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2월21일(목) 희망제작소(이사장 김창국)에서는 아주 색다른 강연이 열렸다. 희망제작소 부설 농촌희망본부(소장 김완배)가 매달 개최하고 있는 ‘비농업인이 바라본 한국 농업농촌의 미래’ 강연자로 패션기업 쌈지의 천호균 사장이 초청된 것이다. 특히 이 날 강연에는 쌈지 아트디렉터인 이진경 작가가 동행해 천 사장의 강연을 도왔다.

강연은 쌈지 홍보실의 박소현씨가 ‘아티스트 천호균의 시청 앞 논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시청 앞에 논을 만들어 시민들과 함께 수확하겠다는 천호균 사장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발표되자 사람들은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후 등장한 천호균 사장은 “아름다움을 파는 장사꾼으로서 사라지는 것, 사람들이 소홀히 하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내가 제일 예쁘게 보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니 바로 ‘논’이었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예쁘다고 사람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만, 논이 아름답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싶다”고 말했다.

천 사장은 “시청 앞에 논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니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해줬다”면서 “시청 앞이나 청와대 앞 같은 곳에 논을 만들 수 있는 문화적 힘을 우리 민족이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창의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천 사장은 “현재는 경제력과 군사력이 강한 나라, 그리고 문화가 강한 나라가 선진국이지만, 앞으로는 농업을 사랑하는 나라가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우리가 정말 역전을 원한다면 선진국이 되기 위한 노력의 각도를 조금 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 사장은 “앞으로 농민들이 어떤 기업이 착한 기업인지 판단하고 농업·농촌을 아끼는 기업이 마케팅하도록 농지를 빌려주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하였다.

농업을 위해 쌈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천 사장은 “매년 쌈지에서 개최하고 있는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에 우리 시골의 경관을 활용하면 수준 높은 문화행사가 될 것”이라면서 “행사장에 시골 장터가 열리게 한다면 대단히 어울릴 것 같다”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가방 파는 일을 멈추고 쌈지가게에서 농산물을 파는 것이 자신의 체질에도 맞을 것 같다며 농업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보여줬다.

천 사장에 이어 등장한 이진경 작가는 “강원도 홍천의 시골에 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작가는 “조금 불편해도 환경에 순응하는 삶이 중요하다”면서 “최근에는 자신은 안 움직이면서 산을 옮기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작가는 “숭례문 화재처럼 소중한 것이 사라지는 것은 한 순간”이라며 “조금 느리더라도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옥집이 좋은 것은 서로 무릎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함께하는 삶을 소중히 여기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농촌 생활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산물 디자인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청중의 질문에 천호균 사장과 이진경 작가가 각각 견해를 내비쳤다. 천 사장은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있는 디자인 중에서도 상당히 좋은 것을 고를 수 있다”고 하였다.

이 작가는 “디자인이 엉망인 포장보다는 차라리 포장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면서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농민들을 도와주고자 하는 작가들이 많이 있고, 돈이 없더라도 물물교환을 통해 농산물과 디자인을 교환할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세 시간 동안 진행된 이 날 강연에서 청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강연에 참석한 충북 영동의 귀농자 김용철씨는 “매우 매력적인 두 분의 농촌이야기가 아주 좋았고, 앞으로도 이런 강연이 자주 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년 10월부터 매월 한 차례씩 열리는 ‘비농업인이 바라본 한국 농업농촌의 미래’ 강좌는 한국농촌공사(사장 임수진)가 후원하고 있으며, 다음달에는 이윤기 세계한민족연구소장이 한국 농업의 국제화 가능성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