13일, ‘보행권 확보 및 보행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위 법안은 제17개 국회의 임기만료로 폐기되고 말았다.

제18대 국회에서 새롭게 결성된 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대표의원 이미경)은 제17대 국회에서 채 피지도 못하고 사라져버린 ‘보행권 확보 법안’을 다시 꽃피우기 위해 희망제작소와 함께 2008년 12월 4일 목요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 3층에서 ‘보행환경 개선 및 보행권 확보 입법화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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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는 신 명 전 국회의원이 발제를 통해 한국 보행권의 현실과 입법화에 대한 그간 노력을 소개하고, 토론자들이 향후 입법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발제에서 신 명 전 의원은 지난 수십 년간 급격한 산업화의 진행에 따라 사람보다는 차가 우선인 사회가 만들어졌으며, 현재 대한민국이 OECD국가 중에서 보행자 교통사고율이 인구 10만명 당 5.28명으로(네덜란드 0.51명, 스웨덴 0.55명)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보행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은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신명의원은 보행권확보의 실현을 위해서는 국가적 의지가 필요한데, 그러자면 무엇보다 기본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토론자로 나선 최승효 청주대 명예교수는 청주와 명동에서 진행된 교차로나, 지하상가 위의 횡단보도 설치사례를 들면서 걷기 좋은 길이 생겼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편해지는가를 보여주었고,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제17대 국회에서 발의된 보행기본법(안)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제18대 국회에서는 보행기본법을 넘어 교통기본법으로 발전하거나 또는 기존의 교통관련법령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입법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김이승현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팀장은 보행권에 대한 우리의 철학을 재정립할 것을 제안하면서 보행자에게는 ‘걸을 권리’ 외에도 ‘걸을 수 있는 길을 가질 권리’의 천명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박일범 행정안전부 안전개선과장은 정부에서 보행권 확보를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였으며, 무엇보다 재원확보의 필요성을 지적하였다. 보행권 관련 언론보도에 앞장서온 김규원 한겨레신문사 기자는 세계 유수 도시들의 사례를 들며, 도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보행권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대두되었던 쟁점 중 하나는 ‘안전하게 길을 걸을 수 있는 권리를을 확보하기 위한 보행기본법의 정립이 필요한가? 아니면, 인도와 도로를 통합하는 교통기본법의 정립이 필요한가?’ 하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보행권에 대한 논의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인도를 확보’하는 쪽에 치우친 반면, 산업화 과정에서 차가 사람보다 우선하게 돼 보행이 침해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인도와 차도를 아우르는 교통체계 전반에 대한 기본법의 제정’이 오히려 필요하지 않는가 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펼친 측에서도 당장 교통기본법의 제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 공감했다. 보행기본법의 제정취지나 필요성에는 모두 동의한 것이다.

그 밖의 쟁점으로는 법률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강행규정적 성격을 강조할 것인지, 아니면 관련기관이나 지자체들의 보행권 확보 활동에 대한 감독, 평가를 통해서 보행권 확보 노력을 유인할 수 있는 사업법적 규정을 강화할 것인지’, 법안의 소관부서와 관련해서는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고 여러 요소들을 제어할 수 있는 행정안전부가 되어야 하는지, 교통 전반을 관리하는 국토해양부가 되어야 하는지’ 등이 제기되었다.

또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보행권 확보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로 제기 되었다. 이에 대해 토론회에 참석한 문국현 의원은 유류세와 교통세에서 보행권확보 사업에 소요되는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보행권 확보를 위한 18대 국회의 활동의 첫걸음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희망제작소는 앞으로 이번 토론회를 준비한 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과 함께 국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보행권을 확보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와 노력을 통해서 길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걷기 겁나는 길’에서 ‘걷기 편한 길’로 변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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